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벌레…몸길이 1㎝ 내외지만 70㎝ 뛰어올라

◇봄이 오는 소리

경칩도 지나 산개구리 소리가 호르륵호르륵 들리는 산길을 걸으면 길섶 사이로 따뜻한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오는 봄과 함께 수풀 속에도 작은 벌레들이 분주히 봄을 맞을 준비에 한창이다.

◇거품벌레의 생태

어릴 적 숲을 걸을 때, 오솔길 옆 작은 풀꽃과 나무의 가지 사이로 하얀 거품을 발견하고는 "그 거품 속에는 무엇이 살고 있을까?" 궁금했던 생각이 난다. 나중에 거품을 걷어보니 그 곳에 작은 애벌레가 숨어 있어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거품벌레는 주로 4~6월에 숲 속의 쑥이나 산딸기 등의 떨기나무 가지사이, 버드나무 등에 거품을 내어 그 속에서 애벌레 상태로 있다가 어른벌레로 자란 후 나무의 즙을 빨아 먹으며 살아간다.

거품벌레는 나무나 풀 수액을 이용해 천적·태양빛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거품을 만든다. /김인성

◇벼룩을 능가하는 높이뛰기 선수

자연 속에서 높이뛰기선수는 벼룩이라 알려졌지만, 사실은 거품벌레라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의 케임브리지대 동물학과 교수인 버로스가 고속카메라로 촬영한 결과, 몸길이 1cm 내외에 불과한 거품벌레가 무려 70cm를 뛰어오르는 것으로 관찰되었는데, 사람으로 치면 63빌딩의 높이를 뛰어오른 셈이다.

이는 1910년 미국 연구진의 실험 결과 최고 33cm 뛰어오른 몸길이 3mm인 벼룩을 능가하는 결과이다.

거품벌레가 높이 뛰는 비결은 한 쌍의 뒷다리에 연결된 가슴근육의 저장된 에너지를 스프링처럼 순간적으로 방출시키는 것이다. 거품벌레는 자기 몸무게의 400배보다 강한 힘을 내어 벼룩보다 3배 빠른 속도인 초속 3.1m로 뛰어 오른다. 거품벌레가 이렇게 뛰어오르는 이유는 바로 적을 피해 빨리 도망치기 위해서일 것이다.

몸길이 1㎝ 내외에 불과한 거품벌레는 무려 70㎝를 뛰어오른다. /김인성

◇거품의 의미

거품의 재료는 나무나 풀의 수액인데, 몸길이 1cm도 안되는 거품벌레 유충은 조그마한 배를 수축시켜 자신의 분비물에 공기를 불어 넣어 거품을 만든다. 이것은 보통 침이나 거품에 비해 끈끈해서 좀처럼 꺼지지 않는 특징이 있다.

거품벌레 습성은 배꽁무니 항문에서 나오는 액체성 물질과 마지막 배마디 분비샘에서 나오는 점액성 물질을 혼합하여 자신의 주위에 뿌려 놓는데, 이는 거품 속에 스스로 몸을 숨겨 외부의 적이나 천적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할 수 있으며, 이 거품 때문에 유충은 연약한 피부를 뜨거운 태양빛으로부터 보호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어른벌레가 되어 날개를 갖게 되면 더 이상 거품은 만들지 않아도 된다.

혐오감 나는 거품을 내어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거품벌레를 통해 거친 세상에서 적절하게 살아남는 작은 지혜를 얻는다.

/김인성(창원교육지원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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