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강 사업이 농업에 미친 구체적 영향…낙동강 등 강변 농지면적 급감

4대 강 사업으로 강바닥을 깊게 파내고 보를 만들고 주변 둔치를 싹 밀어낸 결과가 농업에 미친 영향은 어떤 것일까? 농업에 미칠 영향은 계속 제기됐지만 구체적인 분석이 나온 것이 없다. 앞으로 4대 강 사업 검증에서 환경이나 안전문제뿐만 아니라 농업분야 또한 꼭 다뤄져야 할 부분이다.

지난 3년여간 4대 강 사업으로 경남지역은 낙동강변 농지면적이 현저히 줄고, 생계 터전을 잃은 농민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사라진 경남 농지, 축구장 2708개 면적 = 4대 강 사업은 경남지역 합천군 덕곡면에서 김해시 대동면까지 106㎞구간에 걸쳐 2조 1883억 원을 들여 18개 공구(45개 지구)에서 진행됐다.

이 사업 구간에 들어간 보상면적(경남도 통계)은 낙동강, 남강, 황강, 섬진강변에서 하천점용허가를 받아 농사짓던 농지 14.705㎢(7232필지), 사유지 4.636㎢(3974필지) 등 모두 19.341㎢. 사라진 농지가 국제공인 축구장(7140㎡) 2708개와 맞먹는 셈이다. 도내 경지면적 1596.51㎢(통계청 2010년 기준)의 1.2%, 양산 지역 경지(31.15㎢) 중 논(17.34㎢) 면적보다 더 넓다.

지난 2011년 4대강 사업이 본격화 되자, 수확을 포기한 배추밭을 굴착기가 파헤치고 있다./경남도민일보DB

국토해양부 '4대 강 살리기 마스터플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사라진 전체 농지 규모는 177.5㎢로 집계됐다. 무단경작지, 보 인근 침수피해지를 더하면 사라진 농지는 더 넓게 봐야 한다.

이 같은 농지면적 축소로 하천둔치에 주로 재배되던 채솟값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산물유통정보'를 보면 배추 가격(상품 1㎏ 기준)은 2005년 평균 520원, 2006년 617원, 2007년 520원, 2008년 441원, 2009년 584원이었으나 4대 강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2010년, 두 배 정도인 1062원으로 올랐다가 2011년 774원, 2012년 837원을 기록했다. 또 상추 가격(상품 1㎏ 기준)도 2005~2009년 2468~3465원이던 것이 2010년 4930원으로 대폭 상승했다가 2011년 3591원, 2012년 4505원으로 집계됐다.

2010년 당시 채솟값 가격 상승은 이상 기온에 따른 생산량 감소도 원인이었지만 4대 강 사업으로 농사짓던 땅이 사라진 것도 한 요인으로 꼽혔다.

부산 농협공판장 채소부의 한 중도매인은 "4대 강 사업으로 농지가 줄어서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지만 낙동강변에서 생산되던 과채류 등의 물량이 줄고 가격이 올랐다"라며 "강변에서 농사를 짓던 농민들이 대체농지를 얻어 농사를 지으면서 회복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농민들 터전 잃고 흩어져 = 낙동강변에서 농사를 짓던 농민들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대체농지를 얻어 농사를 짓는 사람도 있지만 아예 농업을 접은 이도 적지 않다. 4대 강 사업이 농민사회를 '분해'시켰다는 지적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조병옥 사무처장은 "제일 큰 문제는 하천둔치에 농사를 짓던 사람들이 터전을 잃고 흩어져 버렸다는 것"이라며 "땅을 구해 다른 지역으로 옮긴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농사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는 농민회 회원 수 감소로 직결됐다. 회원이 200여 명이던 부산농민회는 회원은 사라지고 이름만 남아 있고, 100여 명이던 양산농민회는 회원이 3분의 1 정도만 남았다. 조 사무처장은 "부산과 양산농민회는 회원들 대부분이 낙동강 둔치에서 농사를 짓던 도시형 농민회였는데 4대 강 사업에 땅이 들어가면서 조직에 치명적인 결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대체 농지를 구하는 과정에서도 갈등이 생기고 있다. 빈지태 함안군의원(통합진보당)은 "낮은 농가소득에서 임대료가 높아지는 것도 문제고 대체농지 구하는 과정에서 경쟁이 생기면서 주민 간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며 "비슷한 토질을 구하지 못해 힘들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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