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맛집] 진주시 칠암동 '콩세상 웰빙밥상'

진주 안에서 내로라하는 식도락가들로부터 한결같은 맛과 정성으로 꾸준히 사랑을 받는 곳이 있다. 바로 칠암동 진주세무서 뒤편 '콩세상 웰빙밥상'(이하 콩세상)이다. 김미성(63) 사장이 칠암동에서만 벌써 20년째 운영 중인 이 집은 청국장을 비롯한 다양한 콩 요리로 남녀노소를 불문한 많은 사람들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동종업계에서 일하는 진주 중앙시장 내 송강식당 조재경 사장(지난 1월 9일 자 본란 보도)이 적극 추천했을 정도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8일 고향행을 뒤로하고 이 집을 찾았다.

'콩세상'은 '청국장 밥상'을 주 메뉴로 한다. 더불어 '한우옛날불고기'와 '콩가스'를 주력 음식으로 내놓는다.

발효 음식인 청국장은 대개 악취(?)를 내기 마련인데, 콩세상에서는 역한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청국장을 집에서 직접 띄우지 않고 김미성 사장이 출연금을 내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장류 전문 생산업체 '콩세상'(충북 진천군 초평면 오갑리 350)을 통해 공급받는 덕분이다.

식품생산업체 콩세상은 충북 진천과 전남 담양에서 생산되는 국산콩 100%, 이 중에서도 일반 콩보다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성분이 많이 든 '작두콩'을 사용해 청국장을 만든다. 김미성 사장은 시간이 나는 대로 콩 재배 및 수확 시기 현장 점검읕 통해 원재료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청국장을 띄우는 작업 공정을 세심하게 살펴 손님들은 믿고 먹을 수 있다.

청국장./김두천 기자

먼저 '청국장 밥상'을 맛봤다. 시쳇말로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가득 올려진 반찬들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나박김치', '브로콜리', '다시마', '멸치볶음', '새송이 파프리카 볶음', '꽁치구이', '잡채어묵 조림', '파전', '김치', '계란찜' 등 10가지는 족히 넘는 반찬이 보기만 해도 배를 두드리게 만든다. 특히 '수삼 무말랭이 무침'과 '생청국장'은 청국장과 함께 말 그대로 '웰빙(참살이)밥상'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한다.

큼직한 뚝배기에 자글자글 끓여져 나오는 청국장은 역한 냄새는 빠지고 구수한 향은 살아 입맛을 자극한다.

브로콜리, 수삼 무말랭이 무침 등 10가지는 족히 넘는 밑반찬.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푸짐하게 차려져 나오는 상을 보면 '웰빙 밥상'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김두천 기자

청국장만 한 술 떠 한 입 넣어봤다. 제대로 띄워 낸 청국장에서만 난다는 달고 구수한 맛이 입안을 돈다. 뒷맛은 약간 짜다는 생각이 드는데, 된장에서 흔히 나는 맛이라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다. 좋지 않은 콩을 쓴데다 잘 띄우지 못한 청국장에서는 쓴맛이 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콩세상에서는 이를 염려하지 않아도 될성 싶었다.

청국장에 든 손두부를 숟가락으로 숭덩 잘라 뜨끈한 밥에 올린 다음 쓱쓱 비벼먹는 맛도 일품이다.

콩세상 청국장 밥상에서 또 하나 별미는 비빔밥이다. 반찬으로 나온 삼색 나물(콩나물, 단배추, 무 숙채)을 밥과 함께 커다란 그릇에 넣은 다음, 그 위에 자박하게 끓인 청국장과 생청국장을 넣어 함께 비벼먹는다. 짭조름하면서도 구수한 맛을 내는 청국장이 온기가 남은 밥과 함께 입안에 훈기를 불어넣으면, 아삭하면서도 시원한 나물들이 시원상큼하게 뒷마무리를 한다.

비빔밥./김두천 기자

믿고 먹을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모든 음식에 천연조미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다시마, 멸치, 무, 대파, 양파, 표고버섯을 진하게 우려 뽑아낸 육수를 나물을 무칠 때나 김치를 담글 때에도 넣어 쓴다. 청국장을 끓일 때도 이 육수를 쓰니 맛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

친지나 가족 등 대식구가 찾았을 때 청국장 밥상과 함께 맛 보면 좋은 것이 '한우옛날불고기'다. 손님이 주문한 즉시 얇게 저며 낸 한우 등심을 비법 간장 양념에 재운 다음 숙성없이 바로 상에 올린다. 한우 등심은 농장을 하는 김미성 사장 사촌 언니네에서 직접 가져다 쓴다. 유통 단계가 단순화되니 양질의 고기를 싸게 팔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재워진 고기는 유기 불판에 올린다. 유기에는 살균 효과가 있으니 더욱 만족스럽다. 불판 테두리에는 홈이 파여 있다. 여기에는 당면, 파, 양파, 파프리카, 목이·만송이·새송이 버섯 등을 넣은 다음 간장 양념을 자박하게 부어준다. 불판에 한 번 익혀 핏빛 가신 고기를 몽글몽글 끓어오르는 간장 양념에 한 번 담갔다가 입으로 가져간다.

고기가 질길 것 같지만 워낙 얇게 썬데다 양념으로 잘 연육해 입에 넣는 순간 부드럽게 넘어간다. 양념은 너무 달지 않게 삼삼하게 잘 배었다. 숙성없이 바로 재워 내 소고기의 고소한 맛도 잘 산다.

'콩가스'는 콩요리를 즐기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내놓고 있다. 불리지 않은 국산 생콩을 갈아 미리 준비한 육수와 마늘, 후추 그리고 갖은 양념을 넣은 후 두툼하게 빚어 만든다. 이를 밀가루와 빵가루를 묻혀 튀겨낸 다음 소스를 뿌리면 완성이다. 씹으면 정말 콩인지 고기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을 정도로 육질(?)이 살아 있다.

콩가스./김두천 기자

시중에서 파는 냉동 돈가스를 먹을 때면 간 고기를 빚어 만든 것이 티가 나기 마련이다. 반면 콩가스는 씹을수록 신선한 고기를 씹는 듯한 식감이 느껴진다. 아이들 건강을 생각하는 부모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아이들을 위해 만든 메뉴지만 어른들 가운데서도 콩가스만 먹고 갈 정도로 인기가 많단다.

한 동네에서만 20년째. 신뢰로 쌓은 세월은 많은 단골을 낳았다. 덕분에 번듯한 건물을 올려 임대료 걱정 없이 장사를 하게 됐다. 임대료가 없으니 음식에 신경을 더 많이 쓸 수 있는 여건이다.

함께 일하는 직원 중에는 가족이 절반이다. 나머지 직원도 대부분 10년 넘게 호흡을 맞춘 이들이다. '단단한 가족애(愛) 끈끈한 정(情)'. 콩세상 웰빙밥상이 진주에서 식도락가들 사이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집으로 불리는 또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한우뚝배기 불고기./김두천 기자

<메뉴 및 위치>

   

◇메뉴: △청국장밥상 7000원 △양념순두부밥상 7000원 △콩가스 7000원 △한우뚝배기불고기 1만 원 △한우옛날불고기 1만 5000원(1인분) △녹두빈대떡 1만 원 △해물장떡 1만 원 △콩탕수육 1만 7000원.

◇위치: 진주시 칠암동 514-3. 055-755-5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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