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야기] (96) 고층건물 조류 충돌 방지책은?

파일럿이 전투기를 타고 고속으로 오래 비행을 하다 보면 바다와 하늘의 색상을 구분하기 힘들다. 그래서 급기동을 하는 전투기가 뒤집기와 회전을 반복하는 경우 어느 순간 하늘을 향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해면으로 돌진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를 버티고(Vertigo) 즉 비행착각 현상이라고 한다. 국내 전투기 추락 사고의 약 20%가 비행착각으로 발생한다고 한다.

이러한 비행착각 현상은 야생에서도 일어난다. 그것은 바로 그간 간과되어 왔던 새들이 창문에 부딪히는 현상이다.

새들은 왜 가만 있는 창문에 부딪힐까? 우연히 길을 걷다가 유리로 외벽을 장식한 건물을 본 적이 있는가? 그 건물은 파란 하늘과 구름을 가득 담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하늘을 담고 있는 창이 건물이라는 것을 인지하지만 비행하는 새들은 그것을 단순히 열린 하늘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부딪히는 경우 죽음을 면치 못한다.

작년 여름 지면을 통해 소개한 바 있는데 오늘은 어떻게 새들이 창에 부딪혀 죽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맹금류 실루엣 스티커 부착 모습. /에코숍 홀씨

1. 주변을 관찰하라. 우리 집에 창문이 여러 곳 있는데 그 중 새들의 충돌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 분명히 있다. 아마 그 곳에는 새들을 유혹하는 무엇인가(음식, 물) 있을 것이다. 그 원인을 찾아 대책을 수립하자.

2. 집안을 통과해 조망이 가능한 유리창이 있는가? 집 앞에서 뒷마당으로 창문을 통해 시야가 확보되어 있다면 새들이 보기에 통과가 가능한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한 쪽 창문이라도 조치를 하자.

3. 창문의 반사를 줄이자. 새들의 충돌은 반사가 잘 되는 창문이 하늘, 구름, 나무 등을 반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곳은 블라인드를 설치하자.

4. 투명한 유리창을 장식하자. 유리창이 너무 투명하면 햇빛이 투과하는 스크린을 장식하자. 집안의 분위기도 살리고 새들의 사망도 줄이자.

5. 맹금류의 실루엣을 유리창에 붙이자. 맹금류 실루엣은 소형 조류들이 창문으로 접근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6. 한시적인 덮개를 이용해 보자. 새들이 창에 충돌하는 사고는 봄과 가을철 이동기에 가장 빈번하다. 그리고 번식기가 되면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침입자로 착각하는데 지금이 바로 한시적으로 덮개를 이용하여 새들을 보호할 때다.

7. 장식물을 창문 근처에 두자. 그러면 집의 분위기도 살리고 새도 살릴 수 있다.

8. 새들이 먹이로 오해할 수 있는 것은 창문과 떨어진 곳에 두자. 창가에 어항이 있나? 그렇다면 위험하다. 야간 방안 불빛에 비친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 부엉이나 올빼미가 창문에 부딪힐 수 있다.

9. 야생의 새들을 위한 먹이통은 멀리 두어라, 가까이 두려면 창문과 아주 가깝게 두어라. 새들의 먹이통은 열린 공간에 두는 것이 좋다. 만일 여의치 않다면 창문 가까이 두어라. 그래야 만일 새들이 도망갈 때 가속이 붙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창문에 충돌하더라도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시원하게 뚫린 창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했는가? 그러나 당신이 무관심한 사이에 새끼를 키우던 어미새가 부딪혀 죽을 수 있다. 한 가족이 완전히 풍비박산날 것이다. 이제 새들의 번식기가 다가왔다.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것부터 실행해 보자.

/이찬우(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 사업지원팀장)

'환경 이야기'는 경남도 람사르 환경재단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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