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을 찾아서] (34) 양산 주야농산 안주엽 대표

양산 상북면에서 새송이버섯을 재배하는 주야농산 안주엽(48) 대표는 직장 생활을 하다 어느 날 '버섯'에 꽂혔다. 26살에 결혼해 10년 정도 직장 생활을 하던 중이었다.

"갑자기 버섯 재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표고버섯에 관심이 쏠렸죠. 1996년 언양에 있던 대규모 버섯 재배 농장에 배우러 갔습니다. 그런데 이 지역은 표고가 잘 안 자라더군요. 팽이버섯을 주로 하는 농장이었습니다. 그래서 팽이버섯 일을 거들었는데, 잘되더라고요."

기술 습득이 빨랐다. 다른 직원들보다 팽이버섯을 더 잘 키워냈다. 결국, 5~6년 만에 농장장 직함까지 꿰찼다. 그러다 2004년 독립하게 됐다.

아내 장윤숙(46) 씨는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고 버섯에 빠져들 때 별다른 반대를 하지 않았다. 장윤숙 씨도 농사일이 좋았기 때문이 아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다 남편을 만나 결혼했습니다. 농사일이 힘든지 몰랐어요. 몰라서 반대를 안 했죠. 이렇게 힘들 줄 알았다면 많이 반대했을 거예요. 고생을 참 많이 했어요. 처음에는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해 밤을 새워 일했어요. 잠 잘 시간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일을 해도 도저히 일이 줄어들지가 않는 거예요."

농장 일에 안 대표의 어머니 정화순(78) 씨도 팔을 걷고 나섰다. 아들 부부에게만 맡겨 놓았다가는 도저히 일을 못해냈기 때문이다.

마산이 고향인 장윤숙 씨는 젊은 시절 양산에 살던 친척의 소개로 안 대표와 선을 봤다. 시아버지는 장윤숙 씨를 처음 보고는 "아가씨가 키가 좀 작지 않으냐"며 망설였다. 아담한 체구의 장윤숙 씨와는 달리 안 대표 집안은 모두 훤칠하게 키가 컸다. 시어머니 정화순 씨도 167㎝. 요즘에야 170㎝가 넘는 여자도 많지만, 당시에는 유별나게 컸다.

큰 키가 콤플렉스였던 정화순 씨는 "작긴 뭐가 작아요. 딱 적당하니 됐지"라며 예비 며느리를 감쌌다. 그렇게 안 대표 부부는 결혼했다.

요즘도 새벽부터 농장에 나와 재빠른 손길로 솎음 작업과 다듬기 등을 하는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안 대표는 독립하며 새송이 버섯을 선택했다.

양산 상북면 새송이 재배농가 안주엽·장윤숙 부부./김구연 기자

"표고가 자라기에는 이 지역은 너무 따뜻한 편입니다. 그리고 팽이버섯은 작은 농가에서 하기는 어려워요. 시설 자동화가 필요하고, 균사 자가 배양을 해야 하기 때문에 돈이 많이 들어요. 당시 새송이버섯이 막 보급하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새송이는 배양소와 생육소가 분할돼 있어 상대적으로 시작하기 용이했습니다."

안 대표는 배양소에서 한 달가량 균을 배양한 것을 사 와서 키운다. 10일 정도 지나면 발아하고 1주일가량 후에 수확할 수 있다. 겨울에는 조금 늦다.

실패도 많이 했다. 처음에는 배양소를 구하기 어려웠다. 좋은 균을 사와야 좋은 버섯을 키울 수 있지만, 풋내기 후발 농장에 선뜻 '좋은 균'을 공급하려 하지 않았다. 배양소 역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장사하기 때문이었다. 신뢰를 쌓아 좋은 배양소에서 공급받기까지 2~3년 걸렸다.

시설도 문제였다. 안 대표가 그때까지 배운 것은 팽이버섯. 주위 사람들이 "팽이나 새송이나 버섯은 마찬가지다. 팽이 키우던 곳에서 새송이를 키우면 된다"고 말하는 것을 그대로 들은 것이 화근이었다.

"팽이와 새송이는 생장 환경이 다릅니다. 팽이는 저온성이고, 새송이는 고온성입니다. 그런데 그걸 모르고 시설을 갖췄습니다. 결국, 환기 부족으로 버섯이 숨을 못 쉬니까 마르는 등 저품질 버섯이 생산된 겁니다."

처음 시설 내부 파이프 중간 중간에서 바람을 나오게 했는데, 이것만 가지고는 환기가 부족했다. 다른 농장을 많이 견학하며 연구했다. 결국, 비닐을 이용해 잔구멍을 내서 골고루 바람이 빠지도록 개선했다. 팽이버섯용 열교환기도 전부 철거할 예정이다.

"초창기에는 다른 농장에 견학 갈 여유도 없었습니다. 그만큼 일에 치여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죠. 그러다 조금씩 일도 손에 잡히고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하자 견학도 많이 하고 선도 농가에 찾아가 배우기도 많이 했습니다. 다른 농민들이 노하우도 잘 가르쳐 주고 도움을 많이 줬습니다."

주야농산에서는 4개 동 400㎡(120평)에서 새송이버섯을 키운다. 연간 생산량은 30t가량이다.

배지를 들여오는 것은 한 달에 3번 정도. 배지 하나에서 버섯을 2개만 키운다. 나머지는 모두 솎아 낸다. 그래야 튼튼하고 곧게 자라기 때문이다. 솎아낸 작은 버섯이나 모양이 좋지 않은 버섯은 식당 등에 싼값에 모두 나가기 때문에 버섯은 버릴 것이 없다고 한다. 여름에는 버섯이 빨리 자라기 때문에 오전 7시부터 수확해 하루 4번, 겨울에는 8시부터 하루 2번 수확한다.

"생산량을 3배 정도 많이 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건비를 고려하고, 물량이 많아 공판장에 내놓고 하다 보니 남는 것은 별로 없더군요. 그래서 품질 위주의 소규모 생산으로 소비자 직거래를 하기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가족들이 함께할 수 있는 만큼만 일하기 때문에 인건비도 줄일 수 있습니다. 솎음 작업할 때만 아르바이트 아주머니를 잠깐 고용합니다."

주야농산 버섯은 직거래로 모두 판매된다. 초기에는 판로 걱정에 공판장에 내놓았지만, 공판장 가격이 형편없이 내려가자 직거래로 눈을 돌렸다.

주야농장은 따로 홍보활동을 하지 않아도 판매 걱정은 없다.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고 구매하는 사람이 많고 선물용으로도 많이 나간다. 설을 2주가량 앞두고 이미 물량이 거의 다 나갈 정도로 주야농산의 새송이 버섯은 인기를 끌고 있다.

"어느 날 보험설계사 한 사람이 우연히 농장에 와서 선물용으로 버섯을 사갔습니다. 그런데 냉장고에 넣지도 않고 일주일을 그냥 뒀는데 버섯이 싱싱하더래요. 보험설계사가 고객한테 주는 선물은 일반 회사에서 직원들한테 주듯 한꺼번에 일률적으로 주지 않기 때문에 모두 소진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그동안에 버섯이 여전히 싱싱한 것을 보고는 다음 명절 때도 재구매 해갔습니다. 그렇게 한 영업소에서 처음 사간 것이 소문이 나서 그 보험회사의 창원·부산·울산 등 여러 지점에서 선물용으로 많이 사갑니다. 또 선물 받아 직접 먹어본 사람이 전화해서 다시 사 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래도록 신선한 버섯의 비결은 무엇일까.

"습을 적게 주고 환기를 많이 합니다. 그러면 단단하고 알찬 버섯이 나오죠. 그만큼 무게가 적게 나가기 때문에 우리는 손해인가요? 하하. 대신 보관을 오래할 수 있습니다. 쫄깃하게 식감도 좋고 보관도 오래되니까 부산에서 카트를 끌고 버스를 타고 버섯을 사러 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직접 영업을 하는 것도 아닌데 사간 사람들이 맛있다고 주위에 입소문을 냅니다."

안 대표 부부는 언젠가는 버섯 균사 자가 배양을 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농장장을 하면서 기술을 쌓았기 때문에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가 너무 많이 되니까 못하고 있죠. 국가 보조를 받을 수 있다는데, 자부담이 많아서 몇 년을 고생해야 합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자가배양을 해서 '완전한 우리 버섯'을 소비자에게 선보이고 싶습니다."

<추천사유>

◇박윤석 양산시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 주야농산 안주엽 대표는 2012년 양산시농업기술센터 강소농으로 선정돼 적극 활동 중입니다. 생산비 절감과 고품질로 승부하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새송이 버섯에 적합한 환경을 찾아 품질이 우수한 버섯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소득작목 개발을 위해 블루베리를 직접 삽목하고 묘목을 생산해 도전 중이며 무엇보다 경영혁신 의지가 높고, 미래 성장 가능성과 자립 역량을 갖춘 참 강소농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