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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소중히 다루는 우리 역사, 우리는 고작…

[항일 투사의 흔적을 찾아서] (5) 항일 유적, 역사 교육에 활용하자

이동욱 기자 ldo32@idomin.com 2013년 01월 30일 수요일

태항산 일대를 포함한 중국 역사기행은 근현대사 교육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교과서에 온전히 실리지 못한 내용을 체험할 기회다. 그래서 중국에 남아 있는 항일 유적을 보존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석정 윤세주 열사 기념사업회, 북경대학교 한국유학생 연구생회, 장준하 기념사업회 등이 답사 팀을 꾸려 정기적으로 태항산 일대 조선의용대의 흔적을 찾고 있다. 윤세주 열사 기념사업회는 지난 4~10일 밀양지역 8곳 고등학교 학생들과 교사들이 참여한 역사 탐방을 진행했다.

◇항일 유적 교육장으로 = 역사 탐방은 새로운 교육의 장이 됐다. 이번 탐방에 함께했던 밀양고 3학년 김채훈 군은 "윤세주 열사 묘소에서 제사를 지낼 때 태극기가 묘소 위에 올라가는 순간 뭉클했다. 사실 이전에는 독립운동에 대해 무덤덤했다"며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우리 열사들의 묘를 관리해준다는 게 놀라웠다. 독립운동을 배우는 데 소홀했던 것을 반성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중국 역사탐방에 참가한 밀양 동명고 김호진(왼쪽) 교사가 이찬희 학생에게 독립운동사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세종고 이은정 교사는 "가르치는 내용을 앞으로 이번 탐방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제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 좋은 것 같다"며 "독립기념관과 별도로 우리는 왜 항일 운동이나 일제강점기를 기억할 수 있는 기념관이 없는지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태항산 역사 탐방은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태항산 지구는 개발 초기 단계로 소위 뜨는 관광지다. 험준한 산맥으로 '중국의 그랜드캐니언'으로 통한다. 한국인 관광객이 흔히 찾는 장가계(張家界)와 황산(黃山) 못지않게 앞으로 인기를 끌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관광뿐만 아니라 조선의용대 흔적을 따라가는 탐방도 더불어 할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유적 보존의 당위성도 확인된다. 아울러 조선의용대 활동을 매개로 한·중 우애를 키울 이 지역 대학이나 주민들과 교류 사업도 활성화할 수 있다.

중국 혁명 코스 중 하나로 이미 중국 아이들과 일반인이 좌권 장군 묘 등 태항산 일대를 둘러보면서 조선의용대 활약상을 배우기도 한다.

   
  제일고 박소연 학생이 윤세주 열사 최초 묘소가 있는 석문촌에서 이곳을 관리하는 중국인 양애공(84·왼쪽) 씨에게 장갑을 선물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항일 열사를 기리는 일에도 지역마다 차이가 난다. 김원봉의 부인이자 부산 동래 출신 여성 독립운동가 박차정(1910~1944) 의사. 그의 생가는 부산시 지원으로 2005년 복원되고 현재 기념관 건립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밀양시에 있는 묘는 쓸쓸하게 남아 있다.

독립운동가 박열(1902~1974) 의사 기념관은 지난해 10월 그의 고향 경북 문경시에서 문을 열었다. 정부 지원도 받아 57억 원을 들여 만든 지상 2층 기념관이다.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은 "작은 도시에서도 많은 예산을 들여 독립운동가 기념관을 지었다는 사실에 놀랐다"면서 "이 같은 기념관은 적어도 자료를 집결하고, 그 정신을 되살리면서 아동과 학생들, 2세들을 위한 산 교육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역사탐방에 참가한 이들이 조선의용대 최초 주둔지인 상무촌에서 이곳 주민 조은경(84·오른쪽) 씨에게 장갑 등을 선물하고 있다. /이동욱 기자  

◇중국 교과서에 실린 '조선의용대' = 1942년 윤세주가 전사한 그해, 7월 중국 공산당과 팔로군 야전군정치부 등은 연합으로 '조선의용군열사를 기념하는 방법'을 정한다. 이를 통해 장례식을 거행하는데, 3분 묵도 등 세부 절차까지 담겨 있다. 그만큼 윤세주 등 열사들의 희생을 높이 샀던 것이다.

이런 대목도 나온다. "굳은 의지와 굽힐 줄 모르는 정신은 우리 전체 군민들이 따라 배워야 할 바"라며 "조선 열사들의 사적이 오래도록 전해지게 하며", "여러 열사들이 생전에 종사한 혁명운동 경력을 학교의 교재와 전사들의 과본(課本)으로 편찬하기로 결정"한다고 돼 있다.

중국인들은 약속을 지켰다. 더욱이 60여 년이 지났음에도, 학교 교재 편찬은 이뤄진다. 2007년 지질출판사가 펴낸 〈한단(邯鄲) 역사와 문화〉. 총 126쪽인 이 책은 현재 인구 1000만 명에 이르는 중국 한단시에서 중학교 교과서로 쓰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 현대사 가운데 82쪽 한 페이지 분량으로 조선의용대와 윤세주 열사의 죽음 등을 서술해 놓았다. '……팔로군 총사령부 지도부의 안전한 퇴로 확보를 위해 한단시 섭현 장자령 일대에서 작전 중에 조선의용군을 이끌던 당시 석정 윤세주, 진광화 열사 등이 장렬히 전사했다.……'

중국 내 여러 정파가 모여 논의하는 정치협상회의 한단시 위원이기도 한 상영생 조선의용군열사기념관장은 이 내용을 넣자고 제안했고, 한 해 동안 노력해 성과를 이뤘다. 팔로군의 약속 문서를 찾아내 다른 위원들과 논쟁을 벌인 끝에 기록으로 남기게 됐다.

   
  중국 역사 교과서에 실린 내용.  

창원에서 쓰는 고등학교 〈한국사〉 검정교과서는 중국 지방정부에서 쓰는 중학교 교과서보다 조선의용대에 대한 서술이 부실하다. 비상교육이 2011년 낸 교과서는 민족혁명당과 조선의용대의 변화 과정 등을 모두 합해 1쪽 정도로 설명해 놓았다. (주)삼화출판사가 같은 해 낸 교과서 역시 1쪽가량으로 조선의용대 창설 기념사진과 이동 경로 등을 함께 담았다.

애초 2011년부터 새로 도입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는 검정위원에 근현대사 전문가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근현대사 전공 학자 다수가 진보 성향이어서 섭외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당시 나왔다. 한편, 뉴라이트 계열 단체들은 교과서 근현대사 부분을 두고 '좌 편향'을 주장하며, 따로 교과서를 내놓는 등 '역사 교과서 논쟁'을 일으킨 바 있다. 새 정부 들어서도 근현대사 교과서 논쟁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끝〉

이 기사는 석정 윤세주 열사 기념사업회 지원을 받아 중국 역사탐방 동행취재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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