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 새학기 부모 직업·재산 묻는 가정환경조사

신학기를 맞아 부모 직업을 상세히 묻고, 가정형편을 조사하는 이른바 ‘가정환경조사’가 여전히 도내 학교에서 행해지고 있다.

각 학교는 학생 지도를 위해 필요한 절차라는 입장이지만, 학부모들은 도내 학교가 자율적으로 진행해 묻는 방식과 문항이 제각각이라 어린 자녀가 마음의 상처를 받을까봐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서모(40·창원시 마산합포구) 씨는 이달 초 중학교에 입학한 큰딸이 내민 설문조사서를 보고 놀랐다. 부모 직업을 상세히 적고 재산을 묻는 듯한 가정형편 문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 씨는 “너무 구체적으로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것 같아 불쾌했다. 또 사실대로 적어야 할지 형편을 더 낫게 써야 할지 고민했다. 못살고 잘살고를 떠나 내 아이가 가정형편에 따라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우려됐다”며 “전세에 사느냐 차가 있느냐며 손들라고 했던 내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학습지도에 부모의 직업이 왜 필요한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장인 유모(40·창원시 마산회원구) 씨는 “작년에 가정환경조사서를 쓴 경험이 있다. 회사명을 포함해 직업을 구체적으로 물었다. 혹시 담임선생님이 내 직업을 보고 선입견을 품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더라. 또 자가인지 전세인지 주거형태를 물었던 것 같다. 이런 조사를 하면 애들 사이에서도 말들이 나온다. 부모 직업이나 사는 곳이 친구를 사귀는 조건처럼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했다.

창원의 한 중학교는 매년 새 학기마다 신입생들이 ‘소개합니다’라는 이름으로 자기소개서 등을 작성한다. 총 15문항에는 가족소개와 함께 가정형편 등을 묻는데, 어렵다와 도움이 필요하다 등을 표시해야 한다. 이 학교는 ‘가난은 불편한 것일 뿐 어려운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하면서 가정형편에 대한 설문조사를 유도하고 있다.

또 창원의 한 초등학교는 ‘아동기초조사서’라는 이름으로 1~6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다. 조사서에는 주소와 부모 직업란과 학원 조사란이 있다. 해당 학교 교사는 “개인정보를 묻는 것이기 때문에 신경 쓰이지만, 학생들에 대한 실수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가족 형태와 형편 등을 미리 파악하면 지도할 때 큰 도움이 된다. 성장과정과 가정환경 등을 정확히 알아야 학생의 돌발적인 행동을 이해할 수 있고 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참교육학부모회는 가정환경조사를 통해 오히려 교사들이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참교육학부모회 마창진지회 관계자는 “부모의 구체적인 직업과 재산은 정말 불필요한 정보라고 본다. 아이들에 편견이 먼저 생길 수 있다. 또 다문화 가정과 한부모 가정, 일용직노동자 자녀를 다르게 대한다면 이 또한 차별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와 경남교육청은 가정환경조사라는 교사업무과정은 없다고 밝혔다. 경남교육청 생활교육 담당자는 “가정환경조사라는 명칭 자체가 없다. 보통 학부모 성함과 주소를 묻는 신상 조사는 진행한다. 학부모 직업이나 재산 정도는 담임교사가 학생을 파악하려고 자율적으로 시행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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