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포늪에 오시면] (23) 한발짝 더 가까이

추운 겨울입니다. 2월 첫 주 며칠간 따뜻했는데, 이번 주부터 다시 추워진다고 하니 몸이 움츠러드는 것 같습니다. 작년 12월 겨울 어느 날 우포늪을 관찰하고자 아침 7시에 우포늪 대대제방에서 출발하여 사지포를 지나 주매 마을까지 장갑 없이 몇 번 걸어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 뒤 두꺼운 장갑이 없이 얇은 면 장갑을 끼고 자전거를 탔더니 손이 어는 듯 추웠습니다. 얼마나 추웠는지 주매 마을 쪽에 오니 전방에서 군 복무할 때 추위에 떨며 밤에 보초 서던 생각도 나고 심지어 너무 아파 눈물이 날 정도로 괴로웠습니다. 너무도 약한 피부라서 그런지 오른 손 마디 한 쪽에 피도 약간 났습니다. 돌아오다 대대제방에서 우포늪을 보니 기러기들과 고니들이 함께 모여 추위를 피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추위를 이겨내는 새들의 모습을 보고서 아! 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고 영원히 잊히지 않는 지혜를 배웠습니다.

이번 겨울 우포늪에는 눈이 자주 왔는데 음지에는 아직도 눈이 조금 남아 있기도 합니다. 예년과 달리 날씨가 많이 추웠지만 2월 첫 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는 기온도 올라가고 따뜻한 날씨 때문인지 우포늪에 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 겨울이라 평일엔 사람들이 적게 오지만 휴일인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가족 방문객들을 중심으로 여전히 많이 옵니다. 우포늪은 사람이 많이 사는 대도시보다 온도가 낮으며 같은 우포늪이 위치한 창녕군이라도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창녕읍에 비해 체감 온도가 더 낮아서 그런지 더 춥습니다. 추위는 사람들을 움츠리게 하지만, 추위라는 무서움은 우리 인간으로 하여금 동물의 뼈로 바늘을 만들어서 동물 가죽으로 된 옷을 입게 한 혁신을 가져왔다고 합니다. 어려움은 우리 인간들을 더욱 강하게 단련시켜 주기에 언제나 낙담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오래 전 많이 힘들어 하던 친구 이야기를 하니 아버지 하신 말씀이 문득 생각납니다. "사람이 항상 어려운 날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추위에 떨던 우포늪의 풀들이 차디찬 겨울바람을 이겨내고 춘삼월(春三月)의 따스한 햇살과 함께 즐겁게 춤추면서 새 생명을 키우며 올라오듯이, 어려움에 처한 분들에게 추운 겨울 여러 어려움들 이겨내시고 따뜻한 봄날처럼 아름답고 행복하시도록 어머님같이 새 생명을 탄생 시키는 우포늪의 기(氣)를 듬뿍 담아서 보냅니다.

우포늪엔 얼음이 많이 얼어 우포늪의 새들은 먹이 구하기가 더 어렵게 되었습니다. 우포를 찾아 온 뒤 생태와 환경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된 부산의 스님 한 분이 우포늪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전화를 해주셨습니다. 우포늪 환경정화 차원에서 청소도 좋지만 지금은 새라는 생물이 추위에 떨고 있으니 먹이주기 방생을 하는 게 어떠시겠냐고 말씀 드렸습니다. 일반 사찰에서도 우포늪에서 방생이 가능한지 물어보는 때가 간혹 있습니다. 방생의 뜻은 좋지만 우포늪 안에 외래종 어류들이 유입될 수도 있기에 일반적으로 하는 물고기나 거북이 방생 대신에 우포늪 환경 정화차원에서 쓰레기 줍기나 먹이주기 방생이 더욱 필요한 것 같습니다. 추운 시베리아의 겨울을 피해 수천 킬로미터나 되는 먼 거리를 찾아 온 새들인데, 우포늪 얼음이 얼어 새들이 먹을 것이 부족하니 겨울철새를 위해 먹이 주기 방생을 하시면 어떻겠느냐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겨울철새가 우포늪 일대를 날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이번 주 2월 7일 우포늪에서 먹이주기 행사가 열립니다. 창녕군과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주민들과 함께 행하는 뜻 있는 행사입니다. 많은 분들이 참석하셔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하시면 좋겠습니다. 복(福)을 짓고 덕(德)을 쌓는 그러한 먹이주기 행사들이 자주 있기를 바랍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의 눈을 피해 우포늪의 외진 곳에서 물고기를 잡아보려고 오는 사람들을 보면 기가 찹니다.

1월 말에 저는 미국의 대통령이 근무하는 워싱턴 D.C와 뉴욕시에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들을 둘러볼 기회를 가졌습니다. 미국에서는 공항 검문이 너무나 철저하였는데 신발을 벗었던 것과 전신 검문(?)은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 마침 오바마 대통령의 재취임이 있기 2일 전이라 더욱 그러했을 겁니다. 한국에 오니 공항에서 매우 친절하게(?) 느슨하게 해서 놀랐습니다.

미국에서 즐거웠던 일 중의 하나는 생태춤을 추니 보던 미국인들이 즐거워하던 것입니다. 미국에서도 생태춤(eco dancing)은 통했다는 것이죠.

출발하기 전 최근 미국에 갔다 온 분과 이야기를 하다가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간다고 하니 이 분이 한 달을 봐도 못 볼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는 말을 못했지만 '이 사람이 좀 풍이 세구먼'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20년 전에 그 박물관을 가서 아폴로 11호를 본 것이 생각나고 다른 것은 기억이 안나 그렇게 생각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일반적으로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이라고 불리는 곳은 무려 19개의 박물관으로 구성된 곳이었습니다. 왜 이름이 스미스소니언 박물관(museum)이 아닌 스미스소니언 기관 또는 협회(Institution)라고 붙였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영문에는 The Smithsonian Association(TSA)라고 적혀 있었는데 가기 전 공부를 안 하고 갔으니 모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포늪에 오시기 전 우포늪에 대해 전혀 모르고 오시면 그냥 보고 아무것도 생각 안 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우포늪에 오는 분들은 그냥 놀러오는 분들, TV에 나오니 오는 분들, 자연을 사랑하여 오는 분들, 사진 촬영이 좋아 오는 분들, 휴식차 오는 분들 등으로 나누어집니다. 우포늪에 오셔서 우포늪을 잘보고 가시기 위해선 우포늪의 생명들을 마음속 그리고 뼈 속까지 깊숙이 느끼시면 될 것입니다. 우포늪에선 우포의 식물이, 새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미국의 어느 교수는 '빈민자'를 주제로 연구하는 학자인데 매우 독특하고 재미있는 사람입니다. 어떻게 빈민자들을 이해할까 생각하다가 그는 빈민자들 중의 한 부분인 '갱단' 사람들을 연구하고자 갱으로 10년간 살아 왔답니다. 이제 그는 세계 최고의 갱 연구자인데, 그에 따르면 미국 갱단이 프랜차이즈 형태로 존재한다고 합니다. 수입의 20%는 상부조직에, 50%는 자신이 속한 두목이 갖고 나머지 30%를 조직원들이 나눈다고 합니다. 갱단 4명 중 한 명이 총에 맞아 죽는데 이는 나무 벌목공이 200명당 1명 사고로 죽는 것보다 엄청나게 높은 수치라고 합니다. 갱단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교육을 못 받았기 때문임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의 예를 보면서 현장경험과 교육의 중요성을 느낍니다.

삼성경제연구원(SERI)의 정태수 연구원은 '괴짜의 시대'에서 '모나리자'라는 그림으로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예를 들면서, 그 그림이 대단한 작품이 된 것은 작가가 타인(他人)의 시각에서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정 연구원은 '타자화(他者化)'의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모나리자'의 신비로운 모습을 그린 레오나르드 다빈치는 자신의 시각에서만 작품을 바라보는 것을 경계하고 시점의 다양화에 노력했다고 하는데, 작업에 대한 레오나르도의 3가지 시각 첫째, '자기 자신'의 입장에서 바라본다. 둘째, 표현하려고 하는 대상의 입장이 되어 본다. 마지막으로, '제3자'의 입장'으로 바라본다는 것입니다. 과거를 이해하는 직업인 어느 역사학자는 원주민들과 오랜 기간 같이 살았고, 리더버그라는 생물학 노벨상 수상자는 자신을 박테리아로 여기고 살아 최고의 전문가가 되었습니다.

가장 완벽한 이해는 '자신이 이해하고 싶은 것과 하나가 될 때'라 합니다. 우리 자신을 봄날의 식물로, 겨울의 새로 타자화(他者化)해 봅시다. 우포늪을 제대로 이해하는 방법 중의 다른 하나는 자신을 우포늪에 온 스파이(spy)처럼 생각하여 우포를 보고, 듣고, 기록하고 그림을 그릴 때 가능할 것입니다.

귀한 시간 내어 방문하시는 우포늪에선 한 마리 겨울철새가 되어 우포늪을 훨~훨~ 날아 가시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우포늪을 제대로 이해하고 즐겁고 의미있는 시간 보내기를 바랍니다.

/노용호(우포늪관리사업소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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