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농업 강소농을 찾아서] (35)박동심 남해건강마을 대표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어라'라는 말이 있다. 빛만큼이나 소금 역시 이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인 만큼 꼭 필요한 사람이 되라는 말이다. 그만큼 소금은 중요한 것, 고귀한 것, 꼭 필요한 것을 의미한다. 소금은 우리 생명과 식생활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역사적으로 소금으로 인한 전쟁과 싸움도 종종 있었다.

'생명의 알갱이'라고도 할 수 있는 소금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려는 사람이 있다.

죽염을 만드는 '남해건강마을' 박동심(59) 대표. 건강에 관심이 많은 남편 최수철(63) 씨 때문에 박 대표는 이 길을 걷게 됐다. 1989년 무렵 남편이 죽염에 매달렸다.

이전에는 옷가게를 운영하던 박 대표는 일 벌이기 좋아하는 남편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죽염 가공 역시 너무도 생소한 분야였다.

박동심 남해건강마을 대표가 죽염을 구울 때 사용하는 대나무 통을 살펴보고 있다.

"남편이 건강이 안 좋아서 약초 재배나 죽염 등 건강에 좋다는 것에는 다 관심을 가지고 시도를 했습니다. 그동안 고생도 참 많이 했어요. 죽염 제조도 함양의 한 가공업체에서 구경하고 와서는 바로 시도했습니다. 아무런 기술 없이 시작했으니 될 턱이 있나요? 대나무 통에 소금을 넣어 구웠는데, 소금이 다 도망가 버리고 남아있지를 않더라고요."

박 대표에게 대통령 표창까지 받게 해준 죽염 가공이지만, 처음에는 하기 싫어 남편과 싸우기도 많이 했다. 결국, 남편 고집을 꺾지 못하고 죽염 가공에 발을 들였다. 하지만, 마땅히 기술을 배울 곳이 없었다. 다른 업체의 모습을 눈에 담아 와 직접 시행착오를 거치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구우면 도망가 버리는 소금'을 잡아두기 위해서는 대나무 통에 소금을 꾹꾹 다져 넣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박 대표가 가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분쇄된 천일염을 채운 대나무 통을 이곳에서 굽고 있다.

"죽염에 계속 관심을 갖고 7~8년 고생하다 2001년 농촌여성 일감 갖기 사업에 선정돼 허가를 받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5명이 함께 했는데, 모두 그만두고 지금은 저 혼자입니다."

막상 사업을 시작하자 비교적 빨리 자리 잡았다. 이듬해인 2002년 경상남도 성공전략 발표에서 버금상을 수상하고, 2003년 농촌여성 일감 갖기 사업장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3년 만인 2004년에는 일본 수출을 하게 됐다. 하지만, 다시 3년쯤 후 독도 사건 등이 터지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서서히 줄어들던 일본 수출이 어느 날 뚝 끊겨 버렸다. 그때부터는 내수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은 일부 물량은 중간업자에게 대량 포장해서 넘기고,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는 소포장으로 소비자와 직거래한다.

"그동안 상이란 상은 다 받았어요. 생활개선회와 농민회 등 여러 단체에서 견학도 참 많이 왔고요. 굳이 나서서 알리지 않아도 어느덧 주위에서 알아주고 격려해 주더라고요."

박 대표는 2005년 11월 농업인의 날 행사에서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

죽염을 만들려면 먼저 절단한 대나무에 천일염을 분쇄해 채우고 다진다. 그리고 반죽한 황토로 입구를 막아 가마에 차곡차곡 쌓는다. 소나무 장작불에 송진을 뿌리면서 800~1000도 온도에서 대나무를 태우면 소금 기둥만 남게 된다. 이를 분쇄해 다시 대나무에 채워 태우는 작업을 반복한다.

이러한 과정을 3번 하면 3번 구운 죽염이 된다. 9번 구운 죽염은 조금 다르다. 이 과정을 9번이 아니라 8번 한다. 마지막 9번째에는 대나무가 아닌, 특수 제작된 용기에 소금 기둥을 가득 채우고, 소나무가 아닌 송진가루만 이용해 불을 붙인다. 1200~1500도에서 1시간 정도 가열하면 소금 기둥이 용암처럼 흘러내리고, 2시간 정도 지나면 돌처럼 굳어진다.

이를 분쇄하면 9번 구운 죽염이 탄생하는 것이다. 9번 구운 죽염이 만들어지기까지는 20일가량이 걸린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천일염은 처음의 3분의 1 정도로 줄어든다.

"그냥 굽는 것은 일도 아니에요. 중요한 건 9번째 굽는 것이지요. 9번째 굽는 기술이 제일 힘들어요. 여기에 노하우가 있습니다. 기술을 익히려고 처음에는 남의 공장에 가서 눈치도 보고, 기술자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기술자란 사람이 제대로 된 기술이 없더군요. 단순히 9번 굽기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맛이 제대로 잘 나와야 합니다. 그을음이나 재 등이 섞이면 맛이 텁텁해집니다. 결국, 시행착오를 거치며 직접 익히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죽염 제조에 사용하는 소금은 1년 이상 간수를 뺀 서해 천일염. 이 천일염을 3년생 이상의 남해안 왕대나무에 넣어 소나무 장작과 송진가루, 황토 등을 이용해 굽는다. 박 대표는 죽염을 만들려고 대나무밭까지 샀다.

남해건강마을에서는 3번 구운 죽염과 9번 구운 죽염을 만든다. 3번 구운 죽염은 음식 등 일반 생활용으로 많이 나가고, 9번 구운 죽염은 건강을 위해 찾는 사람이 많다.

연간 생산량은 3번 구운 죽염이 5t가량, 9번 구운 죽염이 2t가량으로, 연 매출은 약 1억 5000만 원이다.

박 대표는 죽염 판매에만 그치지 않고 상품 다양화를 위해 9번 구운 죽염을 이용해 간장과 된장 등 장류를 만들어 판매하고, 멸치액젓도 죽염을 이용해 만들었다. 마늘과 죽염을 이용한 멸치액젓과 젓갈 제조 방법은 특허 등록까지 했다.

박 대표는 상품 다양화를 위해 죽염을 이용해 간장과 된장 등의 장류를 직접 담가 판매하고 있다. 죽염을 이용하는 만큼 일반 상품에 비해 비싸지만 맛이 깔끔해 한번 맛본 사람들은 꾸준히 구매한다고 한다. /김구연 기자

직접 장류를 담그려는 사람들을 위해 죽염수도 판매하고 있다. 비싼 '9번 구운 죽염'을 이용하는 만큼 일반 상품에 비해 가격은 비싸지만, 깨끗하고 깔끔한 맛에 먹어본 사람들은 또다시 찾는다고 한다.

"소금을 여러 번 구우면 수분이 날아가고 결정만 남아 많이 짜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도리어 일반 소금에 비해 덜 짭니다. 9번 구운 죽염 알갱이를 가만히 입에 물면 마치 달걀 찐 것을 먹는 것과 비슷한 맛이 납니다."

박 대표가 내놓은 9번 구운 죽염 알갱이 하나를 입에 넣었다. '소금'이니 당연히 짠맛이 난다. 하지만, 혀를 아리게 하는 날카로운 짠맛이 아니다. 부드럽다. 은은한 단맛도 감돈다. 묘한 감칠맛이 입 안에 남는다.

박 대표의 '일 벌이기 좋아하는 남편'은 오늘도 여전히 일을 벌이고 있다. 체험 황토방을 직접 지은 최수철 씨는 그 규모가 성에 차지 않았는지, 4년가량 황토를 파 와서 체험·관광객 숙박용으로 황토집을 새로 지었다. 체험객을 위해 다래 밭과 고사리 밭도 조성 중이고, 강의실도 지으려고 준비하고 있다. 또, 얼마 전에는 중고 굴착기를 사 인근 터를 정리하고 있다.

체험장도 강의실도 모두 죽염을 조금이라도 더 알릴 수 있는 방안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박 대표는 죽염 홍보를 위해 요즘 블로그 등 소셜미디어에 관심을 쏟고 있다. 죽염 제조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교육은 없었지만, 농업기술원이나 농업기술센터에 컴퓨터 활용법·블로그 제작 등 SNS 관련 교육이 많아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박 대표는 공장 규모를 늘리려는 욕심보다는 최신의 시설에서 좋은 상품을 만들어 외국 등 멀리까지 죽염을 알리고 싶은 포부를 가지고 있다.

"이곳은 처음부터 죽염 가공공장으로 지어진 곳이 아닙니다. 다른 시설을 개조한 곳입니다. 소금은 부식성이 강해서 기계와 시설이 오래 견디지 못하네요. 정부 지원 등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죽염이 좀 더 소문이 나서 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합니다. 사람 몸에 꼭 필요한 게 소금인데, 보다 건강하고 좋은 소금을 만들어 알리고 싶습니다."

제품 문의 남해건강마을(www.nh-farmland.com).

<추천 이유>

◇김미선 남해군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 남해군 건강마을 박동심 대표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생활개선 남해군연합회장을 역임하면서 임기 4년 동안 남다른 소신과 성실함으로 여성농업인과 지역 문화 및 지역농업 발전을 위해 힘써온 여성 CEO입니다. 2001년 농촌여성 일감사업으로 시작한 죽염사업은 현재 죽염을 이용한 메주, 간장, 된장, 액젓 제품 등을 개발해 판매하고, 특히 마늘과 죽염을 이용한 멸치액젓과 젓갈의 제조방법을 특허등록 했습니다.

현재 남해군 특산물 유통협의회 활동과 경남 벤처농업 활동을 하면서 제품 개발과 연구, 2012년에는 작지만 강한 농업을 실천하기 위한 강소농으로 공동브랜드 마케팅 사업에 선정돼 한층 차별화된 제품뿐만 아니라 포장 디자인 개발 등에 노력하면서 지역 농업 홍보 및 지역 가공제품 공동 브랜드화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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