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바람난 주말] (59) 의령 자굴산 치유수목원

휑하기만 했던 나뭇가지에 초록의 향연이 시작될 조짐이다. 가끔 온몸을 감싸는 따사로운 햇살이 마냥 고맙기만 하다. 싱그러운 초록이 그리웠던 긴 겨울이 끝나가고 있다.

봄을 알리는 전령사를 찾아 떠난 곳은 의령군 자굴산 치유수목원(옛 목도 수목원, 의령군 가례면 가례로 327-22, 055-574-4458∼9). 국내 1호 치유수목원으로 등록되어 있다.

수목원 입구에 차를 대면 살짝 입구가 헷갈릴 수 있다. 하지만 주차장 맞은 편 흙길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대나무숲 길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국내 1호 치유수목원으로 등록된 의령군 자굴산 치유수목원에서는 음이온 가득한 죽림욕을 즐길 수 있다.

짙은 초록의 대나무가 끝간 데 없이 솟아 있다. 대나무 사이로 햇살이 숨바꼭질을 한다. 대나무 숲 속에서 볼을 스치는 바람이 살짝 차갑다. 하지만 바람이 부는 대로 '솨∼' 소리를 내는 대나무 잎 소리는 마냥 시원하게 느껴진다.

죽림욕이 가능할 만큼 대나무가 촘촘히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죽림욕은 음이온 발생량이 일반 숲보다 10배가량 많고, 혈액을 맑게 해주고 저항력을 향상시켜 건강에 도움을 준단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이즈음 대나무 숲 속에 담가본다면 곧은 자태와 달리 따뜻이 안아주는 듯하다. 대나무 숲길 옆으로 올라가다 보면 일준부채박물관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부터 자굴산 치유수목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수목원과 부채박물관을 체험하려면 입장료(어른 5000원, 단체 4000원, 청소년 3000원)를 내야 한다.

발길이 닿는 순서대로 시작하자. 부채박물관 안으로 들어갔다. 조선시대 전시관 근현대 전시관, 중국·일본 전시관 등 4개 전시실로 구성돼 있는데 부채의 역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추사 김정희, 운보 김기창 등의 그림이 담긴 부채를 비롯해 600여 점의 귀한 부채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깃털로 만든 부채, 화려한 색감의 부채 등이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다시 자연 속으로 몸을 옮겼다. 수목원에는 1300여 종 15만여 그루의 각종 수목이 심어져 있다. 자굴산치유수목원은 나무가 주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숲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물질에 테르펜이 있다. 피톤치드가 주로 미생물에 대항하기 위한 항균물질이지만 테르펜은 피톤치드 역할을 하면서도 신체에 흡수되면 신체의 활성을 높이고 피를 잘 돌게 한단다. 마음이 안정되고 살균작용도 겸한다. 깊은 숨을 내었다가 들이마신다.

특히 수목원에는 폭신폭신한 톱밥 길이 인상적이다. 신발을 신고 있음에도 그 폭신함에 발바닥이 말랑말랑해지는 기분이다. 톱밥 길로만 선택해서 걸어도 웬만한 코스를 다 돌아볼 수 있다. 시설과 코스도 다양하다. 음이온워킹코스, 마사이워킹코스, 맨발워킹코스를 비롯해 피라미드 명상 코스 등을 가벼운 등산을 하는 기분으로 돌아보면 그다지 힘도 들지 않는다. 여느 수목원들이 평지를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면 자굴산 치유수목원은 숲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등산과 산책의 중간쯤의 여유와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자굴산 치유수목원은 숲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등산과 산책의 중간 정도의 운동도 할 수 있다.

겨울의 한기가 채 가시지 않았는데 풍년화가 꽃을 피웠다. 올봄 처음 만나는 꽃이다. 노란색의 야리야리한 꽃잎의 풍년화는 겨우내 꽃눈을 품고 있다가 어느 꽃보다도 더 먼저 봄 소식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봄의 전령사'란다. 구겨진 한지 같은 꽃잎이 겨우내 추위와 바람에 흔들렸던 고난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도 그것을 이겨내고 발산하는 샛노란색의 생명력이 마냥 반갑기만 하다.

'꽃이 만발하면 풍년이 든다'는 뜻의 풍년화를 마주하니 올 한해 마음만은 풍년이 들기를 바라본다. 꽃을 보자 아이는 반사적으로 향기를 맡으려고 코를 들이댄다.

노란색 풍년화가 신기한지 아이가 만져보고 있다.

자굴산 치유수목원(www.jagulsan.com)은 이달 말께부터 '힐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직장인을 위한 주말 1박 2일 프로그램을 비롯해 2박 3일, 5박 6일 치유 및 기력회복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폭신한 톱밥 길을 따라 초록의 숲 길을 걷고,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여리지만 강한 풍년화와 마주하니 다가올 봄이 더욱 기대된다.

◇수목원 이용 안내 △여름철 오전 9시∼오후 6시(입장 오후 5시까지) △겨울철 오전 9시∼오후 5시(오후 4시까지 입장) △부채박물관은 월·화요일 휴관. △수목원은 연중무휴.

수목원을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피라미드 명상코스.

<숲길을 걸으면 어떤 점이 이롭나?>

◇음이온을 흡수한다 = 음이온은 신체의 생리작용이 원활해지고 자연 치유력이 높아져 세포를 활성화해준다. 맥박을 안정시키고 피로를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피톤치드를 마신다 = 피톤치드는 '식물'이라는 뜻의 '피톤(Phyton)'과 '죽인다(cide)'를 합성한 말로 식물이 해충, 곰팡이에 저항하려고 내뿜는 물질을 말한다. 피톤치드는 어느 한 물질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며 신체의 활성을 높이고 피를 잘 돌게 하는 테르펜을 비롯해 페놀화합물, 알칼로이드 성분 등을 포함하는 휘발성 항균 물질을 총칭한다. 모든 식물은 항균성 물질이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피톤치드를 함유하고 있다.

◇오르막길 내리막길 = 오르막길을 걸으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효과가 있고 내리막길을 걸으면 혈당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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