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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골목 댈 곳 없으면 찾는 곳이 주차장?

[공간&공감] 주차, 주차 그리고 주차…

이승환 기자 hwan@idomin.com 2013년 02월 07일 목요일

소형차 한 대가 길가로 붙는다. 차와 차 사이 빈틈을 확인한 차는 그 틈을 파고들어 전진과 후진을 되풀이한다. 뒤를 따라오던 차들은 진행에 걸림돌이 되는 주차 과정에 대한 짜증을 경음기로 드러낸다. 비스듬하게 선 차는 엉덩이를 뒤에 선 차에 바짝 붙이며 몸통을 틀어 좁은 공간으로 밀어 넣는다. 잠시 밀렸던 차들이 틈이 생기자 빠져나간다. 차에서 내린 운전자는 골목으로 급하게 들어간다.

택시 한 대가 비상등을 켜며 길 가운데 선다. 승객이 내리는 동안 뒤따라오던 차들이 줄줄이 멈춰 선다. 도로는 자동차 진행을 방해하지 않고 택시가 멈추기에 충분한 너비다. 다만, 택시를 붙일 만한 공간에는 이미 빈차들이 서 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불종 거리'는 2차로다. 저녁이 되면 도로 양쪽은 차들로 가득 찬다. 그나마 도로는 간신히 2차로 기능을 유지한다.

   

불종 거리에서 빈 곳을 찾지 못한 운전자는 오동동·창동으로 뻗어나가는 골목으로 들어간다. 통행에 크게 지장을 주지 않고, 대놓고 장사를 방해하는 장소만 아니라면 어김없이 차가 밀고 들어온다. 차가 들어갈 만한데 공간이 비어 있는 곳에는 주차를 허락할 수 없는 이들이 세운 표식이나 작은 기둥, 방해물들이 있다. 차는 또 다른 빈 곳을 찾아 골목을 누비다가 다시 큰길로 빠져나가곤 한다.

창동 근처에 그럴듯한 주차장은 먼저 교방천을 덮은 곳에 있다. 6호 광장에서 불종거리로 200m 정도 들어오면 창동과 오동동 쪽에 길게 뻗은 곳이다. 다만, 이곳에서 창동·오동동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불종'까지는 230m 정도 더 들어와야 한다. 약속 장소까지 가는 것과 나중에 집으로 돌아갈 것까지 계산하면 접근성이 좀 떨어진다.

'불종' 가까운 주차장으로는 옛 마산교도소 자리가 있다. 접근성은 교방천 쪽보다 훨씬 낫다. 그래서 교방천 주차장보다 이용하는 사람들이 좀 더 많은 듯하다.

더 내려가면 지난해 9월부터 운영하는 공영주차장이 있다. 지상 1층, 지하 1층으로 만든 이 주차장은 80대를 수용한다. 저녁이면 이용하는 이들도 많은 편이다. 하지만, 이들 주차장에 자리가 없어 도로나 골목에 차를 세우는 일은 거의 없다. 반대로 도로나 골목에 자리가 없어 주차장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인 듯하다.

   

줄줄이 늘어선 차 중에 한 대가 전조등을 켠다. 그리고 길게 늘어선 자동차 줄에서 빠져나오려고 방향등을 켠다. 창동에 볼일이 없는 차들은 무심하게 지나친다. 끼어들 순간을 포착하기가 쉽지 않다. 차 몇 대가 지나가고서야 승용차 한 대가 멈춘다.

차 한 대가 긴 줄에서 빠져나오고 기다리던 차는 그 빈 공간을 다시 파고든다. 이 과정이 짜증 나는 경음기 소리는 멀리서부터 들려온다. 주차를 마친 운전자는 일행과 흐뭇한 표정으로 눈웃음을 교환하며 골목으로 들어간다.

늘 예전만 못하다는 이곳 경기에 길게 늘어선 차들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애매하다. 불법주차 때문에 사람들 끌어들이기가 더 어렵다는 진단도 있고, 그나마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오는 증거라는 해석도 있다.

한 차로가 차 한 대만 지나갈 너비면 충분할 걸 괜히 넓어서 주차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그럴 듯하다.

하지만, 길가에 세운 차들이 보기 싫다는 도로 주변 상인들도 대놓고 짜증만 낼 수는 없다. 상인들 역시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불법주차를 해야 한다. 그저 차들이 복잡한 만큼 이 일대 거리가 사람들로 북적였으면 좋겠다는 말이 차라리 현실적이다.

   

밤에는 댈 곳이 없어 길에 차를 세운다면, 낮에는 댈 곳이 많아서 또 길에 차를 세운다. 당연히 주변 주차장은 한산하다. 하지만, 저마다 그 길이가 다른 '잠깐'을 위해 비용을 낼 생각은 없는 듯하다. 또 그것을 대놓고 나무라기에는 낮에 보는 불종거리 차로가 그렇게 좁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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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기자

    • 이승환 기자
  • 2017년 1월부터 언론노조 경남도민일보지부 일을 맡았습니다. 상담은 010-3593-5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