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사르 환경재단과 함께하는 환경얘기] (93) 새들은 얼마나 먹을까?

얼마 전 브라질의 한 가정에서 애완용으로 기르다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거북이가 30년만에 창고에서 산 채로 발견됐다는 기사를 접했다.

마누엘라라는 붉은다리거북은 30년 동안 창고 속에서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전문가들은 먹이자원을 가리지 않으며, 창고 속에서는 흰개미들을 잡아먹고 살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추정했다.

사실 동물들 중에서도 필요로 하는 에너지양은 큰 편차를 보인다. 그 중에서 거북은 아주 적은 에너지로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때문에 6000만년 전 공룡이 멸종하는 와중에도 거뜬히 살아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동물이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대사율(BMR, basal metabolic rate)은 필수적인 생리적 기능에만 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의미하며 산소 소비량으로 측정하게 된다.

기초대사율을 비교해 보면 파충류 - 양서류 - 도마뱀류 - 포유류 - 조류 순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몸무게가 적을수록 기초대사율이 높은데 이것은 기본적인 에너지의 소모가 상당량 체온을 유지하는 데 사용되기 때문이다.

주남저수지에 뿌려진 먹이를 먹는 큰고니. /이찬우

즉 덩치가 작으면 외부에 노출되는 표면적 비율이 늘어나 체온 유지를 위해 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 새들을 비교해 보면 기초대사율이 가장 많은 종은 덩치가 작은 벌새류이고 그 다음이 목소리가 아름다운 명금류(鳴禽類, songbird)다.

그리고 지금도 주남저수지에서 힘겹게 겨울을 보내고 있는 큰고니는 기초대사율이 47(kcal/kg/day)인데 체중이 10kg정도이니 하루에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는 470kcal 정도가 된다. 하지만 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장 편안한 상태를 유지할 때 계산된 것이다.

만일 기온이 뚝 떨어지면 체온조절을 위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또 사람들 때문에 교란이 심하게 발생하면 비행을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그래서 대개 학자들 연구에 따르면 월동기 큰고니에게 필요한 에너지는 하루 2100kcal이다. 그래야만 혹독한 추위를 견딜 수 있고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하며 또 시베리아 번식지로 이동하기 위해서 에너지를 축적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먹는 밥 한 공기가 313kcal라고 한다. 그렇다면 큰고니들은 하루에 공깃밥을 6그릇은 먹어야 든든하게 겨울을 지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아침에 해가 뜨면 먹이터를 찾아 몇 시간이고 낙곡을 주워 먹는 새들의 심정을 이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동물들한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생존이고 생존을 위해 충분히 먹어야 한다. 필자가 사는 주남저수지에는 거의 매일 창원시에서 볍씨나 고구마를 뿌려준다. 출퇴근 시간이면 먹이터를 지나오는데 새들은 뿌려준 먹이를 먹는다고 정신이 없을 정도다.

   

설이 지나갔으니 이제 한파는 없을 듯하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새들에게는 더욱더 중요한 시간이다. 이제 충분히 배를 채우고 새끼를 키우기 위해서 번식지로 날아가야 한다. 남은 월동기에 충분히 에너지를 비축해서 머나먼 번식지로 안전하게 이동하기를 바란다.

/이찬우(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 사업지원팀장)

※'환경 이야기'는 경남도 람사르환경재단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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