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공감] 신입생 맞은 대학가

겨우내 한산했던 대학가가 신입생을 맞았다. 여기저기 '깔깔깔' 웃음소리가 넘쳐난다.

수많은 학생이 오가지만 '상기된 표정' '멋을 부렸지만 어딘지 모를 어색함' '이래저래 방황하는 모습' 등을 통해 신입생인지 아닌지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첫 수업을 맞이한 학생들은 쭈뼛쭈뼛하며 강의실 안으로 들어간다. 강의를 기다리는 학생이 제법 되지만, 조용한 분위기다. 하지만 한 무리가 그 분위기를 깬다. 이들은 벌써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들인 듯 어색함 없는 모습이다. 조금 지나자 남자 두 명, 여자 두 명이 대화를 나누며 들어온다. 하지만 자리에 앉고 나서는 남녀가 함께 섞여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아직은 어색함이 배어 있다.

점심때가 다가오자 학내 식당에 학생들이 몰려든다. 식권자판기를 이용해야 한다. 처음인 듯한 여학생 둘은 자신 없는 표정을 짓는다. 꼼꼼히 살펴보다 식권을 뽑는다.

한 무리 학생들이 또 식당에 들어선다. 남학생 둘이 여럿을 이끌고 있다. 남학생 둘이 식권을 거침없이 사고 나서 배식대로 향하자 그 뒤로 한 무리 학생들이 졸졸 뒤따른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또 다른 학생들 사이에서는 "선배님 잘 먹었습니다" "새내기 때는 제 돈 내고 밥 사 먹으면 바보다" 같은 대화가 오간다. 또 어느 여학생은 옆 친구에게 "고등학교하고는 확실히 다르다"고 말한다.

정문 쪽에는 바깥 식당을 이용하려는 학생들로 넘쳐난다. 신입생을 맞이한 첫날이라 그런지 정문을 지키는 학교 직원들 표정도 밝다. 그러면서도 학생들 통행에 불편함이 없도록 정문 앞 주·정차에는 엄격함을 잃지 않는다.

   

선배를 낀 신입생들은 거침없이 발걸음 하지만, 그렇지 않은 신입생들은 갈 곳을 찾느라 한참을 서성거리기도 한다. 이들에게 말 붙이는 이들이 있다. 인터넷·유선방송 업체들이다. 이들은 '할인' 같은 문구를 붙여놓고, 정문 가까운 곳에 좌판을 깔고 있다. 그러면서 휴지 혹은 사탕 같은 것을 들고 손길을 내민다.

학교 바로 앞 웬만한 식당은 자리가 없다. PC방 역시 남학생들로 가득하다. 커피전문점 주인은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눈을 마주치며 미소를 짓는다.

정문에는 게시판이 있고, 학보가 놓여있다. 하지만 게시판에 눈길 주거나, 신문을 집어드는 이는 좀체 찾아보기 어렵다.

어느 남학생 둘은 '교내 안내도'를 들여다본다. "○○건물은 저쪽이네" "저 위로 갈 일은 없겠네"와 같은 말이 오간다.

신입생인 듯한 학생이 교내 안내도를 살펴보고 있다.

이 학교는 제법 가파른 오르막이다. 어느 남학생은 "매일 이 길을 어떻게 오르느냐"라며 툴툴거린다. 그 옆으로는 이 길에 익숙한 듯한 두 남학생이 앞질러 간다.

운동장 벤치에는 한 남학생이 앉아있다. 옆에는 신입생 안내 관련 유인물이 놓여있다. 이 학생은 30분 넘게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래도 스마트폰이 있어서 무료해 보이지는 않는다. 빈 강의실에는 또 다른 남학생이 혼자 있다. 이 학생은 스마트폰에 이어폰을 꽂고 있다.

동아리방이 몰려 있는 건물 복도는 한산하다. 야외에 좌판 깔고 모집하는 기간은 아직 며칠 남았다. 그래도 동아리방 입구에는 알록달록한 글씨를 내보인 모집 문구가 붙어 있다. '밥도 잘 사줌' '공강 시간 언제든지 찾아오세요' 같은 문구들도 빠지지 않는다.

몇몇 학생이 동아리방 건물을 돌고 있다. 문이 열려 있는 곳에서는 발걸음을 천천히 하며 안을 살짝 들여다본다. 한 남학생은 '봉사동아리'라는 글자를 보고서는 '심봉사?'라며 장난 섞인 말을 던진다. 어디선가 기타 소리가 들려온다. 이들은 소리 나는 곳으로 향한다. 여학생이 설레는 표정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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