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 야구팬 임성득 씨

바야흐로 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지난 9일과 10일 마산야구장에서 NC 다이노스와 넥센의 시범경기가 열리면서 지역 야구팬의 열정은 다시 불타올랐다.

9일 마산야구장 1루 관중석에는 NC 다이노스의 상징인 '공룡' 옷을 입은 이가 눈에 띈다. 김해 진영에서 온 임성득(34) 씨도 야구의 계절을 반기고 있는 팬이다.

"공룡 옷에 대한 특별한 의미는 없어요. 개인적으로 NC가 1군에 진출하는 기념으로 마련한 응원 도구예요. 그런데 꼬마 야구팬들이 '와, 공룡이다'하며 신기해하고 좋아해 주니 저도 기분이 좋죠."

임 씨는 한 손엔 작은 확성기를 들고 뿔이 달린 공룡 옷을 입고서 열심히 "NC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그는 종종 카메라를 들이대는 꼬마 팬들에게도 친절하게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포즈도 취한다.

9일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넥센의 시범경기에서 임성득 씨가 응원을 하고 있다. /김희곤 기자

임 씨는 원래 롯데 자이언츠의 팬이었다. 롯데의 전성기(1991~1993년) 시절부터 자연스레 야구에 빠졌다. 부산을 연고지로 했던 롯데를 항상 응원했다. 마음속으로만.

"부산 사직구장엔 단 한 번도 가보질 않았어요(웃음). 어릴 땐 창원에 살았는데, 그래서인지 부산은 멀고…. TV로, 마산에 올때, 또는 마음속으로 응원했죠."

2011년 프로야구 9구단이 추진됐고 NC는 창원을 연고지로 한 NC 다이노스를 창단한다. 임 씨는 NC로 갈아탔다. 가장 큰 이유는 내 고향 창원이었기 때문이다. 임 씨는 그동안 롯데를 응원하면서도 직접 야구장에 가서 목소리 한번 내지 못한 게 아쉬웠단다.

하지만 창원은 달랐다. 일단 심리적 거리가 가까웠다. 지난해 퓨처스리그부터 NC 선수들에 힘을 보태고자 마산야구장을 찾고 있다.

"또 롯데 프런트도 탐탁지 않았어요. 대표적으로 최근에 홍성흔과 김주찬이 이적한 후에 '유니폼 반값 떨이' 행사는 정말…. 그건 아니잖아요?"

사실 NC가 창단하기 이전까지 롯데를 향한 옛 마산·창원 팬들의 '애증'은 대단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그래서 창원시에는 임 씨처럼 롯데의 프런트에 실망하고 NC로 돌아선 팬들도 많다.

임 씨는 공룡 옷 안에 '김태우' 선수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김태우 선수를 특별히 응원하는 것일까.

"하하하. 솔직히 나성범 선수 유니폼을 사고 싶었는데 워낙 인기가 좋아 다 팔리고 사이즈가 없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NC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김태우 선수의 유니폼을 샀죠. 작년부터 나성범 선수에게 눈길이 가더라고요. 지금은 손바닥 부상 때문에 2개월가량 나오지 못한다던데 빨리 복귀했으면 좋겠어요."

창원시 새 야구장 진해 결정에 대한 의견도 물어봤다. 그는 진해 결정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저는 김해 진영에서 오는데, 마산이나 진해나 움직이는 시간은 비슷비슷해요. 그런데 제 생각에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야구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스포츠를 정치논리·나눠 먹기 식으로 풀어내는 모습에서 시의회나 창원시 행정에 정말 실망했어요."

경기 중 3루 수비수 모창민의 실책이 나왔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임 씨는 확성기로 "정신 안 차리나. 똑바로 안 하나"라고 다소 거칠게 질책한다. 하지만 이 또한 애정어린 응원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임 씨는 "시범경기니깐 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단점을 보완할 때 같아요. 시즌 개막하면 달라지겠죠. 현실적으로 올해 NC는 6~7위를 할 것으로 예상해요. 물론 4강 이상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요. 진정한 팬이라면 승부를 떠나 선수들에게 신뢰를 보내줘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김경문 감독의 '믿음의 야구'를 믿어요."

이런 팬들 때문에 선수들은 힘이 날 것이다. 9일 중간계투로 투입됐던 NC 윤형배 선수는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많이 와서 너무 들떴다"라고 했다. 선수들은 신경 안 쓰는 듯하지만 팬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바로 임성득 씨와 같은 팬들의 작은 목소리 하나하나가 소중한 이유다.

임 씨는 앞으로도 계속 '초록색 공룡 옷'을 입고 마산야구장을 찾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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