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맛집] 창원시 산호동 '홍야끼동'

한때 들불처럼 번져나간 프랜차이즈 음식이 하나 있었다. 바로 '우동'이다.

동네 언저리마다 파란색 간판에 '○우동'을 내걸고 우동을 비롯한 각종 분식류를 저렴한 가격에 파는 집들이 성행했다. 이름도 '장우동', '황우동', '왕우동' 등 다양했다. 왕복 2차로 도로를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진 프랜차이즈 우동집이 생길 정도로 경쟁도 심했다.

소비자들은 이들 업체의 유치한 이름짓기 싸움에 코웃음을 치기도 했다. 몇몇 우동집은 아직도 명맥을 이어가고 있긴 하다. 하지만 한창 번성했을 때보다 그 수가 많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쇠고기 샤브샤브./김구연 기자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음식문화가 성숙하면서 프랜차이즈 업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짐과 동시에, 해외여행 확산으로 '정통' 국외 음식에 대한 정보와 수요가 증가한 것이 주요 원인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좀 더 '수준 높아진' 대중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음식점 또한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마산합포구 산호동 '홍야끼동' 역시 그런 집 중 하나다.

'홍야끼동'은 우동을 비롯해 소고기 샤부샤부, 스키야키(일본식 불고기 전골 요리) 등 일본 가정에서 흔히 먹는 음식을 주요 메뉴로 내놓고 있다.

그래서 식당 테마도 '정통 일본 가정식 전문점'으로 잡았다. 가게 이름도 자신의 성(姓)씨에 일본식 고기구이인 '야끼니꾸'와 '우동' 앞뒤 글자를 따 '홍+야끼+동'으로 지었다.

홍수민 사장은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이 내놓는 우동에 대해 "정통 식사용이라기보다 분식 레벨로 보는 것이 맞다"며 "육수 또한 직접 우려내지 않고, 업체 공장에서 만든 조미료 원액을 물에 타 끓여내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못박는다.

음식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이 있는 홍수민 사장은 모든 음식의 육수를 직접 뽑아 만든다.

다시마와 가쓰오부시를 주재료로 하는 일본 동경식 육수에 국내산 표고버섯을 더해 맛을 낸다. 다른 조미료 없이 이들 재료만 1시간 정도 끓이면 개운한 맛이 살아 있는 육수가 완성된다.

이렇게 완성된 육수는 다른 요리인 소고기 샤부샤부와 스키야키 등에도 사용된다.

홍수민 사장이 '정통 일본 가정식'을 하게 된 것은 대학에서 실습을 나갔을 때부터다. 창원전문대학 식품영양학과에 다니던 그는 마산 로얄호텔 실습생으로 들어가면서 요리계에 본격 발을 담그게 됐다. 이후 1년 뒤 마산 창동 코아양과 지하에 있는 일본 음식 전문점 '코아정'에 들어갔다.

야끼우동./김구연 기자

이곳에서 일본인 요리사 '노기' 씨를 만나게 되면서 우동, 샤부샤부, 스키야키, 야키니쿠 같은 일본 가정식을 전공으로 삼았다. 일본인 요리사 밑에서 도제식으로 5년을 배웠으니 굳이 일본을 가지 않아도 일본 음식을 전문적으로 하게 됐다.

홍야끼동이 주력하는 메뉴는 각종 우동류와 소고기 샤부샤부가 있다. 개업 초기에는 야키니쿠를 팔았는데, 워낙 마니아적 음식이라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그래서 전문인 샤부샤부로 업종 전환(?)을 했다. 매출도 전문 분야인 소고기 샤부샤부로 돌아서면서 이전보다 많이 늘어났다.

먼저 우동 중에 새우튀김 우동을 맛봤다.

별다른 조미료가 들지 않은 우동 육수는 말 그대로 시원하면서도 개운하다. 프랜차이즈 우동에서 나는 인위적인 단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다시마에서 나는 은은한 해조류 맛이 혀에 살짝 감아 안기며 바다 맛을 전한다. 면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직접 뽑아 썼지만, 협소한 주방 환경에 따른 보관상 어려움 탓에 전문생산업체에서 만드는 사누키 면을 받아 쓴다.

특히 고명으로 얹어진 튀김이 예사롭지 않다. 새우는 중하(中蝦) 정도 크기로 노릇노릇 잘 튀겨진 것이 눈으로나 입으로나 오감을 자극한다. 튀김옷이 두툼한 편인데 새우도 만만치 않게 살이 통통해 튀김 특유의 바삭함과 고소함, 새우 특유의 담백하면서도 달큰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새우튀김은 입이 큰 사람도 세 번에 나눠 먹어야 할 정도로 큰 데다 그릇에 두 개나 올라 있으니 보기만 해도 든든하다. 새우튀김은 술과 후추로 미리 밑간을 해둔 새우를 우동 주문이 들어오자마자 밀가루, 계란, 빵가루를 묻혀 튀겨내는 덕분에 살아 있는 맛을 즐길 수 있다. 이처럼 홍야끼동 음식은 미리 만들어 놓은 것 없이 대부분 주문과 동시에 이뤄진다.

소고기 샤부샤부도 마찬가지다. 주문 즉시 신선한 채소를 물에 씻어 나무 그릇에 담아낸다. 미리 준비한 육수는 손님상에 놓인 버너 위에서 은근히 끓여진다.

육수와 함께 나오는 채소로는 쑥갓, 치커리, 쌈케일, 시금치, 숙주나물, 새 송이·느타리·팽이·표고 버섯 등 모두 11가지나 된다. 이들 모두 가까운 산호시장에서 구입하는데, 필요에 따라 도매 행상 차량에서 들이기도 한다.

소고기는 불고기용으로 흔히 쓰는 알목심을 사용하는데, 눈부실 정도로 선명한 선홍빛 색깔이 신선함을 대변한다.

철판돈까스./김구연 기자

시원 담백한 육수에 고기를 살짝 담갔다가 핏기가 사라지면 각종 채소와 함께 참깨를 푼 폰즈 소스에 곁들이면 된다. 채소류가 다양한 만큼 고기를 어떤 재료와 함께 싸서 먹느냐에 따라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덕분에 골라 먹는 재미도 있다.

각종 채소에는 섬유질이 많고, 알목심 부위는 지방질이 적은 데다 육수에 한 번 데치면 기름기도 빠져 누구나 다이어트 부담없이 즐겨 먹을 수 있어 좋다. 소고기가 잠시 몸을 담근 샤부샤부 육수는 우동 국물과는 또 다른 깊은 풍미를 자아낸다.

일본인들은 집에서 식사를 하면서 가볍게 맥주 한 잔을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따사로운 봄날 점심. 홍야끼동에서 정통 일본 가정식과 함께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나른한 오후에 활력을 더하는 것도 매력적인 일상을 만드는 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메뉴 및 위치>

   

△유부우동 4500원 △김치우동 5000원 △우동스키 5500원 △새우튀김우동 6000원 △소고기우동 6000원 △새우가츠동 6000원 △새우철판가스 6000원 △철판 돈가스 6000원 △치즈새우나베 7000원 △소고기 샤부 1만 원(1인분 130g) △스키야키 1만 원(1인분 130g) △김치돈가스 전골 1만 3000원.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 26-1. 055-221-3660.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