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김민환·문소진 부부

창원시 진해구에 사는 김민환(29)·문소진(28) 부부는 17일 주말 산행을 즐기며 지난 시간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냈다.

두 사람은 8년간 연애 끝에 지난해 10월 결혼했다. 3000일 조금 못 되는 나날을 함께했고, 이제는 또 다른 시간을 함께 그려나가고 있다.

남자 20살·여자 19살 때 둘은 처음 만났다.

"친구 커플 100일 파티 때 처음 보게 됐죠. 그때는 서로 관심이 없어 별 대화도 나누지 않은 채 그냥 헤어졌어요. 한참 지난 몇 달 후에 시내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됐어요. 그런데 그 많은 사람 중에 남편 얼굴에서만 빛이 나더라고요. 제가 눈이 나쁜데 안경도 안 쓰고, 렌즈도 끼지 않았는데 그렇게 느껴졌어요. 심장이 두근두근하고…. 뭔가 홀렸던가 봐요."

   

여자는 거절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고백해야만 하는 스타일이었다. 연락처를 알아내 적극적인 구애에 나섰다. 남자도 호감은 있었지만, 친구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퍼뜩 마음을 열지는 않았다. 그래도 당돌한 19살 여자한테 녹아들 수밖에 없었다.

연애를 시작한 지 1년 채 못된 시점에 남자는 군대에 갔다. 사병 아닌 부사관, 즉 직업군인의 길로 뛰어들었다.

여자는 그때 기억이 생생하다.

"입소할 때 저한테는 오라고 하지도 않았어요. 친구들만 부르고…. 저는 그냥 눈물 뚝뚝 흘리기만 했죠. 이전에 '직업군인이 되는 건 어떨까'라고 남편이 넌지시 던지기는 했지만, 이미 결정한 후 통보하는 식이었죠. 그때는 저도 어려서 직업군인에 대한 것보다는 단지 군대에 간다는 사실에 대한 슬픔이 더 컸죠."

   

직업군인 여자친구가 감내해야 할 것은 생각보다 컸다. 군인 특성상 남자는 전국을 돌아다녀야 했기에 늘 떨어져 있어야 했다. 편지·전화로 애틋함을 풀고, 먼 길을 마다치 않고 찾아야만 짧은 시간이나마 마주할 수 있었다. 그래도 지나고 보면 나쁘지는 않았다.

"자주 못 보니까, 오히려 덜 싸우게 되고, 서로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멀리 있어서 오히려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나 할까요?"

그러한 시간 속에서 둘은 연애한 지 2815일 만인 지난해 10월 '부부'의 길을 걷게 됐다. 그 긴 시간 속에서도 한 번도 '이별'은 없었다.

"가끔 지겹게 느껴질 때가 있기도 해요. 오빠한테 늘 '귀엽다' '예쁘다'라고 칭찬하는데, 가끔은 너무 못생겨 보일 때가 있어요. 지난번 신혼여행 때도 그러한 시기가 찾아오기는 했는데, 또 그러다 금방 지나가니까요."

결혼 준비할 때 웨딩촬영은 자신들만의 추억을 남겼다. 전문가 도움 없이 셀프촬영으로 했는데, 주위에 권하고 싶을만큼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프러포즈를 위한 이벤트는 없었다. 꼭 남자가 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그래도 여자 처지에서는 서운할 만도 하다. 그런데 아주 담담하게 말한다.

"남편이 프러포즈만큼은 해주겠다더니, 지금까지 아무 말이 없네요. 그래서 지금이라도 내가 할까 싶어요. 며칠 후면 남편이 태어난 지 1만일 되는 날이거든요. 그때 조촐한 이벤트를 준비하려고요. 그게 속 편할 것 같네요."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은 그냥 무안한 웃음만 짓는다.

   

둘은 지나고 보니 이런저런 인연이 많았다. 같은 동네에서 살았고, 초등학교·학원도 함께 다녔다는 걸 뒤늦게야 알았다. 혈액형에서 남자 B형·여자 A형은 맞지 않다는 속설이 나돌지만, 둘은 이런 것에 개의치 않는다.

둘은 20대를 함께 보냈다. 30대 시간은 어떻게 채워질지 벌써 기다려진다.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6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이승환 기자(010-3593-5214)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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