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게 이런 곳] 거창 황산고가마을

거창 위천면에는 거창 신씨 집성촌인 '황산고가마을'이 있다. 마을은 1500년대 초 형성돼, 이후 1700년대 중반 황고(黃皐) 신수이(愼守彛) 선생이 오면서 번성한 씨족 마을이 되었다고 한다.

특히 인근 손꼽히는 대지주들이 살던 곳이다.

마을 입구에는 유서 깊은 고을에 걸맞은 600년 된 고목이 손님을 맞이한다. 이를 지나면 등록문화재 제259호로 지정된 '황산마을 옛 담장'으로 본격적으로 빠져들게 된다.

담장은 직선 아닌 곡선미를 뽐낸다. 그래서 보는 이 마음도 한결 여유롭다.

거창군 위천면에 위치한 거창 신씨 집성촌 '황산고가마을'.

마을 담장은 흙과 돌을 번갈아 채운 토석담으로 되어있다. 물이 자연스레 빠지게 하려고 아랫단 60~90cm는 큰 자연석으로 메쌓기를 했다. 즉 돌 사이사이에 콘크리트를 채우지 않고 공간을 잘 물리어 자연스레 쌓았다. 그리고 그 위에는 작은 돌을 촘촘히 올렸다. 이는 바람을 막기 위함이다.

씨족 마을이다 보니 담장을 그리 높이 올리지는 않았다.

어느 고가마을에 가면 담장 아래 구멍을 뚫어놓기도 한다. 그 옛날 밥동냥 하는 이들이 수치심 들지 않도록 얼굴 마주하지 않고 적선을 하기 위함이다. 이곳에서는 그러한 것이 눈에 띄지는 않는다.

흙과 돌을 번갈아 쌓은 토석담.

옛 담장에서는 때론 소박함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안은 역시 위세를 당당히 드러낸다.

이 마을은 어느 집 할 것 없이 안채·사랑채를 두며 권세를 드러내고 있다.

그래도 '신씨 고가'를 따라갈 수는 없다. 신씨 고가는 옛집을 헐고 1927년에 다시 지었다. 안채·사랑채·중문채·곳간채·솟을대문·후문 등이 있다. 사랑채·안채는 일반 주택양식인 홑집이 아닌 겹집 팔각지붕을 하고 있다.

이는 부와 권위를 드러내는 의미가 있다 하겠다.

문도 평범하지 않은 고급스러운 문양을 담고 있다. 고급 자재가 있다고 될 일은 아닐 것이다. 그를 다룰 줄 아는 전문가의 섬세한 손길이 닿았을 것이다.

마당 중앙에는 작지만 아기자기한 정원이 자리하고 있다. 뒷마당으로 향하면 마루높이 정도의 매우 낮은 굴뚝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 다른 멋을 내는 벽화담장.

여기에는 마을 주변 사람을 위한 배려가 스며있다. 농사가 잘 되지 않을 때는 먹을거리가 부족해 건강도 좋지 못할 터인데, 굴뚝 연기마저 마시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사려 깊음을 알고 나면 이 작은 굴뚝은 더 기특하게 보인다.

예스러움이 좀 지겹다 싶으면 벽화담장이 있는 곳으로 발길 옮기면 된다. 옛 담장과 마을벽화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묘한 조화를 이룬다.

이 마을에는 정갈한 밥상도 준비돼 있다. 농촌진흥청 향토음식지원사업인 '농가 맛집'이기도 한 '돌담 사이로'라는 곳이 유은(裕隱) 고택에 있다. 인근 덕유산에서 직접 채취한 목이버섯·꾀꼬리버섯·표고버섯·곤드레·아주까리·취나물·고사리·부지깽이 같은 것들이 밥상에 오른다고 한다.

황산마을에는 전통한옥 민박집이 10곳 넘게 있어 하룻밤 이어가는 것도 좋다. 거창에서 만든 관광안내책자 숙박 정보를 보면 이곳 민박집 대표가 모두 신 씨인데, 단 한 명만 정 씨인 점이 눈길 끌기도 한다. 문의: 055-940-3430.

10여 곳은 민박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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