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스북' 설립자 마크 저커버그가 평소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란 말을 들었을 때 이런 생각을 했다. 역시 인간은 우주에서 가장 외로운 동물이로구나.

세계적으로 9억 명, 국내에서만 1000만 명 이상이 이용한다는 페이스북. 저커버그의 성격과 콤플렉스가 고스란히 반영된 이 시스템의 소통방식에 매료되지 않았다면 가능하지 않은 수치였다. 현실의 인간관계는 대개 상처로 범벅된다. 다가갈수록 멀어지고, 가까워질수록 사유(私有)하고 독점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더 멀어진다. 상처가 반복되면 원래 외향적인 사람도 소심해지기 마련이다.

'싫어요'는 싫다. 무조건 '좋아요'다. '친구'는 아무도 모르게 분류된다. 친한 친구, 일반 친구, 아는 사람. 서로 들키면 안 된다. 상처주기 싫고 나도 상처받기 싫다. 불편한 사람과 관계 정리도 편하다. '아는 사람'으로 등급을 매겨 아무것도 안 보고 아무것도 안 보여주면 그만이다.

지난 1월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이스북 본사에서 새 검색 엔진 '그래프서치'를 설명하고 있는 마크 저커버그. 세세한 검색 기능으로 사생활 침해 논란을 일으켰다. /뉴시스

글이든 사진이든 뭔가를 올리면 나도 한순간쯤은 세상의 주인공이다. 진정 가치 있는 글인지 아닌지는 상관없다. 난 혼자가 아니라는 인증. 뉴스피드. 간혹 '좋아요'가 적지 않을까 조마조마해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무엇을 올리든 거의 무조건 '좋아요'를 눌러주는 친구 얼마쯤은 다 있을 테니까. 물론 나도 보답을 해야 한다. '좋아요'의 거래. 혹은 외로운 자들의 연대.

어쩌면 섬뜩한 일이다. 저커버그의 간단한 결정 하나면 이 모든 평화(?)는 순식간에 파탄날 것이기 때문이다. '싫어요' 기능을 추가하면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신, 아니 저커버그님이시여. 절대 안 됩니다. 아무도 외롭지 않고 누구나 행복할 수 있는 이 '안락한 세계'를 부디 지금처럼 지켜주소서.

체제유지에는 당연히 비용과 희생이 뒤따른다. 바꾸면 바꾸는 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새로 장착된 여러 기능과 디자인에 적응해야 하고 원치 않는 상업 광고도 봐야 한다. 우리는 '위대한 지배자'에게 온갖 개인 정보도 갖다 바치고 있다. 프로필, 활동 내용, 인간관계, 취향, 위치 모든 게 페이스북 데이터베이스에 차곡차곡 쌓인다. 지배자님은 이걸로 광고주를 만나고 수익을 얻는다. 그 수익은 '황송하게도' 안락한 세계를 지켜낼 체제유지 비용으로 쓰일 것이다.

우리는 그런 점에서 페이스북 왕국의 성실한 일꾼들이다. 아니 노예일까. 외롭지 않을 권리를 얻는 대신 모든 걸 감시당하고 착취당하는 노예. 뭐, 그럼 어떤가. 별로 힘들지도 않은 걸. 왕국 바깥은 생존경쟁이 난무하는 더 끔찍한 지옥인 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저커버그는 이제 전혀 외롭지 않은 듯 보인다. 9억 명의 지지자를 거느렸으니. 하지만 그들이 진짜 그의 '친한 친구'인지는 모르겠다. 한때는 그랬을 수 있으나, 저커버그는 최근 너무 많은 걸 친구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본인 동의도 없이 사생활이 공개되도록 하는가 하면, 다양한 장치를 만들어 더욱 세세하게 개인 정보를 파내기 시작했다. 각국의 개인정보 보호 관련 규제를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까지 펼치고 있다.

저커버그는 아무래도 지난날 자신이 겪었을 수많은 상처를 까맣게 잊어버린 듯싶다. 더 많은 걸 사유(私有)하려 할수록 우애는 금이 가고 상처는 더 깊어진다는 걸 왜 모를까. 어느 순간 지지자들은 저커버그를 '아는 사람'으로 격하시켜버릴지 모른다. 아니면 친구 관계 자체를 확 끊어버리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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