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1년 우리나라 성인의 연간 독서량(일반도서 기준, 실용서 등 제외)은 약 9.9권으로 유엔 191개국 중 166위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 최하위다.

바쁜 일상에 여유가 없어 그런가 하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온라인 미디어 콘텐츠 이용 비율과 스마트폰·태블릿PC 등을 통한 온라인 접속 시간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혹시 독서 행태나 방법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대단한 독서광도, 더더구나 애서가도 아니지만 행여 도움이 되실까 싶어 '나의 독서법'을 감히 소개하면 이렇다.

우선 신문이나 잡지의 서평과 책 소개를 꼼꼼히 읽는다. 이를 통해 관심있는 책을 메모한 목록을 만들어 둔다.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는 온라인서점을 이용하지만 가급적이면 정기적으로 서점을 찾는다. 물건을 직접 만져보고 두 눈으로 확인하고 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과정에서 목록에 있던 책이 탈락하기도, 목록에 없던 책이 추가되기도 한다.

독서는 일종의 습관이다. 끼니를 챙겨 먹듯 일상 속에 녹이면 이만큼 즐거운 일도 없다. /경남도민일보DB

한번에 10권 정도 구매한다. 한두 권씩 구매할 경우 흥미 위주 혹은 당장에 필요한 책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번에 많은 양을 구매하면 주제와 장르에 상대적으로 다양성을 꾀할 수 있다. 더러는 전혀 관심 없는 분야의 책이 선택되는 경우도 있다.

구입한 책은 집과 사무실 등에 마구 뿌려 놓는다. 손 닿는 곳에 책이 있어야 읽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드시 읽어야 되는 책은 가방에 넣고 항상 휴대한다. 만화책을 비롯해 비교적 쉽게 읽히는 책은 거실이나 사무실 등 오래 머물러도 상관 없는 곳에 비치한다. 몇 페이지 읽기도 버거운 책은 화장실이나 침대 맡에 놓아 둔다. 화장실과 침실에 흥미 위주의 책이 놓이게 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며 건강에도 해롭다.

이를 통해 한 가지 체득한 요령이 있다. 재미 없는 책은 굳이 끝까지 읽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책과 멀어지는 가장 나쁜 습관이 한 번 잡은 책은 끝을 봐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다. 책 속에 길이 있다지만 모든 책에 나의 길이 있는 것은 아니며, 사람이 만든 것인 이상 내 기호와 맞지 않는 책도 부지기수다.

당장 읽히지 않는 책은 일단 책장에 모셔두는 편이 낫다. 관심 분야와 생각의 깊이는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책을 '숙성'시키면 언젠가는 빛을 볼 날이 생긴다.

책이 귀하던 시절에야 책을 소중히 다룸이 마땅했겠지만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책은 소모품이다. 필요할 때는 밑줄도 긋고, 생각이 번뜩였을 때는 가차 없이 낙서도 해둔다. 좀 지저분해지긴 해도 내 생각의 흔적이 남아 있는 책은 구매 당시보다 훨씬 더 값어치 있는 물건이 된다.

굳이 종이책만 고집할 게 아니다 싶어 최근에는 태블릿PC를 이용한 전자책의 독서 비율도 높이고 있다. 특히 고전문학을 주로 읽는다. 100년도 훨씬 전에 쓰인 텍스트를 고화질의 디스플레이로 '읽는' 재미가 각별하다.

흔히 독서는 여유 있을 때 하는 것으로 여기기 쉬운데 천만의 말씀이다. 굳이 배가 고프지 않아도 습관처럼 끼니를 챙겨 먹듯, 책을 읽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당장에 무엇을 읽을 것인가 고민하기보다는 자기만의 '독서습관'을 한번 다듬어 보는 것은 어떨까? 좋은 습관만 들이면 세상에 이만큼 즐거운 일도 없다.

/박상현(맛 칼럼니스트)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