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인터뷰] 누나(한혜리)가 쓰는 동생(한동훈) 이야기

남들이 보면 신기하다고 할 정도로 '남매 애'가 각별한 나 한혜리(28)와 내 동생 한동훈(26). 어릴 적 동요 가사 말 같이 '정말 곱슬머리에 개구쟁이'인 줄만 알았던 내 동생이 벌써 사회초년생이 되었다. 요즘같이 취업이 어려운 시대에 졸업과 동시에 취업한 동생이 자랑스럽다. 누나가 동생의 직장생활과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포부, 그리고 우리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주위 사람들이 우리 사이가 각별하다고 이야기하는데 이유가 뭐일 것 같아?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모들 영향이 큰 것 같아. 이모들이 군대처럼 누나와 동생이라는 서열을 정확하게 구분해줬잖아. 그 이후로 난 언제나 약자였기 때문에 누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지. 군대에서 후임이 선임에게 달려드는 거 봤어? 즉, 그때부터는 어떤 일이 있어도 누나 말을 잘 들었던 것 같아."

   

-나는 평소에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인 것 같아.

"맞아. 여름엔 매일 배드민턴도 하고, 학교 다닐 때는 등·하교도 같이 하면서 많은 시간을 함께 했지. 사실 대학교 입학하고부터 더 친해진 것 같아.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공유하는 것이 많아서 그렇겠지? 또 우리는 다른 형제들보다 서로의 친구들과도 잘 지내는 것 같아. 누나 친구 언니의 둘째 아이 돌잔치에 가서 사진 기사를 했다고 하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웃을 이야기지만, 내 졸업까지 신경 써서 챙겨줄 정도로 친동생같이 아껴주고 예뻐해 주는 누나들이 정말 고마워."

   

-사람들 대하는 기본 신조가 뭐야?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도 언젠가는 다시 만날 사람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항상 웃으면서 사람을 대하고 끝맺음을 좋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야. 그리고 군대를 통해서 인간관계에서 세상이 너무 좁다는 것을 깨닫고 난 뒤부터는 적을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했어."

-갑자기 졸업을 결정한 이유가 뭐야?

"나는 취업과 대학원 진학 두 가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었어. 그러던 중 지금 당장 취업하는 것보다 학력을 높이고 경력을 쌓으면 더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아버지 충고를 듣고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했지."

-그런데 어떻게 고등학교 교사가 됐어?

"사실 학교 다닐 때 아버지 권유로 교직을 이수했었는데, 교생 실습을 하면서 교사 일에 관심이 생겼어. 그래서 선생님 채용공고도 유심히 보고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로 기간제 교사에 채용되었어. 그것도 내가 교생실습을 했던 학교에."

-직장과 대학원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지 않니?

"대학원에서 시작한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중도에 빠지게 된 것이 가장 아쉬웠어. 최근에는 논문 주제를 정하는 것이 제일 고민 돼. 그리고 대학원이 지리적으로 멀어서 조금 힘들어. 하지만 아버지께서 곧 차를 사주실 테니까. 하하하."

-학교에서 어떤 과목을 가르치니?

"기계제도·기계공작법·공업입문 세 과목을 강의하고 있어. 아이들이 열의가 높아 힘이 나는 것 같아."

-첫 수업 때 떨리지 않았어?

"교생실습 때도 수업을 해봤기 때문에 많이 떨리진 않았어. 교생실습과 진짜 선생님의 입장은 조금 다른 것 같아. 진짜 선생님이라고 생각해서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수업준비를 더 열심히 하게 되어 편하게 수업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수업 외에 학교에서 담당하고 있는 것이 있어?

"내가 인성교육부라서 교문 지도와 학교에서 문제 일으키는 아이들 지도 역할을 하고 있어. 지금은 학기 초라서 아이들 흡연을 중점적으로 단속하고 있어."

-넌 어떤 선생이 되고 싶어?

"학생들이 나쁜 방향으로 나가기 전에 잡아 줄 수 있는 선생이 되고 싶어. 아이들과 지낸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정말 나쁘다고 생각한 아이는 한 명도 없었어. 친구를 잘못 만나거나, 우연히 나쁜 길로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 전에 그 길로 가는 것을 막아주고 싶어."

-이제 학생이 아닌 직장인이 되었는데 하고 싶은 것 있어?

"여행을 가고 싶어. 예전에는 시간이 많아도 여행 갈 생각을 못했었는데, 대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 어학연수로 필리핀에 다녀온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 여행하면서 얻게 되는 경험들이 삶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아. 올여름에는 여행도 가고, 태국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하면서 관광도 할 것 같아."

   

-인생 목표가 있다면?

"내가 학부 때 교직 이수를 했던 것이 지금의 나에게 좋은 기회를 주었듯이, 내일을 위해 준비하는 삶을 살고 싶어. 직업과 대학원 공부를 병행하는 것이 힘들겠지만, 30세 전에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것이 제일 가까운 목표야. 그리고 가까운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그다음 목표를 설정하고 싶어."

-너에게 가족이란?

"바람막이라고 생각해. 내가 사회에 발을 내딛기 전까지 모든 것을 지원해주고 조언도 아낌없이 해주잖아, 그리고 부모님께서 늙고 힘들면 내가 다시 그 바람막이 역할을 해야 하고. 언제나 힘들고 지칠 때, 모진 바람이 불어도 가족이 있으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고 나는 믿어."

-번외로 내 동생에게 누나란?

"말동무, 조언자, 멘토. 항상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말할 수 있고, 고민 있을 때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지. 언제부턴가 어떤 소식이든 부모님보다 누나에게 먼저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편해. 누나에게 한 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면…. 내 방에 들어와서까지 잔심부름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어. 하하하."

평소에는 물론이고, 운동할 때까지 누나 스텝에 맞춰 뒷걸음질로 걸으며 "누나야 있잖아~"라며 살갑게 쫑알쫑알 이야기해 주고, 늘 누나 말이라면 다 들어 주는 사랑스러운 내 동생. 지금 시작하는 그 마음을 잊지 않으면, 흔들림 없어 뻗어 나가는 고목이 될 수 있을 거야. 누나는 언제나 네 옆에서 지켜주는 바람막이가 되어 줄게. 한동훈 선생이 바라는 좋은 선생이 되길 응원해. 사랑해.

/한혜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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