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4살 난 딸 아이를 데리고 마트에 갔다. 마트마다 요즘엔 아이들을 데리고 장보러 오는 사람이 많기에 애들 놀 수 있는 놀이터를 한편에 마련해놓고 있다.

함께 장을 보러 나오면 장난감 매대를 그냥 못 지나치듯 여기도 한 번은 들렀다 가야 했다. 나 역시 아이를 놀이터에서 놀게 하고 잠시 쉬고 있는데 놀이매트가 깔려 있는 바닥에 버젓이 신발을 신고 들어와 있는 아기 엄마가 있었다. 돌 지난 아이들도 스스로 신발 벗고 들어가고, 넘어질까 봐 양말까지 벗고 맨발로 그렇게 노는 곳에 엄마라는 사람이 신발로 매트를 밟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곳이기에 바닥이 깨끗할 리가 없다. 자기 발이 얼마나 소중하면 신발 벗지 않고 그렇게 있었을까. 이러면 안 되지 않느냐 한 마디 해주려 했지만 요즘에 워낙 이런저런 상식 밖의 일들이 주변에서 많이 일어나는 걸 봐 참았다. 서로 얼굴 붉히는 것도 싫고, 내가 말해서 통하는 사람이면 거기서 그렇게 신발을 신고 있지 않았겠지 싶어서 그냥 지나갔다.

그런데 요즘엔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한가 보다. 인터넷 게시판에 심심치 않게 '애 엄마들 이러지 마세요'라는 제목으로 글들이 올라오는 걸 본다. 어린 애들을 데리고 15세 이상 관람가인 영화 보러 오지 말라는 글, 해외여행으로 장시간 비행할 때 애기 데리고 타지 말라는 글 등등.

물론 이해가 된다. 영화관이 깜깜해지면 2시간 내내 우는 아이 때문에 영화 내용에 집중 못했을 관객들, 해외여행은 주로 밤 비행이 많은데 아이가 타서 내내 울면 좁은 비행기 안에서 그 소음에 잠 못 자고 힘들어했을 승객들. 그런 마음이 이해가 되기에 나는 최대한 밀폐된 공공장소는 피하는 편이다. 내 아이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한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아이 엄마가 그럴 것이다.

최근 자주 가는 인터넷카페에서 이색적인 글을 봤다. "나도 애 엄마지만 이런 엄마들 정말 꼴불견이다?"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클릭 수도 엄청났고, 댓글이 무려 200개가 넘게 달렸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댓글을 대충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마트에서 계산도 하기 전에 먼저 과자를 뜯어서 먹이는 엄마, 커피숍이나 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수유실에 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기저귀 가는 엄마, 그리고 그런 기저귀를 화장실에 버리지 않고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가는 엄마, 실내 놀이터에서 신발 안 벗기는 엄마, 아이가 버릇없는 행동으로 다른 애나 어른들에게 피해를 주는데 사과 한마디 안하는 엄마, 음식점에서 돌아다니는 아이를 그냥 두고 보는 엄마, 키즈 카페나 문화센터에 아픈 아이 데리고 오는 엄마 등등.

   

같은 엄마가 봐도 심했다 싶은 경우였다. 나 역시 우리 아이를 어떻게 키워왔는지, 밖에 나갔을 때 어떻게 해왔는지 다시 돌아보게 됐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 세 살 버릇을 만드는 건 바로 부모다. 그 중에서도 아이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보통 엄마다. 애 엄마가 바로 서 있어야 아이도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거 아닐까.

/김성애(구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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