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 거창사건관리사업소 이성순 주무관

이른바 '거창 사건'으로 세상에 알려진 거창 양민학살사건은 한국전쟁 중 공비 토벌을 빌미로 국군에 의해 양민이 대량 학살당한 현대사 대표적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거창군에서는 사건의 현장인 신원면 대현리에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의 넋을 기리고 역사교육의 장으로 삼고자 정부 지원 등을 바탕으로 '거창사건 추모공원'을 조성해 지난 2004년 문을 열었다.

한동안 추모객들과 유족들만이 드나들며 적막하던 이곳에 언젠가부터 관광객들이 줄지어 찾아들기 시작했다. 추모공원이 이처럼 놀라운 변신을 하게 된 뒤에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추모공원의 기능을 새롭게 이끌어 낸 한 공무원이 있다.

거창사건관리사업소에 근무하는 이성순(48) 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1994년 청원경찰로 임용된 공무원으로 2004년부터 거창사건관리사업소에서 본래 임무인 시설경비와 청사 방호, 민원안내 등을 맡아 성실하게 근무하고 있다.

   

"많은 예산을 투입해 추모공원을 만들었는데, 사람들의 관심이 저조해 아쉬웠습니다. 추모공원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방문객을 늘리고 희생자의 영령을 기리는 뜻에서 국화 재배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지난 2008년 시작한 국화 재배는 해를 거듭하면서 그 규모와 조경 수준이 전문가 못지않은 솜씨로 차츰 알려지면서 국화 전시를 보러 오는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거창사건추모공원의 존재를 널리 알리는 기회로 이어졌다.

특히 그의 이런 노력은 별도의 예산이나 체계적인 행정지원 없이 오로지 혼자만의 연구와 땀으로 꾸려 왔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으며, 올해로 5년째 이어지면서 이제는 국화전시 수준이 거의 달인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평을 받게 됐다.

그는 이곳에서 국화전시를 시작한 이후 단순 작업 외에는 누구의 지시나 도움도 없이 스스로 모종 채취부터 육묘, 꺾꽂이, 작심작업 등 1~10월 국화 재배에 관한 모든 작업을 직접해 왔다.

"차츰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자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전문적인 지식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하기에는 규모와 관심이 너무 커졌으니까요. 그래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국화 육묘를 위해 원예기능사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하는 등 이론과 실기를 두루 갖추고자 노력했습니다."

또 이를 바탕으로 연구와 노력을 거듭하면서 경험 많은 경력자도 성공하기 어려운 분재 국, 다륜대작을 꾸준히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그가 2008년 이후 지금까지 매년 국화를 재배한 물량은 다륜대작 1004송이 외 16점, 현애작 700점, 분재 작 120점, 대국 250점, 중추 국 500여 점, 국화 길 2㎞, 소국 10만여 그루 등에 이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전체 16만 2423㎡의 공원면적에 치유의 길, 행복의 길, 환생의 길 등 주제별 특성을 살린 테마거리를 조성하는 등 5만 6000여㎡ 넓은 면적을 국화꽃으로 물들여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여느 국화 전시장보다도 훌륭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와 함께 추모광장과 위령탑에 대형화분을 배치함으로써 추모의 상징성을 부여하고, 역사 교육관을 주변으로 다양한 모형작가 다륜대작, 대국 등을 전시해 포토존을 마련하는 등 관람객들이 즐겨 찾도록 꾸미는 기획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으로 추모공원 방문객은 2008년 5000여 명을 시작으로 2009년 1만 7000여 명 등으로 조금씩 증가하다 2011년에는 6만여 명이 전시기간에 추모공원을 찾는 등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성과를 보였다.

이처럼 관람객이 매년 늘어나자 거창사건을 바로 알리고 희생된 영령에 대한 추모의 의미를 더하게 되면서 유족들도 크게 고마워하고 있다.

아울러 인근 시·군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국화전시를 보고자 거창을 찾게 됨으로써 거창의 이미지를 높인 점을 평가받아 지난해 1월에는 거창군 최우수 공무원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이 밖에도 평소 성실한 근무자세를 인정받아 1997년, 2000년, 2008년 군수표창 3회, 2001년 도지사 표창 등 그동안 여러 차례 상을 받았으며 지난해 행정안전부에서 주관하는 '행정의 달인'에 추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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