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전태호·장혜미 부부

2002년 10월 27일 만나 2012년 10월 28일 결혼했다. 10년이라는 연애 기간을 채운 전태호(36)·장혜미(31) 부부. 17주 된 뱃속 아이를 둔 둘은 잠시 옛이야기를 끄집어내 본다.

둘은 대학교 동아리에서 처음 만났다. 남자는 군대 다녀온 후 복학한, 소위 말하는 '아저씨'였고, 여자는 막 입학한 '새내기'였다. 보통 이런 그림에서는 아저씨가 새내기에게 먼저 접근(?)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둘 이야기에서는 그렇지 않다.

"남편 첫인상은 뭐랄까, 순둥이 같았어요. 그렇다고 처음부터 호감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계속 마주치면서 조금씩 호감을 느끼게 됐죠. 이성적인 감정을 먼저 느낀 건 저였어요."

그렇다고 남녀 일이란 게 술술 풀릴 리 없다. 남자는 다른 이에게 관심을 두고 있었다. 여자가 잘 아는 친구였다. 물론 속상했다. 이미 남자에게 마음을 고백한 터였다. 그래도 여자는 쿨했다. 그냥 '편하게 지내요'라고 말하고는 마음을 접었다. 그런데 조금 지나자 남자가 마음을 열었다.

   

"이미 서로 간 이성적 교감이 있다 보니, 제가 망설이던 끝에 결국 용기를 냈죠."

남자는 간결히 설명했지만, 여자는 좀 더 깊숙한 얘기를 꺼낸다.

"남편이 마음 두고 있던 친구가, 사실 다른 남자에게 호감을 두고 있었거든요. 이런 상황이다 보니 남편이 저에게 고백한 거죠. 그때 저는 남편에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지만, 다음날 이메일을 통해 결국 받아들인다는 마음을 전했죠."

사실 남자는 그리 적극적인 성격이 아니다. 둘 관계가 진전된 데에는 주변 도움도 컸다. 동아리 사람들은 함께 바람 쐬러 갈 일이 있으면, 슬쩍 빠져주며 둘만의 시간을 만들어 주려 노력했다. 그러한 주변 지지에 힘입어 남자는 용기 내 마음을 전한 것이다.

그렇게 연애가 시작됐다.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말이다. 서로에게 익숙해지다 보니 때때로 지겨움 같은 것도 찾아왔지만, 잠시 지나는 것일 뿐이었다. 큰 고비는 딱 한 번 있었다.

"7~8년 연애하면서 양가에서 결혼을 재촉하셨죠. 하지만 저희는 좀 더 제대로 준비하고 나서 결혼하고 싶었어요. 그런 부분에서 어른들과 부딪치다 보니 저희도 아주 힘들었죠. 다투고 나서 한 달 정도 연락을 안 했어요. 생각할 시간을 두었던 거죠. 결론은 당연히 헤어질 수 없다는 거였어요. 우리 뜻대로 좀 더 안정적인 시기에 결혼하기로 했죠."

10년간 연애를 마치고 마침내 지난해 가을 결혼했다.

여자 처지에서는 20대를 꼬박 한 남자만 바라봤다. 좀 억울할 만도 하겠지만, 여자 대답은 다르다.

"뭐, 조금 손해 보는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별 남자 없다는 걸 아니까요."

두 사람 사이에서 거창한 프러포즈가 오간 것은 없다. 이 부분에 대해 남자는 이래저래 이유를 설명해 보려 한다. 듣고있던 여자가 한마디 한다.

"남편이 해 줄 거라 말은 했는데, 결국 생략하고 결혼했네요. 주위에서는 결혼하고 나서라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죠. 그런데 우리 남편은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이네요."

남자는 여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성격이 활달하고, 다른 사람 이야기를 잘 들어줘요. 여자로서 리더십이 있어 배려할 줄도 알죠."

여자는 남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친정 집에 참 잘해요. 연애 때부터 어른들 모시고 함께 여행도 다니는 걸 좋아했으니까요."

그리고 공통으로 이렇게 말한다.

"결혼하고 나서 실망스러워 보이는 점은 전혀 없어요. 늘 붙어 있을 수 있으니 좋은 점밖에 없는 것 같네요."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6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남석형 기자(010-3597-1595)에게 연락주십시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