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요즘 뭐합니까] 양해영 도의원

"양해영의 프러포즈, 마음 좀 빌려 주실래요? 일솜씨로 갚겠습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양해영(50·새누리당·진주1) 도의원이 내건 슬로건이었다. 지역 유권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이 문구는 양 의원이 직접 창작한 작품이라고 한다. 흔히 여성 정치인이 선거에 나서면, '○○○동의 맏며느리' 같은 다소 식상한 문구를 사용하곤 하는데, 양 의원은 다소 파격적이면서도 여성 특유의 감성을 드러냄은 물론, 다부진 이미지까지도 성공적으로 담아낸 듯하다.

'카피라이트 정치'라는 말이 일반화됐을 정도로 선거 때 내세우는 슬로건과 실제 정치인의 철학이 상반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역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곧 정치라는 신념과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각오는 양해영 의원의 이력 속에 그대로 녹아 있었다.

   

지난 2006년 지방자치 부활 이후 진주시의회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지역구 시의원으로 당선된 양 의원은 기존 관행을 깨트리는 생활 밀착형 정치를 선보이며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그 첫 사례는 여성 최초 진주시의회 상임위원장에 당선된 것이었다.

흔히 지방의회 의장단 선거 때면 물밑에서 줄세우기 정치가 횡행하고, 주민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 감정싸움의 양태로 번지는가 하면, 금품 수수설 등의 추문까지도 흘러나오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양 의원은 단번에 과반 득표를 기록하며 의회 운영위원장에 당선됐다. "선거운동을 하지 않았고, 될 거라고도 안 봤던" 선거에서 거둔 성과였다.

의회운영위원장에 당선된 양 의원은 해마다 '관광성 외유'로 지탄을 받는 지방의회 국외 공무 연수 제도를 개혁하려 했다. "늘 지적되는 걸 왜 반복하느냐는 문제 제기였죠. 일단 의회운영위원장 중심으로 업체를 선정하는 관행을 바꿔 공정하게 하려고 했습니다. 연수를 다녀와서는 내실있는 보고 자료를 만들어 벤치마킹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하고 공무원은 물론 시민단체도 초청해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했죠. 시민들이 '아~쟤네들이 변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야 했는데, 선례가 없고 괜한 일을 벌인다는 반대 의견 때문에 제대로 정착시키지는 못했습니다. 아쉽죠."

양 의원은 '진주시 인권조례'를 발의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정치인이 왜 이런 걸 만드느냐"는 일부의 지적을 받았던 사례였다. 양 의원 생각은 단호했다.

"진주는 인권 도시입니다. 인권은 소위 좌측 성향의 사람들만이 관심 가질 문제가 아니죠. 진주가 지닌 정신입니다. 형평운동의 발상지인 진주의 정신을 계승하고, 시민들의 인권을 보장하자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여러 인권 단체들과 간담회와 토론회를 열어 소통을 했는데, 의회 내에서 반대가 심했습니다. 결국 발의만 하고 제정은 못 했죠." 양 의원이 발의한 '진주 인권조례'는 결국 다음 의회에서 제정되기에 이른다. 이 외에도 양 의원은 취약계층에 건강보험료를 지원하는 조례를 발의해 통과 시키는 등 지역 내 소외계층을 위한 정책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2010년 도의원 선거 때는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아쉽게도 22표 차로 낙선했다. 그러나 양 의원은 크게 낙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진주시의회 의정활동을 하면서 관심을 품었던 환경 관련 사업을 하며 또 일상에 충실했다. 그리고 2012년 기회가 온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경쟁력이 있으면 길이 열린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 일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모습을 지역 유권자들이 예쁘게 봐주신 것 같네요."

이제 양 의원에게는 1년 6개월 남짓한 도의원 임기가 남았다. 양 의원은 여성·장애인·복지 분야 경남도 정책을 두루 살피는 한편, 진주 지역 현안을 깊이 있게 파고들고 있었다.

"2013년은 진주가 변하는 중심되는 해입니다. 혁신도시, 항공산단, 정촌 산업단지 등 굵직한 현안이 많습니다. 제 소관 상임위 업무이기도 한데다 지역구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당장 현안은 제2 청사 문제입니다. 기능과 규모 등에 대해 반드시 짚고 넘어갈 계획입니다."

양해영 의원이 보여준 지난 시기를 돌이켜보면, 앞으로 보여줄 의정활동을 가늠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닌 듯 싶다. "내실있는 의정활동을 위해서는 공부하는 것밖에 답이 없더군요. (진주시의원일 때) 죽기 살기로 했습니다. 하루 3~4시간밖에 못 잤어요. 아마 태어나서 공부를 제일 많이 한 시기가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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