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뭐합니까]정연희 경남도의원

사진 기자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사진 기자는 '편하게', '평소 하던 대로', '의식하지 말고' 등을 계속 요구하며 셔터를 눌렀다. 처음 어색했던 웃음이 겨우 자연스러워졌다. 긴장했던 어깨도 풀리며 자세도 차츰 편안해졌다.

"매체와 가깝게 접하는 게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가 봐요."

정연희(61·새누리당·창원3) 도의원이 웃으며 말했다. 정연희 의원은 경남도의회 건설소방위원회와 의회운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5대 창원시의원으로 활동했고 지난 2010년 지방선거를 거쳐 도의원으로 활동하게 됐다.

"다문화가정과 가족을 지원하는 일에 관심이 많아요. 그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정연희 경남도의원./박일호 기자

"일단 다문화가정 주부 주변에 편이 없어요. 가장 가까운 가족, 특히 남편부터 너무 무관심한 거예요. 이들에게 조금만 관심을 주면 더 잘 적응하면서 가정생활도 훨씬 행복하리라 생각했어요."정연희 의원이 다문화가정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4~5년 정도 됐다. 당시 창원시의원이던 그는 개인적인 모임을 통해 다문화가정 지원 프로그램을 접하게 됐다. 막연하게 힘들겠다고 생각했던 다문화가정 주부의 현실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갑갑했다. 무엇보다 멀리서 온 이들에게 당장 편이 돼 줄 사람이 없다는 게 안타까웠다.

정연희 의원이 만났던 주부는 베트남, 중국, 조선족 출신이 많았다. 어쩔 수 없이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막상 몇 번 만나니 의사소통 문제는 큰 부담이 아니었다. 그들이 어느 정도 기본적인 한국어를 조금씩은 하는데다가 정 의원이 보기에 그들은 그냥 딸이나 다름없었다. 만남이 잦아지자 의사소통 부분에서 벽은 없었다. 의사소통보다 더 두꺼운 벽은 그들 가정에 있었다.

"남편이나 시어머니가 외출하는 것을 그렇게 꺼려요. 처음 다문화 가정주부들이 모여서 서로 정보도 교환할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것을 운영했는데, 그 자리 오는 것도 집에서 싫어하더라고요."

정 의원은 지역에서 뜻이 맞는 사람과 함께 다문화가정 주부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이왕이면 기술을 배워서 사회생활과 살림에 모두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차(茶) 또는 요가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게 여러 사람과 힘을 모았다. 다행히 많은 사람이 힘을 모아서 이 같은 활동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프로그램을 통해 차 문화를 배웠던 다문화가정 주부가 교육 자격증을 따서 지금은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주부에게 도움을 주는 모습을 보면 가장 보람 있지요. 처음 일을 시작할 때 가장 바라던 모습이기도 하고요."

물론 이 같은 일에는 어려움도 따른다. 가장 먼저 이런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창원시에서 신경 써서 공간을 확보해주지 않으면 언제라도 자리를 옮겨야 한다. 다문화가정 지원 예산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않는 점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예전보다 다문화가정 지원 예산이 많이 늘었어요. 하지만, 이들 예산이 효율적으로 배분되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성격이 비슷한 예산은 합치고,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쪽으로 운영돼야겠지요."

정연희 의원은 '다문화가정 센터'라는 이름으로 독립된 건물을 운영하기를 바랐다. 넉넉한 공간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고, 아울러 흩어진 다문화가정 지원 예산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남은 임기 동안 그런 일을 추진할 수 있는 기틀이라도 닦아놓으면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

"시의회·도의회 각각 특징이 있는데 아무래도 시의회가 현장감에서 더 친밀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도의회는 아무래도 다룰 영역이 더 넓어서인지 현장감은 상대적으로 떨어지지요."

정연희 의원은 앞으로 다문화가정 주부는 물론 아이들까지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각 분야 전문가와 구상할 계획이다. 정 의원은 다문화가정이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지 않을 때 우리 사회가 더 풍부해질 수 있다고 보는 쪽이다.

"제 지역구가 옛 주택가라서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민원이 많은데, 민원 처리 잘 못해도 늘 도와주시는 유권자에게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늘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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