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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가 2000년 흘러 꾀꼬리 된 사연

[문화 속 생태] (62)매화나무에 앉은 새

정대수(우산초등학교 교사) webmaster@idomin.com 2013년 03월 19일 화요일

◇매화 가지에 앉은 새

화투짝 2월 매화에 매조(梅鳥)가 무슨 새일까요? 동네 경로당에 가면 꾀꼬리가 정답이고 한국화 그림하시는 분에게 가면 까치와 참새가 정답입니다. 일본 문학을 전공한 분에게 물어보면 휘파람새가 정답이라고 합니다. 새를 전공한 분에게 물어보면 동박새가 정답이라고 합니다.

왜 이렇게 전공에 따라서 매화 가지에 앉은 새가 달라질까요?

   
  한국 화투의 2월 매화 꾀꼬리  

◇원조 매조는 누구?

먼저 원조를 찾아봅니다. 동양화 그림에서 원조를 찾을 수 있습니다. 매화 가지에 앉은 까치 그림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까치를 그리고 읽을 때는 기쁨이라고 읽습니다. 까치는 기쁠 희(喜)자가 됩니다. 매화는 봄 춘(春)자가 되어 사자성어로 희보춘선(喜報春先)이 됩니다. 봄소식을 맨 먼저 기쁘게 알린다는 뜻이 됩니다.

   
  조선 말 화가 조석진의 〈매작도〉.  

◇기쁨이 두 배(囍)

까치는 한자로 까치 작(鵲)이고 참새는 한자로 참새 작(雀)입니다. 중국 발음도 같습니다. 그래서 까치는 큰 기쁨, 참새는 작은 기쁨입니다. 까치나 참새를 두 마리 그리면 기쁨(喜)이 두 배가 되어 쌍희(囍)가 됩니다. 동양화 그림에 매화에 참새를 그리는 이유는 기쁨입니다.

◇일본으로 건너간 까치

중국과 한국의 매화와 매화 그림이 일본으로 건너가서 한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일본엔 까치가 살지 않아 까치는 모르는 상상의 새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그림 속에 까치를 대신할 새가 필요하게 된거죠. 일본 사람들은 매화에 앉은 매조로 어떤 새를 선택했을까요?

일본 화투 원본에 그려진 새를 찾기 위해 일본 옛 시를 분석하면 음력 2월에 제일 많이 나오는 새가 바로 휘파람새(鶯)랍니다. 화투는 일본의 자연과 문화 그리고 역사가 압축 요약된 압축파일이죠. 일본 옛 시를 분석하면 휘파람새가 정답으로 나오는데 일본 화투 원본에 그려진 새는 새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보면 동박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시나 글은 휘파람새인데 왜 그림은 동박새를 그리게 되었을까요?

   
  일본 화투의 2월 매화 동박새  

◇그림은 동박새 소리, 글은 휘파람새

휘파람새는 크기가 참새만하고 참새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워낙 부끄럼이 많아서 사람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소리는 온 동네 아름답게 울리는데 모습을 볼 수 없으니 모습이 아름다운 동박새를 대신 그리게 되었답니다. 실제 일본에서는 鶯色(うぐいす色)은 휘파람새 색이 아니라 동박새 색깔을 말합니다. 봄날 휘파람새 소리는 예쁜데 나무 가지 속에 숨어 있어 보이지 않고 대신 노란 동박새를 보고 휘파람새인 줄 알았던 것이죠.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새 소리는 휘파람새이고 색깔이 예뻐서 많이 키운 새는 동박새였습니다.

   
  일본의 동박새 우표  

◇꾀꼬리와 휘파람새

한자를 잘 아시는 분은 휘파람새 한자를 휘파람새 앵이 아니고 꾀꼬리 앵(鶯)자라고 합니다. 꾀꼬리 앵(鶯)자가 맞긴 맞습니다. 그런데 일본에 까치가 거의 살지 않는 것처럼 꾀꼬리도 거의 살지 않습니다. 꾀꼬리 앵자는 일본에서는 꾀꼬리가 아니라 휘파람새가 됩니다.

꾀꼬리 앵(鶯)자는 일본말로 우구이스라고 합니다. 매화가 우메이고 일본식 매실 장아찌를 우메보시라고 하죠. 화투가 한국으로 들어올 때 휘파람새 앵(鶯)은 꾀꼬리 앵으로 번역됩니다. 한자 꾀꼬리 앵을 번역하면서 생긴 것이기도 하지만 일본 화투 그림을 보고 노란 동박새를 꾀꼬리라고 오해할 수 있습니다. 동박새는 경남처럼 동백이 피는 곳이라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동백꽃이 피지 않고 동박새가 잘 살지 않는 서울 사람들에게 동박새는 모르는 새가 되죠. 그래서 동박새 대신 한국에서는 꾀꼬리로 변신합니다.

◇2000년을 돌고 돌아

정리해보면 동양화의 까치와 참새가 일본으로 건너갔는데 일본에는 까치가 없었습니다. 일본에선 매화가 피는 봄날에 새 소리는 휘파람새에게서 빌려오고 그림은 노란 동박새를 그렸죠. 화투에 그려진 동박새는 한국으로 다시 들어오면서 꾀꼬리 앵(鶯)자와 노란 동박새 그림 때문에 꾀꼬리가 됩니다. 2000년 전 한국에 매화가 들어오고 1200년 전 일본에 매화가 들어가고 다시 근·현대 화투장에 그려진 매화가 한국으로 되돌아왔습니다. 2000년 매화가 돌고 돌아 까치가 꾀꼬리로 변신을 한 것입니다.

   
  한국의 동박새가 그려진 우표.  

/정대수(우산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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