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도내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현실과 고민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나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도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 활동을 한다. 2월 현재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은 총 774개에 달한다. 이중 문화예술분야(문화, 예술, 관광 등) 사회적기업은 121개로 전체 가운데 15.6%를 차지한다.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은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정 초기인 2007년 3개에 불과했으나 2008년 11개, 2009년 18개, 2010년 49개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경남은 2012년 12월 기준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 2개, 경남형 예비 사회적기업 7개, 창원형 예비 사회적기업 2개 등 다른 지역에 비해 미미한 형편이다. 이 가운데 경남형 예비 사회적기업인 (사)문화두레 어처구니와 (사)한국문화예술교육원, 창원형 예비 사회적기업인 (주)공공미디어 단잠을 찾아 사회적기업을 추진한 배경과 고민 등을 들어봤다.

◇미디어로 함께 하는 지역사회 만들기 = (주)공공미디어 단잠(대표 허성용)은 2012년 10월 창원형 예비 사회적기업이 됐다. 그때부터 총 6명이 창원시 중앙동 공성상가 지하에 터를 잡고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영상 미디어로 함께 잘 살 수 있는 지역사회를 만들고 싶다"며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허성용 대표는 <귀천>, <짜장과 짬뽕>, <굿바이 마산> 등 독립영화를 만든 감독. 그는 "영화는 깊고 넓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지만 사회 문제나 가치 등을 빠르고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데는 부족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메이데이(Mayday)'라는 대안언론 채널인데, 이 채널을 운영하려면 제작 지원금과 인력이 필요했다"고 사회적기업에 문을 두드린 이유를 설명했다.

허성용 공공미디어 단잠 대표(아랫줄 왼쪽에서 두 번째)와 직원들.

(주)공공미디어 단잠은 영상 제작과 상영, 미디어 교육 등 3가지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시청각 장애인도 영화를 보고 들을 수 있도록 기존 영화에 음성해설과 화면자막을 더한 영화를 상영한다. 또한 지역민이나 미디어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SNS 관련 미디어 교육을 진행하는 등 '미디어'로 지역사회가 따뜻해질 수 있는 일을 하나 둘씩 하고 있다.

허 대표는 사회적기업의 장점으로 "인건비와 제작 지원금이 지원되기 때문에 나도 좋고 남도 좋고 지역 사회에도 좋은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어서 좋다"는 점을 꼽았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면서 이윤을 창출하는 게 말은 좋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인력 구성에서 50% 이상 취약계층으로 고용해야 하고, 인건비는 최저시급에 맞춰 약 100만 원 정도밖에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전문 인력을 고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화로 먹고살 수 있다 = 문화두레 어처구니 손동현 대표는 "문화로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열망으로 2012년 경남형 예비 사회적기업을 신청했다.

현재 상근 10명, 비상근 10명 등 총 20명이 갑갑한 무대가 아닌 자연 속에서 어우러지는 판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창원오광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무대를 만들거나 지역 주민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연극을 만드는 일 등이다.

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손동현 문화두레 어처구니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와 직원들.

그는 "과거에는 예술만 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면 요즘에는 작품으로 먹고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크다.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가치'뿐만 아니라 '이익'도 함께 가야 하기 때문에 수익구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연극 종사자들은 대부분 고정 수입이 없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으면 인건비 등을 지원받기 때문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할 수 있게 된다. 손 대표는 "적더라도 팀원들에게 100만 원가량의 고정급을 줄 수 있어 예전보다는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단순히 작품을 만드는 것을 벗어나, 어떻게 하면 수익을 낼 수 있을까 등 과거보다 좀 더 생산적인 고민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음악교육을 위한 콘텐츠 개발 = (사)한국문화예술교육원(대표 정지선)은 지난해 지적 장애인 20명으로 구성된 '한마음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정기연주회를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했다. 최근엔 더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정 대표는 "음악 활동을 통한 장애 아동의 재활치료는 물론, 장애 성인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2013년 경상남도 예비 사회적기업'을 신청했는데, 22일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첫 정기공연을 가진 한마음 오케스트라.

그는 원래 피아노학원을 경영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자폐 아동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주면서 음악치료에 눈을 뜨게 됐다.

정 대표는 "장애 아동 중 음악에 소질이 있는 아이가 많지만 성인이 되면 대부분 접는다. 경제적 자립에 음악이 별 도움이 되지 않으니, 적성과 다른 일을 하면서 산다. 그런 현실을 보면서 아이들이 음악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생각했고, 오케스트라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지휘자인 김성재(경북대·창원대 출강) 씨와 피아니스트 이흔주, 음악치료사 노경외 등 10명이 힘을 모아 지적 장애인 20명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매주 토요일 모여 오케스트라 연습을 했고, 연주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졌다.

정지선 대표는 "집중력도 약하고 손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너무 연주를 잘한다. 앞으로 장애 아동뿐만 아니라 장애 성인까지 아우르는 음악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싶다. 아이들이 음악으로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보조교사 양성 교육과정을 만들 것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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