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바람난 주말] (60) 양산 통도사

남쪽 나라에는 봄이 상륙했다. 제아무리 꽃샘추위가 시샘을 부려도 가지마다 맺힌 꽃망울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 속이 꽉 찼다.

'산사의 봄'을 찾아 떠난 곳은 매화꽃 붉은 향기에 취한 영축총림 통도사.

통도사 톨게이트를 지나 계곡을 따라 소나무 샛길을 달리다 보면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아직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나무들은 겨울의 흔적을 버리지 못했다. 직진을 하면 주차장과 산내암자로 들어가는 입구다.

맑디 맑은 물을 옆에 끼고 걷다 보면 일주문 옆 징검다리 '삼성반월교(參星半月橋)'가 눈에 들어온다. 삼성반월은 '마음 심(心)'을 풀어쓴 것. 삼성은 세 개의 점을, 반월은 나머지 한 획을 나타내는데, 따라서 '삼성반월교'는 곧 '일심교'를 의미한다. 깨끗한 한가지 마음으로 건너야 하는 다리라는 뜻이다. 다리에는 난간도 없고 폭도 좁다. 이 다리에서 헛된 생각으로 정신을 못 차리면 떨어질 수 있음을 일깨운다.

양산 통도사에도 봄이 찾아왔다. 전국에서 모인 출사객들이 만개한 매화를 찍고 있다.

괜스레 마음을 다잡고 다리를 한번 건넌 뒤 경내로 들어갔다.

'통도(通道)'라는 절 이름은 전국의 많은 승려가 이곳에서 득도한다는 뜻을 담고 있기도 하고, 만법에 통달하여 일체중생을 제도한다는 뜻도 있다. 또 통도사가 깃들어 있는 영축산(또는 영취산)이 인도 영축산과 통한다는 의미도 있다.

통도사는 불상이 없는 것이 큰 특징인데 이는 대웅전 뒤편의 금강 계단에 진신사리를 봉안했기 때문이다.

마침 음력 초하룻날이기도 했지만 산사의 봄은 고요하기보다는 설레어 있었다.

   

봄에 통도사가 들썩이는 가장 큰 이유는 통도사 영각 옆에 있는 수령 350년이 넘었다는 곱디고운 홍매화가 이른 봄 꽃망울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유난히 길고 추웠던 겨울. 덕분에 매화 피는 시기는 다소 늦어졌다. 매화가 늦게 피면 해충 피해를 덜 입어 가을에 매실 수확이 좋단다.

백매화가 단아하고 청아하다면 홍매화는 열정적이다. 야윈 듯한 가지 위에 점점이 붉은색에 흰색 물감을 조금 떨어뜨린 듯한 화사한 홍매화는 청명한 봄 하늘과 조화를 이뤄 이글이글 타는 듯한 모양새다.

꽃 소식을 듣고 찾아온 사진작가와 사람들이 매화나무 주위를 겹겹이 싸고 있다.

   

허리를 있는 힘껏 뒤로 젖혀 연방 스마트폰 셔터를 눌러대는 관광객들과 삼각대 위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신중히 셔터를 눌러대는 작가들로 부산하다.

"렌즈에만 담지 말고 마음에 한번 담아봐라." 렌즈만 들이대는 딸에게 엄마가 툭 한 마디 던진다. 앵글 속의 홍매화만 감상할 것이 아니라 맨눈으로 봄을 감상하는 여유가 먼저이지 않을까 싶다.

매화꽃 향기를 찾아온 것은 사람들뿐만 아니다. '윙∼윙' 매화꽃에 취한 벌들이 카메라를 들이대건 말건,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건 말건 꽃봉오리 속으로 몸을 비집고 들어간다.

홍매화 감상을 마쳤다면 들뜬 마음을 살짝 가라앉히며 느린 걸음으로 사찰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통도사의 가람 형태는 신라 이래 전통 법식에서 벗어나 있다. 냇물을 따라 동서로 길게 배치된 산지도 평지도 아닌 구릉 형태로서 탑이 자유롭게 배치된 자유식의 형태로 갖추고 있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한 상로전(上爐殿)과 통도사 건물 중 가장 오래된 대광명전을 중심으로 한 중로전(中爐殿), 그리고 영산전을 중심으로 한 하로전(下爐殿)으로 구분된다.

현존 건물들은 임진왜란 때 대부분 전각이 소실된 후, 여러 차례 중건과 중수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경내에는 12개의 큰 법당이 있고 영축산 내에는 20여 개의 암자가 들어서 있으며 전각의 수는 80여 동에 이른다.

◇통도사(www.tongdosa.or.kr)

△주소 =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583.

△입장료 = 성인 3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초등학교 3학년까지 입장료 면제).

△주차료 = 15인승 이하 2000원. 15인승 이상 3500원.

<인근 맛집 - 통도식당>

-더덕구이·산채비빔밥…입 속에도 봄

눈으로 봄을 느꼈다면 입도 봄을 느낄 차례.

통도사 입구에는 쑥, 취나물, 원추리 등 봄을 알리는 각종 나물을 들고 나온 할머니들이 좌판을 폈다. 겨우네 말린 고사리와 정성스레 껍질을 깐 하얀 속살을 드러낸 더덕이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린다.

통도사 입구에는 산채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경기식당과 부산식당, 그리고 통도식당은 그 중에서도 맛있기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통도식당(양산시 하북면 순지리 624-62, 055-381-4445))에 자리를 잡았다.

산채비빔밥과 더덕구이, 원추리나물과 보들보들한 고사리 등 밑반찬부터 봄을 알린다.

각종 재료가 넉넉히 담긴 걸쭉한 된장찌개도 놓였다. 채 열기를 식히지 못한 더덕구이도 모습을 보인다. 달큼하면서도 개운한 양념이 깊이 밴 더덕은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각종 나물로 고명을 올린 산채비빔밥을 맛난 고추장에 쓱쓱 비벼 한 그릇 뚝딱 해치웠다. 봄은 그렇게 오고 있다. 산채비빔밥 7000원, 더덕구이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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