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게 이런곳] 함양 상림공원

함양을 떠나 객지 생활하는 이들이 고향을 그릴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이 있다. 함양읍내에서 도보로 500m 거리인 상림공원이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으로부터 1100년 전인 신라 진성여왕(?~897·재위 887~897) 때 만들어진 것이다. 당시 이 고을 중앙을 흐르는 위천은 적은 비에도 자주 범람했다. 이 때문에 백성은 물난리 걱정에서 벗어날 틈이 없었다. 이때 등장하는 인물이 최치원(857~?)이다. 당시 지금의 함양군수로 있던 최치원은 백성 시름을 덜기 위해 나섰다. 물길을 돌리고 둑을 쌓은 후 숲을 조성했다. 대관림이라 불리는 이 숲은 당시 길이 6km·면적 100만㎡(30만 2500평)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오늘날 토목공학 측면에서도 높이 평가받기도 한다.

   

이 숲에는 '효심'에 관한 전설 또한 스며있다.

최치원 선생 어머니는 이곳 숲에 왔다가 뱀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은 최치원은 상림에 달려와 '뱀·개구리·개미 같은 해충은 두 번 다시 이곳에 들지 마라'는 주문을 외웠다고 한다. 그때부터 이러한 생물이 더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곳 사람들은 "지금도 상림에 뱀·개구리·개미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얘기를 덧붙인다. 상림에 들르게 되면 이 말이 정말인지 확인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겠다.

그 예전 하나로 이어졌던 이 숲은 도시화·경작지 확대로 중간 부분이 끊겨 상·하림으로 나뉘었다. 이 가운데 하림은 군부대가 들어서면서 완전히 사라졌고, 현재 복원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상림은 1962년 12월 3일 '천연기념물 제154호'로 지정되었다. 현재 1.6km 둑을 따라 때죽나무·사람주나무·쪽동백나무·느티나무·서어나무·갈참나무 등 120종·2만여 그루가 있다. 상림 고유수종이 아닌 은행·감·배·복숭아·뽕나무 등과 인공시설물은 연차적으로 제거할 계획이다.

   

함양 사람들은 저마다 상림에 대한 추억을 한 가지씩 안고 있다. '함양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와본 장소일까'라는 질문이 무의미할 정도다.

좀 어릴 때는 올챙이를 잡았던, 중·고교 때는 군민 축제를 위해 동원되는 장소로 기억된다. 스무 살 넘어서는 연인과 사랑을 속삭이는 공간으로 다가온다. 밤에는 가로등이 많지 않아 우범지대로 인식되던 때도 있었다 한다. 군중 모일 곳이 마땅치 않던 시절에는 집회 장소로도 활용됐다. 1947년 1만여 명이 모인 '7·27 인민대회'를 비롯한 크고 작은 집회가 상림에서 열렸다.

오늘날은 '휴식'같은 존재다. 소풍 온 유치원 아이들이 손을 잡고 곤충과 얘기하는, 노부부가 세상 시름 던지고 자연을 벗 삼는 곳이다.

   

함양 상림은 이 지역 8경 가운데 1경에 속해있다. 사계절에 따른 매력이 저마다 있다. 특히 여름에 찾으면 흐르던 땀도 어느새 사라질 정도의 시원한 매력이 있다.

이곳에는 각종 유적도 자리하고 있다. 이온리 석불(도 유형문화재 제32호)·함화루(도 유형문화재 제258호)·문창후 최치원 선생 신도비(도 문화재자료 제75호)·하양 척화비(도 문화재자료 제 264호) 같은 것들이다.

연꽃단지는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며, 공원 앞에는 120대를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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