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바람난 주말] (55) 창원 해양공원

칼바람이 매섭기는 하지만 가끔 겨울 바다가 그리울 때가 있다. 겨울의 바다는 여름의 그것과는 다르다. 바람에 약간의 온기를 품은 것 같기도 하다. 바다를 향해 시선을 멀리 두고 한없이 바라보고 있으면 눈은 시원해지고 정신마저 청량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도로를 달려 목적지로 향하는 입구에서 보이는 작은 포구의 풍경에 살짝 마음이 들뜨게 되는 곳, 창원 해양공원(055-712-0403, 창원시 진해구 명동로 62(명동 656번지)).

진해 앞바다의 작은 섬, 음지 섬에 만들어진 바다 공원이다.

창원 해양공원으로 향하기 전 5분 남짓 거리에 있는 '신비의 바닷길, 동섬'에 잠깐 들렀다. 바다 갈라짐으로 생기는 신비의 바닷길은, 아침 저녁 간조시에 높은 해저지형이 해상으로 노출되어 마치 바다를 양쪽으로 갈라 놓는 것처럼 보이는 자연현상이다.

진해 '신비의 바닷길, 동섬'은 간조 때 높은 해저지형이 노출되어 마치 바다가 갈라진 것 같은 모습이 연출된다.

말을 좀 보태자면 '모세의 기적'처럼 바닷길이 열려 동섬까지 육지가 형성된다. 우리나라에는 진도, 무창포, 제부도, 실미도 그리고 진해 동섬이 바다 갈라짐 현상이 생기는 곳이다.

물때를 잘 맞춰 때마침 바닷길이 열려 갯벌이 펼쳐져 있다. 도로에서 동섬까지 거리가 짧아서 잠시 산책을 해도 좋다. 바지락 양식장인 이곳은 채취 금지이지만 발밑으로 보이는 바다 생물들과 하얀 조개껍데기에 아이들은 어느새 몸을 낮춰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다.

신비의 바닷길 입구에는 '바닷길 시간표'가 안내돼 있지만 사실 여간해서는 해석이 힘들다. 동섬에 들르기 전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khoa.go.kr) 내 '해양관측/예보'를 클릭하면 바다 갈라짐 시간 안내가 날짜별로 쉽게 설명돼 있다. 시간만 맞추면 찰랑거리던 바다가 갈라지는 모습을 천천히, 매우 천천히 직접 눈으로 볼 수도 있을 듯.

조그마한 동섬을 한 바퀴 돌아 질퍽거리는 갯벌에서 잠시 여유를 느끼고, 음지교를 건너 창원 해양공원에 도착했다. 음지교 입구에서 입장료를 내야 한다. 어른 3000원, 학생 2000원, 어린이 1000원이지만 창원시민이면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주차료는 소형 1000원이다.

유영생물전시실, 저서생물 전시실, 그외 체험실 등이 있는 창원해양공원 내 해양생물테마파크 전경.

해양공원은 해양생물테마파크, 해전사전시관, 군함전시관 등 전시관 시설과 바닷가 주변으로 만들어졌다.

해양생물테마파크에 들어서면 전복을 붙여 원뿔 모양으로 만든 커다란 조형물이 먼저 시선을 끈다. 살아 있는 화석인 실러캔스를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 바닷속 디오라마, 극피동물과 연체동물 등 해양생물의 모습과 생태를 모형으로 전시해 놓았다.

아이들의 발길이 오래 머무는 곳은 해전사 체험관.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바다에서 벌어졌던 해전사를 알려주고 있으며, 그때 사용된 배들을 모형으로 보여준다. 이와 함께 해군신호체계와 잠수함이야기 등 직접 버튼을 눌러보고 귀로 들으며 체험과 동시에 공부도 할 수 있는 시설들이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 중에 가장 인기있는 곳은 해전체험 시뮬레이터. 장엄한 음악과 함께 해전 영상이 흐르면 배에 탄 듯 공간이 흔들린다. 직접 조타장치를 조작하며 가상해전을 체험할 수 있다.

여타 해양관련 박물관과 다른 곳을 꼽으라 하면 군함전시관을 꼽을 수 있다. 1951년 한국전쟁에 6개월 간 참전하고, 1978년부터 한국 해군에서 활약하다 2000년에 퇴역한 구축함인 강원함이 바다 위에 정박해 있다.

함장대기실과 지휘본부에 해당하는 함교, 레이더실, 취사장, 침실 등 실제 군함의 곳곳을 제한 없이 둘러볼 수 있다. 좁디좁은 군함 내부를 관람하다 보면 경건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갑판으로 나가면 5인치 포와 하푼 미사일 발사대 등도 직접 볼 수 있다.

직접 조타장치를 조작하며 가상해전을 체험할 수 있는 해전체험 시뮬레이터 앞에 아이들이 모여 있다.

전시관들은 저녁에 문을 닫지만 야외 공원은 늦은 밤까지 이용 가능하다. 일몰 후에 조명이 밝혀지는데, 조금 날이 풀리면 오후 늦게 방문해 전시관을 관람하고 야외공원에서 멋진 야경을 즐기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해양공원과 이웃해, 이르면 오는 3월께 시민들에게 개방될 진해 해양솔라파크(가칭)도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돛을 형상화한 136m 높이의 타워가 해양공원과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다. 해양솔라파크가 개방되면 원형 전망대에서 남해안 절경은 물론, 부산 신항과 거가대교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해양공원 앞바다에서는 물질을 하는 해녀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바다 앞 산책로도 잘 꾸며져 있다. 탁 트인 겨울 바다가 부담스럽다면, 아이들이 이색 체험을 할 수 있는 창원해양공원으로 주말 나들이를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고대부터 현대까지 우리나라 바다에서 벌어졌던 해전을 알려주는 해전사박물관. 해전에 사용한 배 모형을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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