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사르환경재단과 함께하는 환경이야기] (94) 누구나 참여하는 커뮤니티 매핑

벌써 우수(雨水)다. 우수를 일컬어 옛 세시기에서는 "입춘이 지나면 동해동풍이라, 차가운 북풍이 걷히고 동풍이 불면서 얼었던 강물이 녹기 시작한다"고 했다. 이 말처럼 우수는 눈이 비로 바뀌면서 얼었던 땅이 녹고, 따뜻한 봄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절기인데 마침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다. 몇 번쯤 반짝 추위가 찾아오겠지만 우수가 지나면 기나긴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는 기지개를 켜고 깊은 잠에서 깨어난다. 성질 급한 녀석들은 벌써부터 알을 낳고 자신의 미래세대를 준비하고 있다.

2월 16일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과 환경을생각하는전국교사모임 경남지회는 양서류의 커뮤니티 매핑(Community Mapping)에 관한 워크숍을 개최하였다. 커뮤니티 매핑은 지역의 공통 관심사를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여 지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음식이 맛있고 가격이 저렴한 식당을 SNS를 이용하여 지도상에 표시해 두면 누구나 쉽게 자신이 원하는 메뉴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공통의 관심사를 지도상에 그리는 과정이고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최근 이 시스템은 도시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이번에 개최한 커뮤니티 매핑은 양서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생태조사를 통해서 양서류의 분포지도를 만들기 위한 사전 공부라고 할 수 있다.

양서류 커뮤니티 매핑 워크숍 현장. /이찬우

커뮤니티 매핑을 활용한 생태조사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생태보고서는 몇몇 연구자들에 의해서 조사되었다. 사실상 일반인들의 참여는 거의 없었고 조사 자료를 열람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워크숍에서 논의된 커뮤니티 매핑 방식은 우리가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특정 생물의 사진을 찍고 기본 정보를 입력하여 지도상에 표기해 두면 관심 있는 사람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다. 한 마디로 누구나 참여하는 웹기반 지리정보시스템을 이용한 생태조사다.

이번 워크숍을 통해 경남지역에 커뮤니티 매핑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네트워크에는 지역 교사, 민간단체, 학교 동아리, 일반인 등이 참여하여 활동하게 된다. 주요 활동은 지구 생태계에서 가장 빠르게 멸종 위협을 겪고 있는 양서류에 대한 생태지도 작성이다. 참가자들은 모바일 폰을 활용하여 자신이 발견한 양서류의 사진을 찍어 네트워크 웹에 올려주면 함께 공유하게 된다. 이렇게 축적된 자료를 이용하여 경남에 분포하는 양서류 생태지도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또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금개구리나 맹꽁이가 서식하는 지역은 생태지도를 바탕으로 보전계획을 수립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협력 네트워크 관계자 외에도 관심 있는 도민은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고 자신의 지역에서 뜻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라는 생태계는 다양한 생명들을 품어 보살피고 있다. 하지만 일상에서 우리가 돌아보는 것은 문명사회의 단면에 불과하다. 어떤 생명들이 우리들과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는 것조차 거부하는 이들이 많다.

   

올해는 지구 생태계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다른 생물들에 관심을 가져 보고 커뮤니티 매핑과 같은 공동체 연구에 동참하는 기회를 만들어 보자.

/이찬우(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 사업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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