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농업 강소농을 찾아서] (33) 밀양 다미농장 손순호 대표

졸업 시즌에 꼭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축하 꽃다발이다. 평소 꽃 한번 사보지 않던 사람도, 꽃을 들고 다니는 것을 어색해하는 사람도 졸업식 때는 예외다. 이때는 꽃다발 하나 손에 들지 않으면 도리어 어색함을 느낀다.

꽃다발이나 축하 화환 등에 많이 쓰이는 '거베라'를 아름답게 꽃 피우는 밀양 단장면 다미농장 손순호(46) 대표는 올해 12년 차 화훼농이다.

밀양이 고향으로 어려서부터 시골 생활을 한 손 대표였지만, 화훼는 낯섦과의 만남이었다.

"축산업을 하다 축산 파동으로 문을 닫고 치킨집을 잠깐 했습니다. 하지만, 조류인플루엔자로 폐업해야 했죠. 다시 축산을 하려다 경비 부담에 하우스 4동을 구입해 화훼에 뛰어들었습니다."

밀양 다미농장을 운영하는 손순호 대표와 아내 박정숙 씨가 거베라 하우스를 둘러보며 활짝 웃고 있다. /김구연 기자

처음 하는 일이었지만, 손 대표의 무기는 '자신감'이었다. 재배를 시작하기 전 화훼로 유명한 지역을 견학 다니며 꽃과 재배 기술을 보고 스스로 공부했다. 베테랑 농민의 의견도 적극 참고했다. 이렇게 1년가량 준비하며 품종을 선택하고 연구했다.

"경북 봉화지역 화훼 농가에 자주 찾아갔습니다. 다른 지역 농민들에 비해 덜 배타적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많이 배웠죠. 하지만, 핵심은 가르쳐주지 않더군요. 약 이름은 가르쳐 주는데, 전문적인 사용방법은 안 가르쳐줬습니다. 스스로 터득하라더군요. 물론 하우스마다 환경이 다르니까 그 농가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었습니다. 직접 시험 재배를 통해 하나하나 습득했습니다."

현재 농장 규모는 1만 ㎡(3000평)가량. 1300㎡(400평)짜리 하우스 6개 동에서 꽃을 키운다. 4개 동에서는 거베라, 2개 동에서는 카네이션과 리시안셔스가 자란다.

아쉬운 점은 꽃값이다. 12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베라 꽃값은 같은 수준이다. 하지만, 그동안 모종 수입 가격은 2배 이상 올랐다. 여기에 거베라 농가들의 애로가 있다. 거베라 모종은 거의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손 대표도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모종을 들여온다. 농촌진흥청 등에서 국내 품종을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되지 않아 농가 보급은 많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국내에서 품종을 개발해 상품 등록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그동안 공급이 원활하게 안 됩니다. 외국산은 원하는 색깔의 모종을 원하는 수량만큼 원하는 시기에 수입 가능합니다. 꽃 색깔 등 품질도 아직은 외국산이 앞선다고 생각합니다. 비싼 외국산에 의존해야 한다는 게 많이 아쉽습니다."

손 대표는 '준비된 총무'라 할 수 있다. 2009년 만들어진 밀양화훼연합회 사무국장을 쭉 맡고 있고, 밀양화훼절화연구회 사무국장도 손 대표가 맡았다. 산동화훼작목반 총무도 손 대표가 맡아 봉사했다. 밀양화훼연합회는 밀양시 농업기술센터에 과수화훼특작계가 만들어진 것을 계기로 결성됐다. 지역 여러 작목반이 서로 정보를 나누고 도움을 주자는 취지였다. "화훼 농가를 위해 필요한 사업을 농업기술센터와 함께 추진하는데도 개별 작목반보다는 연합회가 유리했습니다. 행정과 농민들의 중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처음에는 67명으로 시작했으나, 꽃값 하락으로 시설채소로 전환한 농민이 많아 지금은 회원이 50명 수준입니다."

밀양화훼절화연구회는 지난 2011년 12월 결성됐다. 사무국장·총무는 오로지 다른 농가를 위해 봉사하는 역할. 그렇게 바깥일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만큼 집안일이라 할 수 있는 자신의 농사에 더 신경을 썼다. 사무국장을 하다 보니 방문객이 많은데 막상 손 대표의 하우스 상태가 엉망이라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아내(박정숙)가 내조를 잘 해주니까 가능합니다. 농사일을 하느라 아내가 고생이 많아요. 하우스는 여자가 80%가량의 일을 합니다. 잡초 제거, 마른 잎 제거 등 일일이 수작업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아내가 섬세하고 일손이 빠릅니다."

거베라는 전년도 12월께 모종을 주문한다. 비행기를 타고 온 모종을 정식하는 시기는 4월 초. 45~60일이 지나면 첫 꽃이 나오는데, 이는 상품성이 없으므로 제거해야 한다. 70~80일 이후 나오는 꽃이 상품성이 있다. 수확은 연중 가능한데, 수요가 없는 한여름 고온기(7월 중순~8월 중순)에는 인건비도 안 될 만큼 꽃 가격이 낮아 수확하지 않는다.

주로 오전에 하나하나 대를 꺾어 수확한 거베라는 오후에 또다시 수작업을 거친다. 대마다 철사를 대고 테이프를 돌려 감아 고정한다. 그리고 꽃에 캡을 씌워 꽃이 상하지 않도록 한다. 이렇게 일일이 손이 간 꽃을 10송이씩 묶어 1단을 만든다. 다시 10단씩 묶어 물통에 꽂아 '물 올림'을 한 후 다음날 상자에 최종 포장해 출하한다. 모두 아내 박정숙 씨의 손을 거치는 일이다.

일주일에 꽃 수확은 5일가량. 이중 거베라는 2회 수확한다. 1회 수확량은 거베라의 경우 600단 정도이므로, 1주일에 1200단, 1만 2000송이가 출하된다.

거베라는 의외로 예민한 식물이다. 온도와 빛에 민감하다고 한다. 또 물을 좋아하는데, 그러면서도 물을 싫어한다는 아이러니한 말을 손 대표는 했다.

"시설 내에서 물을 주는 것은 좋아하지만, 외부 비는 치명적입니다. 비를 한번 맞으면 50% 이상이 죽습니다. 난방비도 많이 듭니다. 또 오늘 3일째 구름이 끼어 날씨가 흐린 데, 이러면 평소 210단이 수확되던 하우스 1동에서 100단 정도로 수확량이 줄어듭니다. 여러 가지 환경에 예민한 식물이 거베라입니다."

연작 피해도 크다. 이를 피하려고 손 대표는 지난해 큰돈을 들여 양액 시설을 갖췄다. 아직 만 1년이 안 됐다. 이곳 거베라는 흙바닥에서 자라지 않고, 무릎 높이의 배지에서 자란다. 그래서 수확할 때 허리를 많이 숙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일하는 것이 한결 수월해졌다. 물론 작물과 환경에 맞게 양액을 공급하는 노하우는 여러 단계의 실험을 거쳐 점차 터득하고 있다.

거베라를 키우면서 손 대표는 재배 환경 부분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기술은 노력해서 습득하면 되는데, 시설 환경은 돈이 많이 들어 쉽게 갖추기 어렵습니다. 이 하우스도 원래는 고추 농사 하우스라 화훼를 하기에는 보온 조건 등 작업 환경이 부적절합니다. 하우스 높이도 낮고 습도도 맞지 않죠. 오래전 태풍 매미가 온 다음 해 덮친 태풍으로 이 지역만 피해가 발생, 6600㎡(2000평) 4개 동의 하우스가 파손됐습니다. 다시 복구하느라 2년가량 죽는다는 각오로 일했습니다. 태풍에도 견딜 수 있는 '내재해형 하우스'로 지을 수 있도록 예산 지원을 해달라고 행정에 요청했는데, 쉽지 않네요. 다른 시설채소 농가는 몇 농가 지원 받았는데, 화훼 시설은 지원에서 소외되는 경향이 많습니다."

현재의 하우스는 너무 낮고 파이프가 약해 아쉬움이 많다. 재배 환경이 좋지 않으니 꽃 색깔도 맑게 안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시설비 부담으로 환경 개선에 선뜻 나설 수는 없다.

손 대표의 꿈은 시설 보완으로 최고의 꽃을 피워내는 것. 그래서 국내 화훼농사 일인자가 되고 싶은 포부를 가지고 있다.

"거베라의 꽃말은 신비로움입니다. 공기 정화도 잘하는 참 좋은 꽃이에요. 최적의 환경에서 좋은 꽃을 피워내 소비자들에게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추천 이유>

◇석종선 밀양시농업기술센터 경영지도담당 = 다미농장 손순호 대표는 12년째 거베라·리시안셔스 등을 재배하면서 2009년부터 밀양시화훼연합회, 화훼절화연구회 사무국장을 역임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재배기술과 정보를 현장에 접목한 선도농가입니다. 2012년 토경재배의 한계를 극복하는 거베라 고설양액재배 시설을 설치, 연간 1억 1000만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 진정한 강소농입니다. 2008년 시설화훼 에너지 절감을 위해 비닐하우스 외부 부직포 보온시설을 보강해 50%이상의 난방비 절감효과를 낸 화훼산업의 선구자로 오직 한 길을 꾸준히 걸으면서 집약된 기술과 노하우로 승부하는 열정의 농업CEO입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