[이런 공무원] 송홍열 김해시 기술감사담당

감사부서는 주로 조직 내부의 잘못을 찾아내 벌을 주는 일을 한다. 시·군 행정의 처음과 끝을 책임지는 부서이기도 하다. 그래서 저승계의 '저승사자'와 같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

이런 선입견 탓에 감사부서 직원들 역시 동료와 그리 편한 관계는 아니다. 김해시 전체 업무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김해시 감사담당관실 송홍열(45·토목6급) 기술감사담당.

그는 시 예산 1조 원이 어떻게 쓰이는지 감사의 칼을 손에 쥐고 있다. 얼굴이 유난히 검은 편이고 대신 머리카락은 촘촘했다. 얼른 보면 감사부서에 딱 맞는 '공직 저승사자'와 같았다.

   

대화를 나눠보고는 이런 선입견은 봄날 이슬처럼 녹아내렸다. 그의 책상에는 '감리업무 현장참여 때 수행지침서'와 '징계업무편람'이 펴져 있었다.

감사부서로는 당연한 사안이었다. 하지만, 책상 한 편에는 〈영한사전〉과 〈논어신강의〉 책자가 눈을 붙들었다. 감사부서 직원이 무슨 인문학인 〈논어신강의〉를 들여다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토목직이지만 인문학 분야에 관심이 많아 보였고, 아마도 마음이 언짢을 땐 이런 책들을 보는 것 같았다.

딱딱한 업무를 보지만 마음만은 나름대로 부드러워지고자 '내공'을 쌓아가는 듯했다. 그의 이런 내·외향의 조화가 시 감사업무로까지 미치고 있다.

걸음이 바르면 족적도 바르듯 그는 동료직원들로부터 '욕먹지 않는 감사'를 벌인다는 평을 듣고 있다. 마치 나무에 꼭 필요한 게 거름이듯 비료와 같은 감사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시 예산규모가 커진 만큼 예방감사가 중요하다"고 했다. 어떤 사업을 시행하기 전 미리 예방감사를 통해 예산낭비나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이 감사의 주목적이라는 것이다.

"일상감사에서 물품을 구입할 때 담당자가 세밀한 부분들을 놓쳤거나 원가계산은 제대로 반영했는지 여부 등을 촘촘히 살핀다"고 했다.

잘못된 부분이 발견되면 새로 수정하도록 지도한다. 공사현장을 꼼꼼하게 살피지 않은 설계는 설계변경을 통해 예산을 절약하도록 한다.

화포천습지생태공원진입로공사에 공법을 현지에 맞도록 변경시켜 예산 3억 7000만 원을 절감했다. 현지 콘크리트 구조물을 철거하지 않고 활용하도록 지도했기 때문이다. 현지 지형물을 잘 활용하면 예산을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청소대행업체 용역 건도 한 사례다. 업체는 인부 10명당 작업반장 1명을 기준으로 해 70여억 원으로 계산했지만 그는 건설공사표준품셈 내용을 들여다보고 인부 25명당 작업반장 1명으로 산정해 3억여 원을 절감시켰다.

끊임없는 공부를 통해 현미경 감사의 잣대를 들이댄 결과물이다. 이런 '그물망' 감사기법을 통해 지난해 178건(960억 원)의 사업에 26억 원의 예산을 절감시켰다. 감사부서의 역할론을 입증한 것이다. '공직 저승사자'가 아니었다면 쉽게 놓칠 수 있었던 일이다.

그는 신기술이나 신공법 특허 같은 부분은 특허를 출원한 당사자에게 직접 문의한다. 새로운 분야는 인터넷 검색은 기본이고, 타 지자체와 정보교환도 하고 전문업체의 조언도 받는다.

불필요한 예산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내가 먼저 그 분야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보건소의 보건약품 구입 건에 대해서는 새로운 방법을 도입했다.

그동안 약품 구입 때 담당자가 어떤 약품을 쓰겠다고 하면 대부분 그대로 수용한 것이 관행이었다. 하지만, 이런 관행이 계속되면 업체의 로비나 비리의혹 등에 연관될 수 있다며 올 초부터 전문가로 구성된 '의약품선정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약품을 선정하도록 했다. 감사를 통해 업무의 투명성을 확보한 셈이다. 시 발주공사 때 측량예산도 줄였다. 시가 항공촬영한 지리정보시스템을 활용하도록 주문한 덕택이다. 기술감사의 수혜사례다.

그는 "첫 단추를 잘 끼워야 시정이 올바르게 굴러가듯 감사업무도 처벌 위주가 아닌 잘못된 근원을 찾아 서로 해결해나가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언제나 변함없이 밀려드는 감사건 사업들을 들여다보며 시 예산누수를 막고자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는 일이 그의 하루 일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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