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을 찾아서] (38) 조갑식 의령나무공예농장 대표

농촌과 예술이 만났다. 도시 아이들은 농경문화와 전통의 '새로움'에 푹 빠졌다. 의령 궁류면 나무공예농촌교육농장 이야기다.

나무공예농장은 농촌진흥청이 농업과 농촌이 가진 다양한 가치를 학교 교육과 연계해 아이들에게 농촌의 가치를 인식시키고,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지정한 농촌체험교육농장이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전통문화 체험, 투각 채색 체험, 곤충 투각 체험, 먹을거리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찾아가는 교육으로 우리 것 알리기 = 조갑식(58) 대표는 아내 최복실(56) 씨와 함께 이곳을 꾸리고 있다. 평소에는 조 대표 부부가 지역 학교 '방과 후 교실' 등에 수업하러 가고, 봄·가을 등에 아이들이 단체 체험을 하러 온다. 중학교 진로체험학습도 병행하고 있으며, 재능기부를 통해 다른 지역 학교를 찾아가기도 한다. 2008년부터 지역특성화 맞춤교육으로 지역 초교 교원들이 연수를 오고 있다.

조 대표는 전국농촌교육농장협의회 회장과 경상남도 농촌교육농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일찍이 불교 조각을 공부하다 1998년 인근에서 의령예술촌을 창립해 촌장직을 맡았습니다. 2003년 촌장직을 사임하고 불교조각 활동을 하면서 농촌의 미래지향적 발전 방안을 모색하다 2006년 농촌진흥청이 주관하는 농촌교육농장 사업을 알게 됐습니다. 이는 농업·농촌 공동체를 육성하던 농촌진흥청이 전문성을 갖춘 귀촌인을 활용해 농외소득 창출 방안을 찾기 위해 개별 농가를 육성하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농촌체험교육농장 관련 교육을 이수하고 2007년 나무공예농장 문을 열었습니다."

수능에만 맞춰진 현 교육 체계에서 학교 자체적으로 전통문화와 농경문화를 전달하는 기능은 미약하다는 진단 아래 농촌교육농장을 계획했다.

조 대표는 유아전통예술 관련 교육, 최복실 씨는 한국 문화 정체성과 관련한 우리 음식 교육을 받고 아이들 교육에 뛰어들었다.

조갑식 의령나무공예농장 대표가 버려지는 나무로 만든 솟대·장승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올해는 의령, 함안, 창원 등지 8개 학교 병설유치원과 계약해 주 1회 교육하러 간다. 보통 1년 단위로 계약하는데, 평소에는 조 대표 부부가 학교에 직접 찾아가 미술과 음식을 가르치고, 꽃 피는 봄이 오면 교육농장에 만들어진 비닐하우스에 야생화 등을 구경하러 아이들이 단체로 방문한다.

"우리 것에 대한 아이들 관심이 큽니다. 수업 시작 전 벌써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그림 학습이 그려져 있는 곳에 색칠하는 데 그쳤다면, 저는 그림 그리는 방법을 가르쳐 줍니다. 그리고 전통 오방색만 사용해 색칠하도록 하죠."

처음부터 호응받은 것은 아니다.

"2006년 말부터 교육농장에 올인했습니다. 교과부와 교육청, 각 지역 교육지원청, 학교 등을 끊임없이 노크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생소해 거부를 많이 당했습니다. 교사가 다 하는데 굳이 농촌까지 가서 무엇을 하겠느냐였죠. 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학교에는 야생화가 피는 과정, 형태, 꽃이 없을 때 그림으로 가르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죠."

   

◇아이들과 눈높이 맞추기 = 교육농장은 강사가 가르치고 싶은 내용을 아무렇게나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교과서를 중심으로 교과 과정에서 체험할 수 있는 내용을 찾아야 한다. 지역 특산물 등도 연계해서 교육한다. 예를 들어 망개떡 체험을 원하면 망개떡 만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망개떡을 감싸는 잎인 청미래덩굴을 그림으로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장승 만들기도 족두리 문양부터 의복까지 4시간 동안 이야기를 풀어내며 교육할 수 있다.

"스토리가 없으면 모든 것이 되지 않습니다. 희소성이 있어야 교육 집중력이 높아집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내용만으로는 좋은 교육이 되지 않아요."

교육 트렌드를 읽기 위해 각종 교육 박람회에도 참여했다. 시장 현실 안에서 방향성을 찾기 위해서였다. 여기에 마음과 정성을 더한다.

수업 첫 시간에는 아이들에게 사전설명을 한다.

"일 년 동안 무엇을 할 것인데, 여러분 생각은 어떠냐고 묻는 거죠. 그리고 그림을 그릴 때 서로 합의를 이뤄냅니다. 포도를 그리는 수업이라고 합시다. 그 교실에 학생 9명과 저, 그리고 교사가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잎을 몇 개 그리겠느냐, 포도 알을 몇 개 그리겠느냐고 묻습니다. 누가 9개라고 대답하면 또 다른 아이는 11개라고 합니다. 이유는 교실에 있는 사람이 11명이므로 한 알씩 먹으려면 11개가 필요하다는 거죠. 그렇게 하나하나 아이들 눈높이에 맞춥니다."

지난해까지 유치원 교육은 최복실 씨와 함께 다녔다. 아이들을 반으로 나눠 반은 그림을, 반은 진달래 화전·동지팥죽·강정 등 전통음식 만들기를 했다. 하지만, 올해는 조 대표 혼자 다닌다. 최복실 씨는 역량강화를 위해 농업기술원의 전통음식학교에서 약초발효 과정, 의령 농업기술센터 농업대학에서 산약초 과정을 공부하느라 바쁘다.

   

조 대표 활동에 의령군 농업기술센터 도움이 컸다. 의령군 농기센터는 농촌진흥청과 도 농업기술원의 협조를 받아 농가 소득 창출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고, 이러한 작업의 하나가 교육농장이다.

의령군 농기센터 박철종 과장은 "농민들 수준이 옛날과 다르다. 의령은 군 단위 지역이지만, 미래지향적이다. 기술을 가지고도 운영이 어려운 농민들에게 새로운 것을 보급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술관이 바뀌다 = 원래 조 대표는 소위 '예술을 한다'는 자부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불교 미술을 하면서 선조가 남긴 천년고찰에 지향점을 두고 예술을 알리려 했다. "오랜 세월 높은 예술을 찾아 살아왔으며, 굉장히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쓸모없이 버려지는 나무로 솟대와 장승을 만들고 그림을 그려 전달했을 때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겁니다. 그 모습을 보고 예술의 지향은 높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예술이란 가장 대중적이어야 한다고 터득했습니다. 예술관이 바뀐 겁니다."

조 대표는 지난해 8월 새로운 시도를 했다. 볼거리와 먹을거리, 체험거리를 결합해 '앉아서' 방문객을 불러 모을 행사를 마련한 것이다. '한국의 멋과 맛을 찾아서'는 골목에 차광막을 치고 예술 작품을 전시하고, 하우스에 관상용 화분, 한지공예, 나무공예, 전통음식 등을 선보였다.

   

"앞으로 계획은 1년에 4차례 행사를 해서, 한 달 행사로 나머지 두 달을 먹고 살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농특산물이나 공예품을 시장에 들고 나가면 시장 가격 영향을 받지만, 앉아서 팔면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올해 2~3번 행사를 추진해 내년에는 사계절 열릴 수 있도록 완성도를 높일 계획입니다." 올해 행사는 5월에 할 예정이다.

이렇게 '세상으로 나온 예술'은 2010년 결성된 '자굴산 아트센터'가 함께 하고 있다. 소비자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예술을 위해 차광막을 치고 골목 예술제를 연다. 이것이 뜻밖에 히트했다. 지저분한 시멘트 담벼락까지도 예술이 됐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마인드가 없으면 성공 못 합니다. 그리고 소득보다는 농경문화 보급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면 돈은 자연히 따라오더군요. 결국, 자가 능력 배양이 중요합니다. 스스로 역량강화를 하지 않으면 발전이 없고 한 발도 나아갈 수 없습니다."

<추천 이유>

◇강민정 의령군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 조갑식 대표는 나무공예농촌교육농장을 2007년 농촌진흥청에서 지정받아 7년째 운영 중입니다. 학교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이 쉽게 이해하기 힘든 다양한 전통문화와 각종 동·식물을 직접 관찰하고 이를 조각하는 색다른 체험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다른 많은 교육농장이 정부 지원에 의존하며 자립심을 키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무공예농장은 찾아오는 체험학습을 탈피해 학교와 교육청의 방과 후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 현재 8개 학교에서 교육하고 많은 학교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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