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요즘 뭐합니까] 여명순 사천시의원

사천시의회에는 통합진보당 여명순(39) 의원과 새누리당 조성자 의원, 2명의 여성 의원이 있다.

이 가운데 여 의원은 '조용한 충고의 대가'로 불린다. 항상 조용하면서도 조목조목 따지는 그녀의 성품이 그대로 담긴 애칭이다. 그리고 여 의원은 '뉴스메이커(뉴스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기도 하다. 입바른 소리를 잘하기 때문에 늘 뉴스거리가 생기는 것이다. 물론, 집행부에서는 늘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다.

여 의원은 요즘 공동체 생활에 관심이 많다. 좋은 마을만들기 사업, 작은 도서관 운영 등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이 함께 어울려 서로 도와가며 살아갈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일환으로 추진한 것이 벌용동 벽화 그리기 사업이다. 모든 주민이 직접 참여해 지저분하고 밋밋했던 골목길 벽면에 7080세대의 학창시절 모습을 그린 것인데, 시외버스주차장, 정동 수청마을을 비롯한 다양한 곳에서 벽화를 그려 달라고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여 의원은 초선의원이면서 막내의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녀를 얕보면 안 된다. 의회에 입성함과 동시에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특히, 그녀가 제안한 입후보 방식으로의 의장단 선출방식 개선은 사천시의회의 위상을 바로세우는 기틀이 되고 있다. 실제, 지난 2010년 7월, 제6대 사천시의회는 개원 첫날인 7일부터 2주일 가까이 의장단 선출을 둘러싼 갈등으로 홍역을 치렀다. 의장단 구성을 놓고 한나라당과 비한나라당 의원 간 첨예한 갈등을 빚었지만, 그 논란의 중심에는 이른바 '교황선출식' 의장단 선거의 폐해가 있었던 것이다.

이에 민주노동당 여명순 의원이 사천시의회 운영위원회에서 개정안을 제안했고, 대부분 의원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정례간담회에서도 별다른 이견이 없어 의장단 선출방식 개선이 결국 바뀌게 됐다. 여 의원은 "경남 도내 지자체에서도 공개적인 후보 등록과 정견 발표를 통해 의장단을 선출하는 방식으로 점차 개정하고 있다"며 "책임감 있는 의회 운영을 위해 개선이 절실하다는 생각에 의장단 선출방식 개정안을 제안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여 의원는 젊은 패기를 앞세운 거침없는 행동, 날카로운 지적, 해박한 지식 등으로 베테랑 의원 못지않은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는데, 열심히 의정활동을 펼치는 만큼 뒤따르는 심적 고통도 만만하지 않다.

지난해 2월의 일이다. 여 의원이 '사천·진주 통합반대 결의안'을 대표발의했고, 사천시의회가 이 통합반대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에 진주와 사천의 통합을 추진하는 단체가 여 의원을 향해 수많은 비난의 화살을 쐈다. 진주사천통합건의추진위원회(위원장 김진수)가 '여명순 의원은 통합반대 결의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사천시와 사전 논의 없이 통합을 추진한 진주시의 공식사과와 이명박 정부의 대국민 사기극 중단을 촉구하는 발언을 했다. 이는 엄연히 여야합의로 제정된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법을 무시하고 국회와 국가원수인 대통령을 모독한 망언'이라며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여 의원은 이 단체의 공세에 눈도 꿈쩍하지 않았다. 오히려, 진주사천통합건의추진위의 사과 주장은 적반하장이라고 맞받아치는 등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았다. 더구나 일방적으로 통합을 추진한 진주시와 관련 단체, 그리고 수도권 중심의 중앙권력 강화를 추진해 온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를 주장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이냐고 따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유혈사태까지 벌이지게 되는 정면충돌이 우려됐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더 이상 거론되지는 않았다.

여 의원은 "사천과 진주가 통합된다면 인구는 50만 미만에 행정구역 면적은 1111.09㎢로 될 것이며 이는 인구는 적고 면적만 넓어 지역경쟁력 강화와 주민생활 편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됨을 직시해야 한다"며 "지금도 사천과 진주 통합은 반대"라고 강력하게 입장을 밝혔다.

여 의원은 최근에 가장 큰 시련을 겪었다고 한다. 바로 당의 분열이다. 지난 2012년 9월 강기갑 대표가 사실상 분당을 선언했고, 통합진보당 사천지역위원회 소속 일부 당원이 당을 떠난 것이다. 10년 넘게 정당활동을 통해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노동 환경과 노동자의 삶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과 마음으로 동고동락했던 동료 당원들이 떠나기에 더욱 마음이 쓰리고 아팠다고 한다.

여 의원은 "통합 당시부터 시행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 총선에서 국민의 지지를 더 많이 받고자 하는 욕심이 앞서면서 통합이 이뤄지지 않았는가 생각이 된다. 통합이 아니라 연대 정도가 적당했다. 통합 당시부터 생기기 시작한 내부적 혼란이 총선 이후에 본격 불거진 것"이라며 "부끄럽고 속상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작은 차이점, 다름을 서로 인정했다면 이런 아픔은 없었을 것이다. 지금도 분당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고 덧붙였다.

세상과 딸 승은(8), 아들 승우(4) 앞에 당당한 여성 시의원이 되고 싶다는 여 의원, 앞으로 서민을 위한, 노동자를 위한 의정활동을 멋지게 펼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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