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맛집] 진주시 동성동 중앙집

진주에는 '대를 잇는 맛집'이 많은 것 같다. 일부러 그렇게 찾은 것도 아닌데, 올해 들어 '경남 맛집'으로 소개된 진주 내 식당은 모두 2대에 걸쳐 명맥을 잇는 집이었다.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중앙시장 내 '송강식당'(지난 1월 9일 자 보도)이 그랬고, 어머니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진주세무서 뒤 '콩 세상 웰빙밥상'(지난 2월 13일 자 보도)도 마찬가지였다. 이 믿지 못할 우연은 지난 18일 취재한 '중앙집'에서도 재현됐다.

'중앙집'은 진주 안에서만 벌써 43년 세월을 이어오는 전통 있는 맛집이다.

한식으로 만드는 '초밥'과 '매운탕', 그리고 '오뎅백반'을 착한 가격에 내놓기로 유명한데, 때묻은 세월 속에서도 한결같은 맛과 정성으로 배고픈 진주 시민들 허기를 달래주고 있다.

옛날 아버지 손을 잡고 맛을 보러 왔던 꼬마 손님이 어느새 장성해 자녀를 데려올 정도로 유서 깊은 맛집으로 소문나 있다.

현재 주인인 김미정(46) 사장은 시어머니인 서선이(79) 할머니가 맡던 가게를 물려받아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다. 남편과 결혼한 약 10여 년 전부터 줄곧 시어머니 가게에 나와 일손을 돕다가 3년 전에 정식으로 명의를 이전받았다.

명목상 주인은 바뀌었지만, 서선이 할머니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며느리와 함께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매일 식당에 나와 주방을 지킨다. 이런 시어머니가 며느리는 늘 든든하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어머니 손맛을 느끼고자 찾으시는 손님들이 많으세요. 이런 단골 분들은 어머니 음식과 제 음식을 기가 막히게 구분을 잘하시거든요. 이 때문에 어머니가 매일 자리를 지켜주시는 것이 너무나 든든하고 고맙죠."

지난 1972년 문을 연 '중앙집'은 원래 서선이 할머니 친구 가게였다. 서 할머니는 이 친구 밑에서 3년 동안 음식을 배웠다. 그러다가 친구가 일을 그만두게 되자 가게를 물려받았다. 처음 가게가 만들어진 세월까지 따지면 벌써 45년째 명맥을 이어오는 것이다. 친구가 문을 열었을 때는 메뉴에 초밥과 오뎅백반이 전부였는데, 이후 서 할머니가 매운탕을 더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부침도 많았다. 이사한 횟수만 모두 8번에 달한다. "본성동에 있다가 대안동으로 옮겨서 4번, 대안동 있다가 동성동으로 옮겨서 3번이라. 장사가 잘되니까 주인들이 자기가 한다고 자꾸 내쫓아서 안 그랬나. 지금은 건물을 사서 들어온 거라."

숙성 회를 기본으로 하는 초밥. 신맛이 배지 않아 다소 심심하지만 자극적인 맛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

'중앙집' 초밥은 광어와 새우를 주로 쓴다. 옛날에는 도미로도 초밥을 만들었는데 생물을 구하기가 어려워 지금은 쓰지 않는단다. 한때는 문어와 삶은 고둥도 써봤지만, 손님들이 싫어해 내놓지 않는다. "고둥이 삶아놓으면 딱딱하잖아. 우리 집에 오는 손님은 대개 나이가 든 사람이 많은데, 이분들이 씹을 때 입이 아프다고 하니 손님을 위해서라도 바꿔야 했지."

모든 초밥은 숙성 회를 기본으로 한다. 광어를 포 뜬 후 냉장고에 2~3시간 정도 넣어 숙성해 사용한다. 이래야 씹히는 질감이 부드럽고 감칠맛이 돌아 입맛이 산다. 때에 따라 활어를 주문하는 손님이 있으면 특별히 활어로 초밥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새우는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직접 꼬치에 꿰어 쪄낸 후 일일이 살을 발라 내 사용했다. 하지만 현재는 삼천포 내 한 수산물 가공업체에서 받아쓴다. 수지를 맞추기 위해서라기보다 좀 더 안정된 공급망을 갖추기 위한 차선책이다.

손님상에 나온 초밥은 알이 너무도 굵고 실하다. 입에 넣으면 볼이 빵빵해질 정도다. 알맞게 숙성된 광어는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살아 있다. 밥은 촛물에서 나는 신맛이 많이 배지 않아 심심하다는 느낌을 준다. 대신 자극적인 맛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큼지막한 사기그릇에 어묵이 한가득 올려져 나오는 오뎅백반은 뜨끈한 국물이 차가운 겨울을 녹여버릴 것 같다. 오뎅백반에는 어묵, 큼지막하게 썬 무, 삶은 계란, 맛살, 두부가 어우러진다. 시원하면서도 개운한 육수 맛이 일품이다. 육수 비결은 질 좋은 멸치. 마른 멸치와 비법 재료 4가지를 푹 고아 삶아낸단다. 어묵은 '부산 환공어묵' 진주 대리점을 통해 들여온다.

큼직한 어묵과 삶은 계란, 두부 등이 어우러진 오뎅백반. 뜨끈한 국물이 차가운 겨울을 녹여버릴 것 같다.

환공어묵은 부산에서도 알아주는 어묵 전문생산업체다.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매운탕. 한 숟갈 떠먹다 보면 이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매운탕은 백반을 만들 때 쓰는 육수로 맛을 낸다. 이 육수를 기본으로 고춧가루, 마늘, 파, 생고추 등을 넣어 끓여낸다. 생고추를 얇게 썰어 넣어서 그런지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입맛을 살린다.

한 숟갈 정도 떠먹다 보면 이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다. 생선은 가자미를 사용하는데, 두툼한 살집이 구미를 당긴다.

덕분에 살 발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른들은 시원 칼칼한 국물 맛에, 젊은 층은 살 발라 먹는 재미에 많이들 먹는단다.

매운탕에 쓰는 가자미는 6년 전까지만 해도 생물을 썼다. 이때는 가자미 물량이 적어 매일 한정된 양만 판매했다. 많아야 50그릇 정도였는데 너무 많은 사람이 찾다 보니 판매량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지금은 제철에 잡아 급속 냉동한 가자미를 대량 공급받아 쓰고 있다. 매일 아침이면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함께 중앙시장에 나가 장을 본다. 서선이 할머니는 시장 안에서도 워낙 유명한지라 상인들이 알아서 좋은 물건을 골라놓고 가져가시라 권한단다. 그래도 할머니는 아무거나 막 가져오지 않는다. 좋은 물건을 보는 눈썰미는 40년 동안 더욱 날카로워졌지 무뎌지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메뉴 및 위치>

◇메뉴: △초밥 8000원 △매운탕 7000원 △오뎅백반 7000원.

◇위치: 진주시 동성동 212-4번지. 055-741-5496.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