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맛집]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모티키친'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오랫동안 도심공동화 현상으로 사람들 발길이 뚝 끊어졌던 이곳이 지난해 창동예술촌이 문을 열면서 새로운 활력을 얻었다. 나이 든 어른들은 물론, 경남대 앞 댓거리, 합성동으로 흩어져 갔던 젊은이들도 현대와 전통, 문화예술이 한데 어우러져 내는 매력에 끌려 창동으로 다시금 발길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게 하나 있었다. 젊은층이 즐길 만한 먹을거리 문화가 많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갈증을 단박에 없애줄 만한 오아시스 같은 곳이 최근 문을 열었다. 지난해 11월 창동사거리 파리바게뜨 2층에 생긴 '모티키친'이다.

젊은 사람들을 위한 '카페형 레스토랑'을 지향하는 '모티키친'은 정통 나폴리 피자와 생면 파스타를 전문으로 한다.

이제 막 서른 줄에 접어든 정한천 셰프와 그보다 나이 어린 후배 동료들이 가게를 이끌고 있어 또래 젊은층이 많이 찾는 편이다. 문을 연 지 이제 갓 3개월에 지나지 않지만, 아늑한 분위기와 특별한 맛으로 입소문을 타고 많은 단골이 생겼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먼저 참나무 장작들이 눈에 띈다. 피자를 구울 화덕에 넣을 것들이다. 기다란 주방 왼편에는 구리색 화덕이 보인다. 탁 트인 주방 구조라 음식과 위생에 믿음을 주는 가운데 정한천·구정욱 셰프가 음식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마산대학교 호텔조리학과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각각 파스타와 피자를 도맡아 만든다. 학교에서도 친했던 두 사람은 지난 2007년 이상원 교수 추천으로 국내 대표적인 식품전문기업 'SPC'에서 운영하는 '파리크라상 키친'에 들어갔다.

정한천 셰프는 분당 서현점에서, 구정욱 셰프는 서울 코엑스점에 들어가 프로요리사로서 본격적인 수업을 시작했다.

달랑 옷가방 하나만 들고 나선 서울행에 고생이 심했다. 방을 구하지 못해 여관 생활을 하며 두 달을 버텼다. 마산과는 판이한 환경, 냉혹한 인간관계에 지쳐 남몰래 눈물 흘릴 때도 잦았다. 이러한 생활이 힘에 부치자 둘은 두 달 상간으로 다니던 업장을 그만두게 된다.

화덕에 1분 정도 구워서 나온 매운불고기 피자./김두천 기자

마산으로 돌아온 후 지역 한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 일을 했다. 하지만 정통 요리사가 꿈인 두 사람에게 프랜차이즈업체에서 만들어야 했던 틀에 박힌 음식은 진정한 요리로 보이지 않았다. 더 높은 수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2009년 다시 서울행을 택해 SPC에서 만난 선배들이 차린 업장에서 배움을 이어갔다.

"서울에서 정말 체계적으로 일을 배웠어요. 음식점 운영 시스템, 위생과 식자재 관리법 등 지역에서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것들이었죠. 덕분에 우리 가게를 꾸리려는 꿈이 빨리 실현될 수 있었던 거 같아요"라고 구정욱 셰프는 말했다.

메뉴는 피자만 12가지, 파스타는 7가지에 이른다. 가장 자신 있는 메뉴 하나씩 부탁했다. 구정욱 셰프는 '단호박피자'와 '버섯크림 빠빠델레'를 내놨다.

'단호박 피자'는 간단하다. 미리 준비한 도우에 단호박 무스를 넓게 펴 바르고 피자 치즈를 얹은 후 화덕에 넣어 1분 정도 구우면 완성이다. 밀가루에 물, 소금, 생이스트를 넣어 반죽한 도우는 48시간 냉장 숙성해 사용한다. 생 이스트가 들어가 발효·숙성 과정을 거치면 약간 시큼하면서도 쫄깃한 맛이 산다.

단호박 무스는 단호박을 화덕에 구워 으깬 다음 생크림, 꿀 등을 섞어 만든다. 굽는 데만 2시간이 걸려 보기보다 많은 정성이 필요하다. 치즈는 일반 피자 치즈와 함께 블록형 100% 임실 치즈를 사용한다. 토핑으로 단호박 무스와 치즈만 사용하고, 굽는 시간을 1분으로 한 것은 '나폴리 피자협회' 규정에 따른 것이다.

바삭한 첫 맛에 한번, 쫄깃한 식감에 두 번 놀라는 단호박 피자. /김두천 기자

입에 넣어 씹으면 고소하면서도 바삭한 첫 맛에 한 번, 쫄깃한 식감에 두 번 놀란다. 도우가 참나무 장작불에 살짝 그을려져 나는 은은한 나무향은 손님으로 하여금 맛의 신세계를 느끼게끔 해준다. 달콤한 단호박 무스, 쫀득하면서도 짭조름한 치즈 향이 입 안에서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버섯크림 빠빠델레'는 파스타가 가진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다. 건면이 아닌 생면 파스타를 사용하는 덕분이다. "서울의 선배 업장에서 일하면서 생면 공급업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나중에 나만의 업장을 개업하면 꼭 생면 파스타를 쓰겠다는 생각에 기억해뒀었죠."

   

이름 가운데 '빠빠델레'는 우리네 수제비처럼 면적이 넓고 네모진 면을 말한다. 이탈리아산 밀가루인 세몰리나에 계란과 소금을 넣고 반죽해 옅은 노란빛을 띤다. 부드러운 식감은 반죽에 계란이 들어간 덕이다. 프라이팬에 양송이, 새송이, 느타리버섯, 양파 등을 넣고 버터와 함께 볶는다.

재료가 어느 정도 익었다 싶으면 닭육수를 넣고 보글보글 끓이다 빠빠델레와 고르곤졸라 크림을 넣고 함께 버무려 마무리한다. 육수는 직접 뽑아내 쓴다. 고기와 버섯이 들어가는 파스타 요리에는 닭육수를, 해물이 들어가는 파스타 요리에는 조개 육수를 주로 쓴다.

'모티 키친'의 '모티'는 '모퉁이'의 사투리다. 창동네거리 모퉁이에 있어 이렇게 이름을 지었다. 요리에 대한 탐구욕이 강한 두 셰프는 업장 일이 어느 정도 손이 익으면 석 달에 한 번씩 메뉴를 바꿔볼 생각이란다. 자신이 태어난 고향 마산, 늘 뛰놀던 창동 부흥에도 열심인 이들에게 응원의 방문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나폴리 피자란?

손으로만 둥근 모양을 만들어야 한다. 피자 둘레 두께는 2㎝ 이하여야 하고, 가운데 높이는 0.3㎝ 이상이 되면 안 된다. 토핑은 소스(토마토, 호박 등)와 치즈만을 사용해야 하며, 485℃에 맞춰진 참나무 장작 화덕에서 1분만 구워져 나와야 한다. 피자는 쉽게 반으로 접을 수 있어야 하며, 고르니초네(빵 둘레 부분)는 탄듯한 형태여야 한다. 구운 다음에는 바삭하고 쫄깃한 느낌이 나야 나폴리 피자라 한다.

<메뉴 및 위치>

◇메뉴: △모티피자 1만 2000원 △오코노미피자 1만 4000원 △모듬버섯피자 1만 1000원 △고르곤졸라 피자 1만 2000원 △불고기피자 1만 2000원 △단호박피자 1만 2000원 △고구마피자 1만 2000원 △매운불고기피자 1만 3000원 △버섯크림 빠빠델레 1만 2000원 △모티샐러드 1만 2000원 △크랜베리샐러드 1만 원.

◇위치: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134-2 (동서북10길 62). 055-222-5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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