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남강유등축제, 캐나다에 가다] (3) 윈터루드 축제에서 배울 점

윈터루드 축제는 캐나다 수도인 오타와를 알리자는 목적에서 시작됐다. 오타와는 수도로서 인지도가 낮다. 캐나다 사람들조차 수도를 밴쿠버, 토론토쯤으로 알고 있을 정도다. 그래서 공공기관인 NCC(수도권개발위원회)가 나서 윈터루드 축제를 주최하고 있다. 캐나다 축제 대부분이 민간 주도로 치러지는 것과 비교하면 특이하다. 관 주도로 축제를 치르면서 홍보 등에 강점을 보여 세계적인 겨울 축제로 급성장한 면도 있다.

이런 예는 진주남강유등축제가 급성장하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진주남강유등축제는 관민이 함께한다. 예산은 지원받지만 진주문화예술재단이라는 전문단체에서 축제를 기획하고 치러내기 때문이다. 논란이 있지만 전문단체가 있다는 것은 남강유등축제가 급성장한 배경이 됐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논개제가 아직도 정착하지 못하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논개제는 매년 임시로 집행부를 꾸려 행사를 치르고 있다. 세계축제협회 한국지부장 정강환 교수도 "진주남강유등축제가 급성장한 배경에는 전문단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윈터루드 축제를 관에서 주도한다고 해서 우리나라 축제와는 다르다. 우리나라 대부분 축제가 전문성이 없는 공무원이 축제를 전담하는데다 2, 3년 만에 담당자가 바뀌면서 축제는 발전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 또는 퇴보하는 것과 엄연히 다르다. NCC가 윈터루드 축제와 캐나다 데이 등을 주관하고 있지만 전문조직이 있고 10년 이상 근무한 전문가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윈터루드 축제의 공식 마스코트인 아이스호그패밀리.

축제장을 둘러보면서 우리나라에서 배우거나 벤치마킹했으면 하는 점이 몇 가지 있었다.

먼저 불리한 조건을 과감하게 타파했다는 점이다. 오타와는 기온이 영하 30도까지 떨어지는 아주 추운 도시다. 주무대인 리도 운하는 얼음만 얼 뿐 주변은 밋밋하다. NCC는 오타와의 추운 날씨를 소재로 도시를 홍보하고, 춥고 긴 겨울을 보내는 지역주민들에게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역발상으로 축제를 시작했다. 리도 운하는 1970년 스케이트장으로 만든 후 유지비가 많이 들어 효율성이 떨어졌다. 이를 개선하려고 기획됐다. 40년 지난 지금 윈터루드로 말미암아 오타와의 혹한은 지역민들에게는 재밌는 놀이터가 됐고 지역 경제 활성화뿐만 아니라 매력적인 오타와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축제를 홍보할 때 강조할 메시지를 명확하게 구분, 전달하는 것도 눈에 띄었다. 다른 축제와 차별되는 그 축제만의 장점을 확실히 강조하는 것이다. 윈터루드는 지난 2005년에 16㎞ 정도 되는 리도 운하 스케이트웨이를 '세계에서 가장 긴 스케이트웨이'로 기네스 기록에 등록시키면서 이목을 끌었고, '세계에서 가장 긴 스케이트장'을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 이들은 미아 도우미 역할을 하며 조끼 앞면에 아이그림과 문구를 적어 구분이 쉽도록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좀 생소하지만 축제 홍보나 축제 관련 부대시설을 설치할 때 스폰서의 브랜드를 잘 노출되도록 배려했다. 스폰서를 한 호텔 앞에는 스폰서 업소라는 얼음조각을 설치하고, 축제 광고판이나 안내판에도 스폰서의 브랜드를 노출해 스폰서와 상생을 꾀했다.

캐나다 특산품인 메이플시럽 등을 뿌려 먹는 빵인 '비버테일'도 참신했다. 비버라는 동물의 꼬리처럼 생겼다고 이런 이름을 붙였는데, 우리나라 도넛이나 호떡과 비슷하다. 크기는 어른 손바닥보다 약간 크고 3500~6000원 정도다. 축제장에서 반드시 먹어야 하는 필수 코스로, 비버테일을 들고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대표 축제인 진주남강유등축제장조차 비버테일처럼 대표 먹을거리가 없는 우리나라와는 확연히 달라 솔직히 부러웠다. 우리도 도입해봄직한 아이디어다.

자원봉사자도 눈에 띄었다. 자원봉사자는 대부분 시간제로 봉사하며 특별한 보상은 없다. 다만, 봉사자 중에서 이민자는 시민권을 취득할 때, 구직자는 직장을 구할 때 중요한 이력이 되는 정도다. 자원봉사에 대한 동기부여를 위해 매년 인증파티를 하고 봉사기간이나 참여 횟수, 연도에 따라 인증서를 주거나 파티도 열어 주었다.

복장도 구별이 쉽도록 했다. 겨울코트를 착용하기 때문에 코트 위에 걸치는 조끼 유니폼을 나눠주는데, 역할에 따라 색깔이 다르고 조끼 전면에 역할을 명시하고 있다. 조끼만 보면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조끼 앞면에 큰 주머니가 있어 팸플릿이나 소품을 쉽게 소지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나라 자원봉사자들이 소속 단체 이름이 적힌 조끼를 입거나 기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같은 티셔츠를 입는 점과는 비교됐다.

방문객에 대한 집계도 확실했다. '축제 방문객이 65만 명이고, 반복 방문객을 고려한 방문객들의 축제 방문 횟수는 130만 번'이라고 확실하게 구분해서 발표했다. 우리나라처럼 방문객을 방문횟수와 혼용하면서 1명이 3, 4번 중복집계되는 것과 달랐다.

축제 마스코트인 아이스호그패밀리도 친근감을 주었다. 스토리까지 만들어 관광객과 어울리도록 했고, 활용성이 아주 많은 장점이 있었다.

개막식도 간소하게 치러졌다. 대형 텐트 안이나 박물관 내 광장에 수십 명만 모여 진행됐다. 단체장이나 지역 인사가 차례로 나서 축사나 환영사 등을 하면서 축제 분위기를 망치는 우리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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