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김부홍·호혜란 부부

연애기간 6개월. 그리고 결혼. 남들과는 다른 초스피드 부부. '뭐가 이렇게 빨라'라는 말이 절로 나오지만, 당사자인 김부홍(27)·호혜란(26) 부부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오히려 "그만큼 사랑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겠느냐"며 한 입을 모아 말하는 당찬 부부. 지난 2010년 2월 28일 결혼해 벌써 두 아이 부모가 된 둘은 잠시 옛이야기를 꺼냈다.

둘은 모두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인구가 많지 않은 소지역인지라 같은 초등학교, 중학교에 다닌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알게 된 것은 중학교 시절. 물론,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전교생을 다 알 수 있을 정도로 소소했던 학창시절은 두 사람을 자연스럽게 엮어주었다.

"사실 혜란이나 저나 공부만 하는 모범생은 아니었죠. 게다가 적은 학생 수이다 보니 더 눈에 잘 띌 수밖에 없었죠. 서로 장난도 많이 치고 가끔은 어울려 놀기도 했죠."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단순히 동네 오빠·동생으로 지낼 뿐 별다른 감정을 만들지는 않았다. 이는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전과 달리 다른 학교로 진학한 둘은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 '친한 오빠·동생 사이'로만 남았다. 혜란 씨는 "그 당시에는 연애감정이랄까, 그런 게 딱히 생기지는 않았죠. 어쩌면 너무 편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부홍 씨는 곧바로 군대에 갔고, 혜란 씨도 대학에 진학하며 둘은 멀어졌다. 그래도 한 번 맺은 인연의 끈이 쉽게 끊어지지는 않았다. 부홍 씨가 휴가를 나올 때나, 방학을 맞은 혜란 씨가 집으로 내려올 때면 둘은 묘하게 잘 마주쳤다. 만남이 잦아지자, 두 사람 사이에 학창시절에는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었다.

   

"군대에 있으면서 혜란이에 대한 마음을 정리해봤어요. 늘 옆에 있을 것만 같은 사람이 갑자기 없어졌다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한 마디로 보고 싶었죠."

이는 혜란 씨도 마찬가지였다. 대학에 진학했지만 부홍 씨만큼 자신을 잘 챙겨주고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기는 어려웠다. 그렇게 둘은 서로 소중함을 일깨웠다. 부홍 씨가 전역을 한 2009년 9월에 두 사람은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했다. 10년 가까이 알고 지내왔지만 서로 몰랐던 부분을 채워가며 '당당한 연애시대'를 만들어 갔다. 그러던 중 고비가 찾아왔다.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일이 닥쳤어요. 오죽했으면 혜란이와 헤어지려 했으니까요."

하지만, 혜란 씨 사랑은 부홍 씨가 생각하는 것만큼 얕지 않았다. 혜란 씨는 부홍 씨 사정을 다 들어주고 이해해주며 부홍 씨에게 닥친 일이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줬다. 부홍 씨가 혜란 씨와 결혼을 결심한 것도 그때였다. 연애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평생 혜란 씨 곁에서 그동안 받은 사랑을 다 갚아나가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다. 그리고 혜란 씨에게 정식 청혼했다.

"정말 놀랐죠. 사실 아무런 준비 없이 무턱대고 받은 청혼이었으니까요. 그래도 이 사람이라면 내 평생을 맡겨도 되겠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어요. 도도한 척 살짝 빼 보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갑작스러운 결혼 소식에 가장 놀란 것은 혜란 씨 부모님이었다. 두 사람 모두 결혼을 말하기에는 비교적 어린 나이였기에 걱정과 안타까움이 앞선 까닭이다. 그리고 이는 완강한 반대로 이어졌다. 인사를 하고자 찾아갔던 혜란 씨 집에서 문전박대도 당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포기하지 않았다. 혜란 씨는 대화로 부모님을 설득했고, 부홍 씨도 한결같이 성실한 모습으로 장인·장모님 마음을 움직였다. 그리하여 한 평생 반려자로 서로를 맞이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부부도 참 못났죠. 부모님 속 많이 썩이면서 결혼했으니 말이죠. 앞으로 다 갚아나가야죠. 혜란이에게 받은 사랑을 갚아나가겠다는 처음 다짐을 두 배, 아니 그 이상으로 키워 부모님께 돌려드릴 거예요."

주변 사람들은 지금도 가끔 묻는다. 혹시 그렇게 빨리 결혼한 이유가 어려운 일을 함께 헤쳐나갔다는 사정 외에 '속도위반' 때문은 아니냐고. 그럴 때마다 둘은 웃으며 대답한다.

"무슨 소리예요. 우리는 철저하게 허니문 베이비예요."

웃음 속에 감춰진 진실은 두 사람만이 알 뿐이다.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6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남석형 기자(010-3597-1595)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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