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결혼했어요]위은성·손자립 부부

둘은 8살 차이다. 남자 위은성 씨 37살, 여자 손자립 씨 29살이다. 여자는 이 정도면 나이 차이가 아주 많은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여자는 말한다.

"나이 차이 얼마 나지 않는 다른 남편처럼 해서는 안 되고, 더 많이 포용하고 이해해줘야 한다고 얘기하죠."

남자는 항변해 본다.

"요즘 이 정도 나이 차이는 아무 것도 아니지 않나요."

   

하지만, 남자는 이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여자 말에 충실하려 한다.

둘은 2011년 여름에 만났다. 여자는 창원 소재 방송국 CG실에서 그래픽디자인 일을 하고 있었다. 이때 방송국 부조정실은 한달 간 내부 공사를 해야했다. 서울에 있던 남편이 공사 책임자로 왔다. 한달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하지만, 둘은 대화할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둘 마음 속에는 호감이 싹트고 있었다.

남자는 말한다.

"사무실 한쪽 구석에서 늘 말없이 조용히 작업만 하더라고요. 청순하고 지적인 외모때문에 처음에는 아나운서인 줄 알았죠. 사무실 한쪽에 있는 비상연락망을 보고 휴대전화번호를 저장해 뒀죠."

여자는 말한다.

"남편 키가 185cm나 되거든요. 키 큰 사람들이 왔다갔다하면 좀 거슬리는 게 있잖아요. 그래서 신경이 쓰였죠. 방송국에 젊고 개성 넘치는 여성들이 많으니, 결혼 안 한 남자들은 곁눈질 할법도 한데, 그런 것 없이 묵묵히 일만 하더라고요. 여름이라 무거운 걸 들면 근육도 좀 멋있게 보이기도 했고요."

공사 마칠 때까지는 그 정도였다. 그리고 일명 '쫑파티' 때 술자리에서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남편 회사 팀은 또 한 달간 부산에서 다른 일을 진행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니, 여자 쪽 사람들과 종종 함께 만났다. 그렇게 두 사람 호감은 애정으로 넘어갔다.

   

연애가 시작했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곧바로 결혼 얘길 꺼냈다.

"남편 나이가 적지 않다 보니, 저희 부모님은 결혼 말씀을 자주 하시는 거예요. 계속 그러한 얘길 듣다 보니 '빨리 해야 하는 건가'라는 그런 생각이 들었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죠."

그렇게 1년 4개월 넘는 연애 끝에 지난해 12월 결혼했다. 신혼집은 경기도에 마련했다. 둘은 결혼 후 한 달간 주말 부부로 지내기도 했다.

그때 주위에서는 '기회가 흔치 않으니 즐길 수 있을 때 즐기는 게 좋다'라는 식의 얘길 했다. 남편은 이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빨리 합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오히려 여자는 주변 충고를 충실히 수행(?)했다.

여자는 결혼 전 프러포즈 가운데 최악이라 생각하는 것이 있었다.

"요즘은 결혼을 목전에 두고 프러포즈 하는 게 유행이라더군요. 하지만 저는 결혼 얘기 막 나올 때 받고 싶었어요. 사람들 최대한 많은 곳에서, 여러 사람 축하 속에 받고 싶었죠. 그런데 남편은 제가 생각한 거랑 정반대로 했어요. 결혼을 막 앞두고, 단둘이 있는 집에서 말이죠. 물론 고마웠지만, 그래도…."

주변에서도 둘 나이를 많이 언급한다. 8살 어린 부인한테 남자가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에 여자는 의기양양해진다. 물론 찔리는 것도 있다.

"나이 차이로 인한 간극은 전혀 없어요. 다만, 남편 친구들 만나면 그런 걸 조금 느끼죠. 벌써 초등학생 둔 아이 아빠도 있으니까요. 그럴 때 '남편도 아저씨 나이구나'라는 생각이 좀 들지요. 제가 남편한테 투정을 많이 부리는데, 남편은 모두 다 받아줘요. 장난으로 좀 버릇없이 굴기도 하고요. 그런데도 주위에서는 남편이 더 잘해야 한다고 하니, 조금 미안하기는 해요."

떨어져 있으며 연애할 때 여자는 장문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자주 보냈다.

"장문의 문자가 원거리 연애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죠. 이제 그걸 못한다는 게 좀 아쉽네요. 그 기분을 다시 느끼기 위해 '친정집에 한 며칠 떨어져 있어볼까'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죠. 하하하."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6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남석형 기자(010-3597-1595)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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