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바람난 주말] (56) 사천항공우주박물관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인 나로호가 지난달 30일 발사에 성공했다. 며칠 TV를 통해 발사 과정을 수십 번 지켜보던 아이는 궁금한 것이 많다. 하늘로 치솟는 나로호의 모습에 감탄을 자아내기도 하고, 우주에 대한 궁금증에 질문도 많아졌다.

세상사 모든 일이 '타이밍'이라면 지금쯤 아이에게 우주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좋을 때다 싶다. 좀처럼 햇볕이 나오지 않는 날이었다. 한겨울 길목, 햇볕 한 줌 없으니 괜스레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항공우주박물관(사천시 사남면 공단 1로 78, 055-851-6565)이 있는 사천으로 향했다.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어제와 오늘을 통해 우주에 대한 꿈을 심어주는 공간이라니 궂은 날씨에도 사뭇 기대를 하고 떠난 여행이다. 특히 항공우주박물관은 박물관 등록 9년 만인 지난달 28일 제1종 전문박물관(제17호)으로 등록됐다.

항공우주관에서는 세계 36번째 우주인인 이소연 씨의 우주생활을 간접체험할 수 있다. /최규정 기자

진주를 지나 사천 IC로 진입했다. 사천 IC로 들어가 직진을 하면서 신호등 5개를 지나 오른편에 항공기 조형물과 머리 위로 고가 다리가 보이면 거의 목적지에 다다른 것이다.

40여 대의 승용차 주차공간이 마련돼 있다. 주차를 하고 입장료(어른 2000원, 청소년·어린이 1000원, 오는 3월부터 각각 1000원씩 인상 예정)를 내면 탁 트인 시야 속으로 야외 전시장과 함께 항공우주 테마공원이 펼쳐진다.

모형이 아닌 실제 비행했던 기체들이 눈앞에 위용을 드러낸다. 대부분 비행기의 바퀴가 아이 키만 하다. 그 거대함에 아이 입이 떡 벌어진다. 실물전시 항공기마다 그 항공기가 가진 사연은 물론, 역할 등이 자세히 설명돼 있다. 꼼꼼히 읽어가다 보면 비행기의 역사와 특징에 대해 자연스레 알 수 있다.

야외 전시장에는 실제 비행기를 전시, 관람객이 내부에 들어가볼 수 있게 했다.

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 관람할 수 있게 해 계단을 오르는 아이들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1960년대 대통령 전용기와 다용도 헬기, 영화 〈웰컴 투 동막골〉 촬영에 쓰인 비행기와 대형 수송기 등이 일렬로 줄을 섰다.

야외 전시장에는 KAI 생산항공기 6대와 실제 6·25 한국전쟁 참전 항공기 10대, 한국공군 퇴역항공기 9대와 실물 항공기 26대, 한국전쟁 당시 사용된 전차 3대 및 화포, 야대 그리고 로켓과 실물엔진 등이 전시돼 있다.

항공우주관 내부. 1층에서는 항공 발달사를, 2층에서는 조선시대 비차·부활호의 모형 등을 볼 수 있다.

야외 전시장을 둘러본 후 항공우주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1층은 항공의 발달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것부터 시작한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비행의 원리를 새의 날갯짓과 비교해 알기 쉽게 설명해 놓았다.

2층에는 세계 최초의 비행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조선시대 비차와 한국전쟁 당시 사천에서 만들어진 부활호의 모형, 그리고 우리나라 공군이 보유하다 퇴역한 항공기, 우리 기술로 만들어진 초음속 고등훈련기 등이 전시돼 있다. 세계 36번째 우주인, 7번째 여성우주인 이소연 씨의 우주에서 생활도 영상을 통해 전해진다. 또 당시 직접 사용했던 갖가지 물품 등 우주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전시품과 함께 친절하게 설명돼 있다.

자유수호관에는 한국전쟁 때 사용한 무기나 군수품, 유엔 참전국들의 활약상 등이 전시돼 대한민국 전쟁사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스탈린과 모택동의 승용차와 함께, 세계에서 단 3대밖에 남아 있지 않은 김일성이 타고 다닌 소련제 리무진 승용차, 김일성이 중국의 모택동에게 중국군의 개입을 요청한 편지글 사본이 눈길을 잡는다.

자유수호관에는 한국전쟁 때 사용한 무기나 군수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항공우주관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둔 KAI 에비에이션센터.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운영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교육 기부 체험학습관이다.

기업이 이윤의 사회환원을 위해 운영하는 복지기관은 많지만 교육 기부를 위해 시설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이 곳이 첫 사례다. 지난 2010년 2월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현재는 학생이나 학부모를 대상으로 확대시행하고 있다. 2층 교육관과 체험학습관은 캠프 전용 시설로 참가 신청을 해야 하지만, 1층 항공산업관은 일반 관람객도 드나들 수 있다.

일상생활 속에 가까이 있지만 알 수 없었던 항공기술의 숨어 있는 갖가지 이야기와 에어쇼를 감상할 수 있는 항공기 홀로그램 등 둘러볼 곳이 많다.

TV에서만 보았던 우주복을 입은 우주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야외 전시장을 맘껏 뛰어다니며 비행기를 실컷 구경하고 만져봤다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발그레해진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우리나라 최초의 교육기부 체험학습관 KAI 에비에이션 센터에서 아이가 모형항공기를 타며 즐거워하고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