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억 원 들여 300개 도랑 살린다"…'물길 지도'도 제작할 방침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동안 300개 도랑을 살리겠다." 무려 300개 도랑? 투입되는 예산을 듣자 하니 90억 원이라고 한다. 이런 어마어마한 계획을 경남도에서 들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우리 지역 소식이 아니다. 충남도 얘기다.

충남도는 도랑 살리기를 위해 5년 계획을 잡고 올해 닻을 올렸다. 이처럼 도랑 살리기 운동에 수 년간 많은 예산을 들인 선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광역시·도 가운데 충남이 최초라고 볼 수 있다. 도랑 살리기가 농촌 마을을 살리고, 강과 국토를 살리는 길이라고 꿰뚫어 본 셈이다.

올해만 18억 원 정도로 60개 도랑을 대상으로 사업을 벌인다. 예산 규모를 따지면, 대형 사업과도 맞먹을 정도다. 좋은 기업을 유치해 지역 경제를 살리거나 도로와 다리 등 주요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도 중요하다. 하지만, 충남도는 이번 실천을 통해 도랑 살리기의 진정한 가치를 인정했다.

충남지역 전체 15개 시·군 가운데 13곳이 참여한다. 현재 50개 도랑이 선정됐다. 지역별 현황을 보면, 아산시 9, 공주시 7, 보령시 3, 서산시 4, 논산시 4, 당진시 1, 금산군 4, 부여군 6, 서천군 1, 청양군 4, 홍성군 1, 예산군 4, 태안군 2개 도랑이다.

충남도 수질관리과 담당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애초 민간단체에서 도랑 살리기를 진행했었고, 금강유역환경청을 중심으로 금강 상류 지역 위주로 했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일단 상류 지천부터 살리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주민들이 참여하고, 수질 근원부터 살리는 도랑 살리기 운동으로 만들어야 한다. 현재 방치된 도랑에 관심을 두고 주민들이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부터 실천해야 한다. 그렇게 계획을 잡고 있다."

도랑 살리기와 관련한 충남도의 전국 최초 시도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올해부터 3년 동안 4억 원을 들여 도랑 전수조사를 벌이고, 그 특성을 조사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물길 지도를 제작할 계획이다. 물길 지도는 물 통합정보시스템과 지리정보시스템 등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충남도가 이 같은 의지를 보이자 시·군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부여군 환경보호과 담당자는 "충남도에서 지원하는 대상 지역 말고도 부여군 전체에서 도랑 살리기 운동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도랑이 하천보다 작은 의미여서 그 수가 엄청나게 많다. 행정구역으로 이(里)만 400여 곳이다"며 "추경예산 가운데 계획을 수립해 자연보호 운동으로 수 년간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각 마을과 기관, 회사가 함께 인연을 맺어 도랑 살리기를 진행하는 방향도 있다"고 말했다.

부여군은 3월 15일까지 마을별 도랑 전수조사를 벌이고, 오염원 줄이기 교육도 진행한다. 매달 셋째 주 금요일은 일명 '도랑 가꾸기 날'로 지정해 도랑 안팎에서 정화 활동을 하게 된다.

도랑 살리기 운동의 가치를 먼저 확인한 충남도의 앞날이 기대된다. 이런 활동을 하루빨리 경남에서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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