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이야기] (98) 육식의 역습

연일 매스컴은 돼지 값이 떨어져 사육을 하면 할수록 빚이 산더미처럼 늘어난다고 보도한다. 양돈 농가는 그야말로 파산의 위기에 직면하였다.

2010~2011년 겨울에는 구제역으로 돼지와 소가 산 채로 매몰되는 처참한 과거가 있었는데, 그 여파가 지금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기성세대가 어린 시절에는 농촌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서 소를 길렀고, 남은 음식물을 먹여서 돼지를 키웠다. 그리고 당시 키우던 다양한 가축들은 대부분 토종으로 지역마다 각기 다른 유전적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농업을 주업으로 하는 농가는 경제적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가축을 키울 수 있었다. 농업에서 얻는 먹을거리를 가축들이 소비하고 가축의 배설물은 다시 땅으로 돌아가서 곡식을 키워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농업의 형태는 변모하여 이제는 특정 가축을 대규모로 사육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 결과 지금 돼지 값이 파동을 겪듯이 시장경제에 철저히 지배당하고 있으며, 3년 전 발생했던 구제역과 같은 대규모 참사는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는 생물다양성을 이야기할 때 산이나 들 그리고 하천에서 살아가는 동·식물을 떠올리게 된다. 즉 우리와 아주 가깝게 살아가고 있는 생물종의 유전적 중요성에 대해서는 별로 인식하지 못한다.

필자가 어릴 때 집에서 키우던 돼지는 검은색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흑돼지를 보기조차 어렵게 되었다. 예전에는 돼지뿐 아니라 소, 닭, 염소, 토끼 등 모든 가축은 상당히 다른 외형을 가져 육안으로도 쉽게 개체를 구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주변에서 사육되는 대부분의 가축들은 공장의 정형된 틀에서 찍어낸 듯이 비슷하다. 이것이 바로 유전적 다양성을 무시하고 경제 논리에 빠진 결과이다.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는 유전적 다양성의 저하로 가축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하였다.

어떤 생물이 멸종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종의 유전자의 다양성이 매우 중요하다. 어떤 가축이나 생물종이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스트레스나 병균을 만나더라도 내성을 가진 다양한 유전자가 많이 있으면 새로운 스트레스나 병균에 견딜 수 있어 멸종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가축의 경우 생물종의 유전적 다양성이 인류의 선택적 교배에 의해서 지속적으로 떨어져 미래에는 멸종의 위험성이 높다는 것을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아래 그래프는 가축의 경우에 이미 멸종된 종과 멸종위기종이 어느 정도 비율을 차지하는지를 나타낸 것이다.

35종의 가축을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의 21%가 멸종위기에 처해 있었다. 가축은 금세기 최초의 6년 동안 이미 60종 이상이 멸종되었다고 보고되었다. 이러한 가축의 유전적 다양성 저하는 선진국에서 더욱 뚜렷이 나타난다. 선진국의 이러한 현상은 대규모 축산업이 발달하면서 경제성이 높은 종만 골라 사육을 하기 때문이다.

   

수천 년 동안 함께 생활해 온 소중한 유전자원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생물다양성, 자연에서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까운 주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찬우(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 사업지원팀장)

'환경 이야기'는 경남도 람사르 환경재단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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