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공감] 구내식당

창원시 한 관공서 창 밖으로 비가 찔끔찔끔 하고 있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하늘은 잔뜩 찌푸린 채 언제라도 비를 쏟아낼 기세다. 이곳 관공서에서 외근 없는 직원들은 하루 일과 가운데 점심때 그나마 바깥 바람을 쐴 수 있다. 하지만, 궂은 날씨 때문에 바깥 식당으로 발걸음하는 것을 포기하는 이도 많다. 대신 별관 지하 구내식당으로 종종걸음한다.

바깥 식당을 이용하면 점심 1시간이 빠듯하지만, 구내식당을 이용하면 좀 낫기도 하다. 그래도 이곳 관공서는 주변 상권 활성화를 위해 구내식당 문을 닫는 '외식의 날'을 정해 놓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외부인은 가급적 바깥 식당을 이용하길 유도하고 있다.

구내식당 한끼 요금은 직원 3000원·외부인 3500원이다. 배식은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다.

배식 시작 시간이 좀 남았지만, 이미 하나 둘 모여든다. 점심을 좀 일찍 때우고 일 봐야 하는 직원, 그리고 외부 사람들이다.

   

12시 가까이 되면 1~2분 일찍 오느냐, 늦게 오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12시부터 15분가량은 찾는 이가 가장 많아 지하식당 바깥 계단까지 긴 줄이 형성된다.

이날 식단은 흑미에 팽이버섯두부된장국, 그리고 한방닭찜, 파래무생채, 숙주미나리나물, 포기김치다. 자율배식이기에 양은 알아서 조절하면 된다.

구내식당에 익숙한 이들은 음식을 식기에 옮기는데 능수능란하다. 굼뜬 이는 뒷사람 눈총은 감수해야 한다. 음식을 남기지 않는 문화가 제법 정착돼 있어, 다들 터무니 없이 음식을 담지는 않는다.

한통 가득한 음식은 어느새 바닥을 드러낸다. 그러면 구내식당 직원들은 재빨리 새 반찬통을 나른다. 교체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음식 기다리는 행렬 속에서는 "항상 내 앞에서 끊기네"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한창 시간이라 빈자리가 많지 않다. 음식을 담은 일행 4~5명은 두 팀으로 갈라져 앉기도 한다.

또 다른 3명은 저 멀리 구석까지 가서 기어이 함께 앉는다. 이 식탁에도 혼자 온 이가 있었기에 합석이나 마찬가지지만, 구내식당에서는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혼자 온 이는 자리를 살짝 비켜주며 옆 사람을 배려해 준다. 혼자 먹는 이들에게는 바깥 식당보다는 구내식당이 그래도 한결 마음 편해 보인다. 일행 3명은 같은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하지만, 그렇다고 별 다른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니다.

반면 또 다른 테이블에서는 남자 4명이 업무 관련 대화를 나눈다. 큰 소리로 이야기 하다가 깊이있는 이야기를 나눌 때는 주변 눈치를 잠시 보며 목소리를 낮추기도 한다. 안면 있는 이들이 계속 왔다갔다 하기에 식사 도중 인사 건네는 것도 잊지 않는다.

또 다른 테이블에서는 밥을 다 비운 누군가가 양이 부족한 듯, 배식대를 쳐다본다. 긴 행렬이 여전하다. 아쉬운 듯하지만, 그냥 식사를 끝마친다.

식사 마친 이들은 국그릇에 잔반을 옮겨 담는다. 그래야 음식물 버릴 때 편하다. 음식물을 버리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어떤 이는 식당 안을 한번 훑어본다. 먼 곳에 아는 사람을 발견하면 가벼운 눈인사를 건넨다.

   

식사 마친 이들은 출구 앞에 있는 식수대로 종종걸음 한다. 앞 사람 누군가는 컵에 물을 따르고 옆으로 비켜주면 좋으련만, 뒷사람 배려 없이 그 자리서 물을 들이켠다. 그래서 식수대 앞도 줄이 계속 끊어지지 않는다.

물까지 마신 이들은 휴지, 그리고 이쑤시개를 뽑아들며 구내식당서 누릴 수 있는 것을 모두 끝내고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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