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해외정보 활용한 조사 증가

지난 2011년 '선박왕'으로 불리며 역외 탈세로 4101억 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었던 시도상선 권혁 회장이 법정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2일 권혁 회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2340억 원을 선고하고,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법정 구속했다.

역외 탈세란 국경을 사이에 두고 국내에서 발생한 소득 또는 재산을 세금부담 없이 해외로 반출하거나 해외에서 발생한 소득을 과세관청에 신고하지 않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최근 기업이 소득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케이만군도, 홍콩 등 이른바 조세 피난처라 불리는 지역에 회사를 설립한 후 국내 소득을 귀속시키는 방법으로 세금을 회피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중점 추진 세정과제의 하나로 '역외 탈세 방지'를 선정하고, 역외 탈세 세무조사에 주력해 '선박왕(권혁)' 외에 '구리왕(차용규)', '완구왕(박종완)'에게도 수천억 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조세 피난처로 이전된 국내 자산 규모는 어느 정도 될까? 영국의 한 단체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40년간 우리나라에서 해외 조세 피난처로 이전된 자산이 총 7790억 달러(약 896조 원)로 중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세청의 세무조사 결과 일부 기업 또는 대자산가들이 불법 자금을 빼돌리는데 이들 조세 피난처를 이용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조세 피난처는 그동안 철저한 금융 비밀주의를 고수했으나 2009년 미국 정부가 자국민의 탈세를 도운 혐의로 스위스 UBS은행을 조사하면서 이 원칙이 깨졌다. 결국, 세계 각국의 조세 피난처에 대한 공동 대처방안이 발표되자, 스위스 정부는 미국 정부와 IRS에 정보교환 형식으로 5만여 건의 고객정보를 제공하기로 하면서 비밀주의 원칙이 막을 내리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전 세계적으로 불법자금의 보관장소로 알려졌던 스위스 비밀계좌를 열어보고자 스위스 정부와 상호합의를 진행한 끝에 지난해 7월 개정 조세조약에 대한 비준서를 상호 교환했다. 기존 조세조약에는 정보교환 규정이 없어 스위스에 개설된 계좌에 대한 확인이 어려웠으나, 이번 조약 개정으로 인적사항 없이 계좌번호만으로도 상대국에 정보제공을 요청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세청의 해외 금융자료 수집이 상당히 쉬워진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역외 탈세에 대한 세무조사는 어떻게 전개될까? 국세청은 지난해 상반기 역외 탈세 105건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행해 총 4897억 원의 탈루세금을 추징했다. 또 외국 과세당국의 조세정보 교환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해외금융계좌 미신고자 중에서 역외 탈세혐의 40개 업체를 선정해 지난해 7월 일제히 세무조사를 벌였다.

기존에는 해외 자료수집이 어려워 사실상 세무조사가 국내 거래에 집중되었으나, 앞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축적된 해외 정보를 활용한 세무조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국세청도 국부를 유출하는 역외 탈세에 대해 세무조사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과거와 달리 다양한 해외 자료가 국세청에 수집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역외 탈세는 더 이상 국세청이 접근할 수 없는 성역이 아니다. 해외로 불법 자금을 유출하고 세무조사가 나오지 않을까 안절부절 못하는 것보다 법의 테두리 내에서 절세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바람직한 길이라 생각된다.

/안재영 IBK기업은행 창원PB센터 세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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