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랑을 살리자, 삶을 바꾸자] (36) '신천 1급수 만들기' 선정된 창원 북면 신기·갈전마을

창원시가 올해도 '신천 1급수 만들기'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신천 1급수 만들기'는 의창구 북면지역을 가로지르는 지방하천인 신천의 수질을 바꾸려는 프로젝트다.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3년 동안 북면 40개 마을에서 신천 상류에 해당하는 여러 도랑을 살려 이러한 계획을 실천하고 있다. 첫해였던 지난해 6개 마을에서 도랑 살리기 운동을 벌였고, 올해 역시 지난해처럼 추진될 예정이다.

창원시는 먼저 2개 마을을 선정했다. 앞으로 낙동강유역환경청 등 지원을 받아 추가로 마을 선정 작업에 들어간다. 우선 정해진 마을 2곳은 북면 신촌리 신기마을과 대산리 갈전마을이다. 두 마을 도랑의 현재 모습은 어떠할까. 지난 18일 오후 이곳 현장을 둘러봤다.

◇오염되고 메마르고 = 신기마을 도랑을 보고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여태껏 만나본 도랑 가운데 겉모습만 봐도 오염도가 가장 심각한 상태였다. 오염된 도랑의 전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마을회관 앞을 흐르는 도랑에는 장갑, 음료수 병, 과자 봉지, 스티로폼 같은 온갖 생활 쓰레기가 뒤엉켜 있었다. 자세히 보니 기름 덩어리도 둥둥 떠다니고 있다. 도랑에 뜬 쓰레기 가운데에는 '창원시 소독 실시 기록부'도 보였다.

올해 창원시 '신천 1급수 만들기'에 선정된 신기마을과 갈전마을의 도랑. 신기마을 도랑은 온갖 생활 쓰레기가 둥둥 떠 있고./박일호 기자

도랑 옆 둔치에는 쓰레기와 고구마 따위를 태워 검게 그을린 흔적은 물론, 다리 아래 음지에는 이끼마저 심하게 끼어 있었다.

물은 시커멓게 변했다. 마을 도랑치고는 수량이 풍부했지만, 흐름조차 없어 보였다. 당연히 악취가 코끝을 스쳤다. 그나마 상태가 좋으면 진한 초록 빛깔을 띠었다. 둔치에는 풀이 시든 채 방치돼 있었다.

이런 도랑 주변에 상추나 고추 등을 심은 텃밭까지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인근 소규모 축사에서는 구정물이 그냥 흘러들어오는 듯했다. 최근에는 도랑가 언덕에 나무를 줄지어 심어 놓았다. 이 와중에 쓸려 내려간 듯한 흙은 도랑에 그대로 남아 물길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었다. 흙 위에는 봉지째로 툭 던져 버린 것 같은 쓰레기가 놓여 있었다. 배추 같은 음식물 쓰레기 또한 긴 띠를 형성하면서 도랑 벽에 붙어 있었다.

문제는 신기마을 도랑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낙동강 본류는 이 마을에서 불과 1㎞도 안 떨어져 있다. 낙동강 반대쪽으로는 신목마을, 마금산온천 관광단지로 도랑이 연결된다. 신기마을뿐만 아니라 이 구간 역시 오염된 상황이 엇비슷했다.

갈전마을 도랑은 사정이 좀 달랐다. 갈전마을은 지난해 도랑 살리기를 벌인 신천의 최상류라고 볼 수 있는 지개, 대한, 고암마을과 가장 가까운 하류 지점에 있다.

마을 진입 농로를 따라 도랑가에 도착했다. 신기마을에는 없었던 졸졸 콸콸 물 흐르는 소리부터 들렸다. 도랑 규모는 둔치까지 포함하면 하천과 비교될 정도로 크다. 폭이 10m 안팎이다. 수량도 풍부해 물놀이장을 조성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다만, 마을 안쪽에서 도랑으로 나오는 물줄기는 메마른 상태였다. 물길은 쓰레기나 잔돌로 막혀 있기도 했다. 또, 한우나 젖소를 기르는 규모가 제법 커 보이는 축사들이 도랑 주변을 채우고 있다.

도랑 일부 구간은 물길이 양쪽에 둔치를 끼고 굽이진 모습으로 조금만 손길이 닿으면 금세 바뀔 것 같았다. 둔치에 자란 풀과 여기에 섞여 있는 쓰레기를 정리해야 할 듯하다.

갈전마을 도랑은 물길이 막혀 있다. /박일호 기자

◇사후 관리 비용도 확보 = 신기마을과 갈전마을 2곳에서 창원시 자체 예산을 써서 도랑 살리기가 추진된다. 창원시도 이번에 선정한 두 마을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시 환경관리과 관계자는 "신천 1급수 만들기를 위해 북면 전체 지역으로 계획이 잡혀 있는데, 올해 도랑 살리기를 진행할 신기마을 같은 경우 온천단지나 낙동강과 가까운데, 오염도가 굉장히 높다. 갈전마을은 아무래도 물길 조성이 시급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달 중에 도랑 살리기 운동을 보조할 단체를 선정하고, 3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에 선정되는 환경단체는 주민들과 함께 한 해 동안 도랑 살리기 운동을 이끌게 된다. 물길 조성과 도랑 수질 개선을 위한 정화 활동을 벌이고, 주민 교육 활동도 병행할 예정이다. 예산 7000만 원을 확보해 2곳에 각각 3000만 원을 지원한다.

남은 1000만 원은 이른바 사후 관리에 쓰일 예산이다. 지금까지 도랑 살리기를 진행한 6개 마을에 대한 지원 대책이다. 이같이 예산을 짠 까닭은 지난해 처음 도랑 살리기에 나섰던 마을의 도랑에 대한 사후 관리도 소홀히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민관이 협력하는 모습은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창원 북면의 도랑 살리기 운동도 '지속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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