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공감] 고속도로 휴게소 흡연구역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안내방송이 나온다. 두 번 연속해서 전한다. '휴게소 전 지역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위반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내용이다.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에 따라 지난해 12월 8일부터 '휴게소 건물 내부뿐만 아니라 지붕 없는 건물 복도·통로·계단 등 부속시설 공간 모두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위반하면 과태료 10만 원이 부과된다.

단, 주차공간·녹지대 같은 곳은 제외되며, 별도 흡연구역이 마련돼 있다. 일부 휴게소는 별도 건물인 '흡연실'을 시범 운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야외 한쪽에 임시로 마련해 놓고 있다.

연휴를 맞아 도내 어느 휴게소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다. 기둥 곳곳에는 '금연'이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다. 그리고 '고속도로휴게소 전 지역 금연구역 지정'을 알리는 펼침막이 외벽에 붙어 있다. 펼침막에는 '건물 좌·우 흡연장소'라는 알림 글도 붙어 있다.

   

화장실과 거리 먼 건물 왼쪽 흡연구역에는 찾는 이가 거의 없다. 하지만 건물 오른편에는 담배 문 이들 발걸음이 이어진다. 흡연구역은 벤치와 쓰레기통이 전부다. 겨울바람이 제법 차 흡연자들은 발을 동동거린다. 그래도 햇빛은 안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남자 두 명이 흡연구역으로 온다. 한 남성이 짜증 섞인 얼굴로 "귀찮네…"라고 내뱉는다. 옆에 있던 남자는 "커피를 안 사왔다"라며 피우던 담배를 끄고선 발걸음을 다시 옮긴다. 잠시 후 캔커피 두 개를 들고 온다. 이 둘은 그제야 커피를 곁들인 흡연을 하며 휴게소 여유를 즐긴다. 한 중년 남성은 담배를 물고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흡연구역 위치를 알려주고 있다.

곧 여자 아이가 다가온다.

"배고파. 엄마 기다리고 있어."

남자는 약간 인상을 찡그린다.

"기다리고 있지, 뭘 또 여기까지 왔나."

남자는 보채는 아이 때문에 곧 담배를 끄고 뛰어간다.

또 다른 남자는 담배를 피우면서 화장실 앞쪽에 계속 시선을 둔다. 그곳에 정신이 팔려 담배는 피는 둥 마는 둥 한다. 그러다 누군가를 향해 손을 흔든다. 한 여자가 다가오자 함께 차로 향한다.

또 누군가는 허겁지겁 와서는 시계를 보며 담배를 태운다. 그리고 고속버스를 향해 뛰어간다. 흡연구역으로 발걸음 하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는 않지만,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흡연자들로서는 휴게소 이용시간이 더 빠듯해진 셈이기는 하다.

   

한 무리 가족은 흡연구역 뒤편에 마련돼 있는 소공원으로 향한다. 이 가운데 한 남자는 무리에서 떨어져나와 흡연구역으로 향한다. 가족들을 향해서는 "온 김에 한대 태우고 갈게"라고 한다.

또 다른 휴게소 쓰레기통 앞에는 '흡연구역으로 가는 길'이라는 안내판이 마련돼 있다. 20대 남자는 푯말에 눈길 주지만, 이내 담배를 꺼내 든다. 식당 입구에 있는 탁자에도 음료수를 마시며 흡연하는 이들이 눈에 띈다. 알아도 지키지 않는 이, 그리고 몰라서 지키지 못하는 이들이 뒤섞여 있다.

그래도 금연구역 지정 이전과 비교하면 여기저기서 담배 문 모습은 눈에 띄게 줄었다. 차에서 내려 알아서 흡연공간으로 발걸음 하는 이도 제법 된다.

흡연구역에서 남자 서넛이 담배를 피우자 바람을 타고 연기가 제법 날린다. 아이 있는 가족이 그 앞을 지난다. 아이는 신기한 듯 쳐다보고, 엄마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흡연구역이 이용자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비흡연자에게는 이마저도 불편한 공간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