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등급 전통시장의 몸부림] (5)합천 가야시장

국립공원 가야산과 해인사 초입에 있는 합천 가야시장은 한때 해인사를 찾는 관광객과 지역주민들이 5일마다 애용하던 전통시장이다.

가야시장은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합천 서북부 지역에서도 시장 규모가 크고 가장 활성화됐다.

하지만, 가야의 특산물인 도자기 공장이 중국산에 밀리면서 유동인구가 줄어들고, 최근 들어 거대 유통망에 밀려 점차 사라지는 추세를 보였다. 게다가 가야시장은 주변 편익시설이 낡아 주민들의 이용률이 낮고 천막 등 혼잡한 구조물 때문에 도시미관을 해쳐 왔다.

◇시설 현대화 사업 = 합천군은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고자 지난 2011년 7월 가야시장을 정비, 사업비 4억 8600만 원을 들여 점포 48개를 신축하고 비 가림 시설을 설치하는 등 시설 현대화 사업을 마무리했다.

또 자연경관과 문화유산이 어우러진 가야 지역의 환경을 이용해 방문객들을 끌어들이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당장 방문객들이 애로로 꼽는 것이 상습적인 주차난. 합천군은 전통시장 활성화와 관광객들의 편의 제공 등을 위해 가야시장 인근 지역에 사업비 12억 2200만 원을 들여 60대를 주차할 수 있도록 주차장 조성사업을 하고 있다.

합천군은 가야시장을 대장경 세계문화축전과 연계해 특성화하려 한다. 마침 시장을 방문한 날은 장날(5, 10일)이 아니라 대부분의 가게 문이 닫혀 있다. /합천군

◇기대 못 미치는 성과 = 하지만, 일부에서는 전통시장 활성화 지원 효과에 대해 의문시하고 있다. 그동안의 지원과 노력이 비해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상인 등 군민들은 정부가 수십 억 원의 예산을 들여 전통시장을 정비하고 있지만,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통시장을 활성화하려면 시설 현대화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전통시장을 찾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할 특색있는 시장 형성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합천군이 경남도에 제출한 소규모 전통시장 특성화 계획에는 가야시장을 지난 2011년 대장경 천년문화축전과 연계해 활성화 시킨다고 했으나, 효과는 크지 않았다.

상인 ㄱ 씨는 "20여 년 전만 해도 전통시장은 상거래의 중심지였고, 소박하고 정이 넘치는 삶의 현장이며, 문화 놀이의 장이며, 만남의 터전 등 사회·경제적으로 많은 역할을 했지만, 오늘날은 그러한 역할은커녕 쇼핑 장소로서의 기본적 역할마저 못하는 곳이 많다"며 "농촌인구가 감소하면서 전통시장을 찾는 소비자가 줄어들었고 지금까지 시장 활성화 정책들이 소비자의 구매욕구에 못 미치거나 차별화되지 않았다. 또 새 유통업체들은 시장변화에 따라 급속히 변하고 있지만, 전통시장 상인들은 환경변화에 따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시설 개선과 더불어 상인들의 의식 전환과 적극적인 마케팅이 필요하지만, 기존 관행에 젖어 있는 상인들이 쉽게 변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말미암은 주민과 소비자 감소, 소비자 욕구나 필요에 부응하려는 상인 의지와 적극성 결여, 시장 및 점포 경영 부족 등이 전통시장 몰락을 부추기고 있다.

◇지역 축제를 시장 부흥 계기로 = 합천군은 지역 축제와 시장 활성화를 연계시킬 방안을 찾고 있다.

합천에서 열리는 대표적인 행사는 대장경 세계문화축전. 주차장 등의 시설이 마무리되면 합천군은 2013년 대장경 세계문화축전을 맞아 관광객 방문 시 시장에 들러 합천에서 생산된 토종 산나물, 보리수, 파프리카, 가야 사과를 구입할 수 있도록 연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주변 산나물을 이용한 산채비빔밥을 중점육성해 방문객들에게 볼거리뿐 아니라 먹거리도 제공할 계획이다.

문제는 과거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지난 2011년 행사 때와 차별화된 전략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또 일회성 반짝 특수가 아닌, 지속적인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

가야시장 번영회 박정호 회장은 "합천군이 전통시장 상품권과 합천사랑상품권 15억 원 어치를 발행·유통, 합천군의 전통시장 살리기에 힘쓰고 있는 것에 대해서 감사하고 있다"며 "하지만, 격년제로 시행되는 2013 대장경세계문화축전을 계기로 행사장을 찾는 160여만 명 관광객이 시장을 방문할 수 있도록 행정과 상인의 보다 적극적이고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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