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합천 유치 등 검토…소통없이 공언 잦아

홍준표(사진) 지사가 즉흥적으로 업무를 지시해 도정에 혼선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민 누구에게나 공개되는 실국원장 회의나 언론 인터뷰 같은 공개석상에서 법률 검토를 하지 않았거나 실국장과 사전 소통이 안 된 사항을 지시하거나 공언해, 괜한 가욋일을 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버럭' 홍 지사의 지시에 간부들은 잠자코 고개를 끄덕이지만 속으로는 "이게 아닌데"하는 일이 잦다.

◇"보건환경연구원을 위생연구원으로" = 홍 지사는 18일 오전 9시 실국원장 회의에서 "람사르재단이라고 하니까 습지에만 집중한다. 환경정책 전반을 연구하게 해야 한다"면서 "람사르재단을 환경정책연구원으로 명칭을 바꿔서 환경정책 전반에 대해 다루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보건환경연구원과 이름이 혼동되니까 보건환경연구원은 보건위생연구원으로 이름을 바꾸는 것을 검토해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남도 보건환경연구원은 '보건환경연구원법'에 근거해 존재하는 연구원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청·질병관리본부·국립환경연구원 산하 전국 특별시, 광역시·도에 같은 이름으로 설치돼 동일한 분야의 진단, 검사, 시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만약 홍 지사 지시대로 환경부문을 람사르재단에 떼어주고 '보건위생연구원'이 된다면 상당한 직제 개편과 더불어 전국 동시 연구 혹은 조사에 차질을 빚게 된다. 무엇보다 그렇게 명칭을 바꿀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게 문제다. 이와 함께 2008년 람사르총회 유치를 계기로 '포스트람사르'를 실천하고자 습지 보전이라는 특수목적을 띠고 재단으로 출범한 람사르재단을 연구원으로 승격시키는 데도 상당한 품이 드는 반면, 실익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다.

홍 지사는 앞선 실국원장 회의에서 경남도 보건환경연구원을 이전하는 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홍 지사는 보건환경연구원을 서부권으로 이전해 제2청사를 이루는 기관 중 하나로 염두에 둔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이 같은 지시는 보건환경연구원 기능을 축소해 진주2청사에 두고 보건환경연구원의 주요 역할을 창원에 있는 람사르재단에 맡기겠다는 방안으로 읽힐 수 있다.

◇"합천에 현대캐피탈 유치하겠다" = 최근 홍 지사는 언론과 인터뷰 등에서 소외된 북부경남 발전을 위해 대표적으로 합천에 리스차 업체인 현대캐피탈을 유치하겠다고 공언(公言)했다. 제주에 있는 현대캐피탈 유치 가능성에 "성사되도록 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표현한 바 있다. "제주와 똑같은 대접을 해줄 테니 합천으로 돌아오라"고 이미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부서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지사와 인터넷 지점을 모두 갖춰야 하는데, 경남지역에 현대캐피탈 지사는 창원과 진주에 있고, 그나마 진주는 지사만 있어 인터넷 지점을 갖추는 데 6개월 이상 걸린다고 설명했다. 합천군 유치는 애초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경남도 공채 매입률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리스차량 세입이 상대적으로 많던 '좋은 시절'은 이미 지났고, 공채 매입률은 전국 어디나 비슷한 반면 행정안전부가 이와 관련한 인센티브나 세금 혜택을 주지 못하게 단속해 한마디로 16개 광역시·도가 '갈라먹기'하는 수준밖에는 안 된다는 게 부서 담당자 입장이다.

◇"도비로 대합 나들목 개설 검토" = 홍 지사는 이날 또 넥센타이어와 대합 1·2·3공단 인근에 대합 나들목을 도비로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홍 지사는 "넥센타이어와 공단이 수천억 원 투자를 하려고 해도 대합 나들목이 개설되지 않으면 물류가 원활하지 않다며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300억 원이 드는데, 국토해양부와 도로공사는 나들목 간 거리가 10㎞가 돼야 하는데 7.6㎞밖에 안 된다며 불가하다는 입장"이라며 "여기에 넥센과 다른 공장들이 들어서면 국도를 확장해줘야 하는데, 국도 확장 비용이 대합 나들목 만드는 비용보다 더 많다. 도비를 들여서라도 대합 나들목을 만들어야 공장들이 들어온다. 이게 바로 투자유치"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과 더불어 나들목 개설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안전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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