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남강유득축제, 캐나다에 가다] (1) 캐나다 현지 반응

대표적인 겨울축제인 캐나다 윈터루드 축제에 진주남강유등축제가 초청돼 18일간(2월 1~18일) 캐나다 수도 오타와의 밤을 밝히면서 한국의 멋을 캐나다에 알렸다. 특히 한국과 캐나다 수교 50주년을 맞아 현지에서 한국 관련 행사가 잇따라 열려 양국의 우호증진에도 이바지했다. 진주남강유등축제가 윈터루드 축제에 초청된 과정과 어려움, 현지 반응, 배울 점 그리고 진주남강유등축제의 목표인 글로벌 축제로 발전하기 위한 대책 등을 현지 취재를 통해 알아보았다.

윈터루드 축제 진주시 방문대표단이 캐나다로 출발할 때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시집 보낸 딸이 잘 사는지 신혼집을 찾는 친정식구 심정이라고 할까. 방문단보다 며칠 먼저 유등 기술자들이 오타와에 도착, 현지에서 유등 설치작업을 하고 있었다. 전압이 맞지 않고 강추위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터라 걱정이 더 앞섰다.

1월 31일 방문대표단은 유등 설치작업이 거의 끝난 컨페더레이션 광장에 도착했다. 오타와 시청 바로 앞에 있는 광장으로 축제장의 가장 중심지였다. 멀리서 소망등 터널이 보였고 올망졸망한(?) 유등들이 보였다. 진주에서 수천 개 유등을 보던 것과 같을 것이란 기대는 이미 접었지만 생각보다는 크지 않았다. 소망등 터널은 35m에 불과했고 유등도 20개 남짓이었다. 그나마 대표 등인 대형 소망등은 컨페더레이션 광장과 좀 떨어진 리도 운하에 걸려 있고, 전쟁박물관에 참전 기념등이 전시되면서 시각도 분산돼 솔직히 초라하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소망등에 불을 밝히면서 반응은 확 달라졌다. 엄청난 규모에 익숙한 진주시민의 시각으로는 초라했지만 캐나다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순백색 눈밭에 오방색 소망등이 불을 밝히자 밋밋한 축제장의 분위기가 살아났다. 한국 전통 등에서 뿜는 아름다운 불빛은 캐나다인들로서 새로운 경험이었다. 소망등과 유등이 간직한 애틋한 사연까지 알게 되면서 신기하게만 바라보던 시각은 친근하게 다가왔다. 감동은 크기나 양의 문제가 아니라 '숨어있는 이야기에 달렸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했다.

캐나다 윈터루드 축제장에 설치된 소망등 터널을 걷는 사람들./김종현 기자

오타와 시민과 관광객들은 유등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전통 등을 신기한 듯 만져보기도 했다. 소망등 터널을 걸어보며 저마다 소원을 비는 모습은 서양과 동양에 차이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소망등 터널에서 만난 사라 스미스(여·25)씨 는 "경기도 수원시에서 6개월 동안 원어민 강사를 했는데, 한국 유등이 온다는 소문을 듣고 친구들과 함께 방문했다. 너무 예쁘다. 소망을 빌면서 터널을 걸었으니 소망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오타와 시민 그레그 보리스(34)씨 는 "정말 재밌다. 춥지만 다 같이 참여하고, 구경하는 사람도 많아 좋다. 불빛이 신비하다"고 감동을 전했다.

유등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관광객들./김종현 기자

현지 신문 방송을 중심으로 언론의 관심도 쏟아졌다. 특히 소망등은 연일 캐나다 방송을 탔다.

이창희 진주시장은 2월 2일 하루 동안 공영 방송사인 CBC TV와 인터뷰한 데 이어 지역방송인 ROGERS TV와 라디오 방송 'CHIN' 등 3곳에서 인터뷰를 했으며 이후에도 인터뷰는 계속 이어졌다. CBC TV 인터뷰 내용은 유등과 함께 전국 방송을 타면서 인지도가 갑자기 높아졌다.

정치권 반응도 뜨거웠다. 개막식을 앞두고 짐 왓슨 오타와 시장, 마크 부로 가티노 시장 등과 공식 면담을 가진 데 이어 캐나다 하원 부의장과 오타와시 관광진흥청장 등과 면담했다.

개막식 브리핑에서 데이비드 존스턴 캐나다 총독은 이창희 시장에게 진주남강유등축제에 깊은 관심을 표했고, 축제를 주최하는 NCC와 정부 주요 인사들만 참여하는 개막식에서 이창희 시장이 직접 인사말까지 하도록 배려했다.

이번 초청 행사를 성사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정강환 배재대학교 교수(세계축제협회 한국지부장)는 "축제 현장을 많이 다녀보지만 진주남강유등축제 만큼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처음이다. 방송 노출이나 정·관계 인사와 대담 등은 일개 자치단체장이 이뤄내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또 "35m밖에 안 되는 소망등 터널을 보고 감동하는데, 좀 더 늘렸다면 정말 '대박'이었을 것이다. 유등이 전 세계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자리였다"고 밝혔다.

유등축제를 주최하는 진주문화예술재단의 서영수 상임이사는 "많은 양과 완벽한 준비를 하지 못했지만 시작의 의미로 유등을 설치했다. 캐나다인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주 기분이 좋았다. 기대 이상의 반응에 놀랐다"고 밝혔다.

현지 교민들 반응도 뜨거웠다. 한국계인 연아 마틴 상원의원을 비롯해 이영해 카한협회 회장 등이 잇따라 만찬을 마련하면서 환영했다. 더욱이 연아 마틴 상원의원은 명예진주시민 자격으로 유등이 전시된 컨페더레이션 광장을 자주 찾아 진주시의 홍보도우미 역할도 수행하면서 친근감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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